국내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단연 디젤(경유) 엔진이다. 올 상반기 수입 디젤차의 등록대수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44.5% 늘어난 6만4427대에 이른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점유율도 68%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8%포인트 이상 커진 비중이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국산 제조사도 앞다퉈 디젤 승용차를 출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에 디젤 엔진을 탑재했고, 르노삼성 자동차는 1.5리터 디젤 엔진을 단 SM5 디젤을 내놨다. 한국GM도 상반기 쉐보레 말리부 디젤을 출시했다.
디젤 차 인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디젤 엔진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연비다. 같은 용량의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열 효율에서 디젤이 가솔린(휘발유)을 앞선다. 또 실린더 내부의 강한 폭발력이 가솔린 엔진보다 큰 토크(순간 가속력)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디젤 엔진이 모든 면에서 가솔린 엔진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디젤차의 약점은 소음과 진동이다. 기술이 좋아졌지만 차가 오래될수록 커지는 소음과 진동을 깔끔하게 해결하지는 못한 상태다. 또 동급 배기량을 기준으로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크고 무거운 것이 보통이다. 몸놀림이 둔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각종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장착된 비싼 부품으로 인해 새 차 가격이 가솔린차보다 비싸고, 수리비 부담도 크다.
성능 면에선 꼼꼼히 봐야할 부분이 있다. 디젤 차의 강력한 토크는 체감 상 성능이 더 나은 것처럼 느끼게도 해준다. 흔히 “힘이 좋다”고 얘기하는 부분이다. 수입차 업체가 이런 부분을 부각한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디젤 차는 2L급 엔진으로도 35Kg·m 이상의 최대 토크를 만들어 낸다. 가솔린 엔진은 3L 이상의 배기량이어야 이 정도 토크가 나온다. 그러나 순간적인 힘이 아닌 전체 주행을 감안하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디젤 엔진은 2000~4000 rpm 정도의 짧은 회전 범위 안에서 강한 힘(토크)을 낸다. 최고 회전수도 4500rpm 미만인 경우가 많다. 반면 가솔린 엔진은 6000~6500rpm의 최대 회전 범위를 갖는다. 초기에 강한 토크가 몰리는 디젤과 달리 가솔린은 디젤보다 넓은 영역서 일정한 토크를 유지한다. 그만큼 승차감이 좋아지는 것이다.
같은 회사의 동일 모델을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 분명하다. BMW 520d와 528i는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달았다. 그러나 BMW 520d로 2만km를 달렸을 때의 연료비는 196만원이다. 경유 가격이 L당 1659원이라고 가정했을 경우다. 반면 가솔린차인 528i로 동일 거리를 달렸을 때는 연간 317만원(L당 휘발유 값 1855원 기준)이 들어간다.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가 커질수록 격차는 더 커진다. 연료비만 놓고 본다면 520d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고급차’라는 점에 초점을 두면, 성능과 정숙성·승차감에서 528i가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연간 주행거리가 1만5000㎞ 내외인 소비자라면 가솔린 모델의 성능과 승차감에, 연간 주행거리가 2만㎞ 이상이라면 연비에 초점을 두고 차를 살펴보는 게 좋다.
폴크스바겐의 7세대 골프인 GTD와 GTI는 모두 2.0리터 엔진을 달고 있다. 종합 성능은
가솔린 엔진을 단 GTI가 좋다. GTI는 운동 성능에 영향을 주는 무게 배분에서도 유리하다. 전륜 구동형 가솔린 승용차는 보통 앞·뒤 60대
40 정도의 무게 배분을 갖는다. 반면 디젤 차는 65대 35의 무게 배분이 일반적이다. 상대적으로 가솔린 차가 몸놀림이 빠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디젤 차인 GTD쪽으로 더 몰린다. 연비가 좋은 점이 강력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6
대 4 비중으로 GTD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출시한 SM5 디젤은 국산 중형 모델 중 가장 뛰어난 연비(16.5km/L)를
자랑한다. 하지만 1.5L 디젤 엔진은 민첩한 움직임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 불만이 될 수도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면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만든 하이브리드 엔진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정숙성 등 가솔린 엔진이 갖는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디젤차에 버금가는
연비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만큼 가속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도 빠르다. 최근에는 포르셰와 같은 스포츠카 브랜드도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도 2020년까지 90% 이상의 차량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기태 오토뷰 PD, 김선웅 오토뷰 기자 kitaepd@autoview.co.kr [중앙일보] 입력 201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