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10% 줄면 연비 1.7% 개선… 내부 구조 바꾸고 신소재 개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 향상을 위해 쏟아붓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름 한 방울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게 분사 기술을
개선하거나, 공기 흐름에 거스르지 않도록 차체를 미끈하게 디자인하는 것은 기본. 알루미늄·마그네슘·탄소섬유까지 동원해 무게를 줄이고,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에 담았다 꺼내 쓰는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무색할 만큼 자동차 연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타이어다. 무거운 차체를 짊어진 채 땅을 박차고 나갔다가 순간적으로 멈춰서야 하는 타이어는 자동차 연료 소비 요인의 7%
정도를 차지한다.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저항을 10% 줄일 수 있다면 연비가 평균 1.74%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지스톤·스미토모·요코하마 등 대형 타이어 회사를 보유한 일본은 2010년부터 세계 최초로 타이어에도 자동차 연비처럼 효율 등급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 ▲ 극한의 타이어 제동 기술이 필요한 레이싱 경기에선 타이어 성능이 성적을 좌우한다. 트랙이 말라있을 때는 지면과 닿는 면(트레드)에 무늬가 거의 없는 타이어를 사용하고, 젖었을 때는 무늬(그루브)가 두드러진 것을 사용해 파인 홈 사이로 물을 빼낸다. /블룸버그 뉴스
연비 높은 타이어를 만들려면 저항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저항이 낮아지면 제동 능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이 둘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에 비유된다. F1 같은 레이싱 경기에 사용되는 넓적하고 끈적끈적한 타이어가 막강한 제동력을 자랑하지만 연비는 형편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된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은 3가지 방법으로 고연비 타이어를 개발 중이다. 먼저 타이어 구조 설계 기술이다. 타이어는 겉보기와 달리 고무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 고무 외피 바로 안쪽에는 매우 가느다란 철사를 얽어 짠 벨트 층이 위치해 지면의 충격으로부터 타이어를 보호한다. 그 아래는 '카카스'라 부르는 뼈대가 있다. 폴리에스터·레이온 같은 고강도 섬유로 만들어져 타이어가 받는 충격과 하중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누가 더 좋은 소재를 개발해 더 가볍고 강도 높은 구조물을 세우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또 바깥 고무의
재질, 즉 컴파운드(혼합) 기술도 각기 다르다. 한국타이어는 친환경 타이어 '앙프랑'을 만들면서 고무에 실리카라 불리는 일종의 규소 가루를
첨가했다. 실리카는 물과 친한 성질로, 기름 성분인 고무 사이사이에 고르게 분사한 결과 젖은 노면에서 물을 빨아당기는 성질이 배가돼 제동력이
높아지고 연비도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미쉐린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트레드(바닥과 닿는 고무부분) 무늬는 환경적 요소뿐만
아니라 안전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을 흘려보내 수막현상을 최소화하는 직선 무늬와, 노면과의 접촉을 최대한 넓혀 박차고 나가는 힘과
제동력을 극대화하는 곡선 무늬를 적절히 배치하는 게 관건이다.
무늬는 마찰 소음과 승차감까지 좌우한다. 업계에서는 누가 보기에도 더
예쁜 무늬를 만들었느냐를 평가해 산업디자인상을 주기도 한다. 올해 넥센타이어가 타이어 양쪽에 번갯불 무늬를 넣은 아마추어 레이싱용
'N9000'으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상 본상을 받았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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