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

7년 무명에도 당황하지 않고, 웃음을 빡! 끝

해암도 2014. 5. 30. 06:55


-긴 실패 끝에 뜬 개그맨 조윤호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팀 분해… 생계 위해 미용 학원도 다녀
'깐죽거리 잔혹사'로 주목
코너 첫 방영 날 반응 좋아… 방청객 웃었지만 아내는 울어


"유단자인가?" 아니다. 유치원 때 태권도 빨간띠 딴 게 전부다. "지옥을 본 적이 있나?" 이 질문에 잠시 숙연해진다. 7년의 무명 시절이 있었다. "자, 한번 천천히 들어와봐." 인터뷰를 시작하자 개그맨 조윤호(36)가 자신의 허세 섞인 유행어를 줄줄 왼다. 인터뷰는 지난달 16일 오전에 이뤄졌다. 인터뷰 직후 TV에서 세월호 침몰 속보가 터져 나왔다. 여파로 KBS '개그콘서트'는 5주간 결방됐다. 29일 통화에서 그는 "슬픔 뒤엔 웃음이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웃겨 드리겠다"고 말했다.

조윤호는 '개콘'의 인기 코너 '깐죽거리 잔혹사'의 허당 깡패를 연기한다. 식당에 자릿세를 받으러 와 깐죽대다 되레 주인에게 얻어터지는 허풍선이다. 인기를 증명하듯 그는 최근 섬유유연제, 스마트폰 게임, 라면, 통신사 등 9개의 CF를 섭렵했고, 지난 13일부턴 SBS FM라디오 '케이윌의 영스트리트' 고정 게스트가 됐으며, 다음 달엔 tvN 드라마 '벼락맞은 문방구' 시즌2에 합류한다.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양평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조윤호.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양평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조윤호는“박수가 터질 때마다 신기하다. 계속 웃겨 드리는 게 보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시작은 장난이었다. "방송국 희극인실에서 친구들이랑 슬로모션 대련(對鍊)을 했어요. 온갖 멋있는 척을 다 할 수 있잖아요." 재밌다는 반응이 나왔다. 코너를 짰다. "PD님이 '싸움을 책으로 배운 남자' 콘셉트를 잡아주셨죠. 맞아도 안 아픈 척 넘기고 제멋에 취한 허세남(男)이요." 첫 녹화는 지난 1월 1일이었다. 파트너(이동윤)에게 한 대 얻어맞은 뒤 주먹을 천천히 뻗으며 외쳤다. "당황하지 않고, 울대를 빡! 끝." 그가 입꼬리를 씩 올리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생전 처음, 그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걸렸다. "어설픈 허세가 귀여웠나 봐요. 맞아도 아파하지 않고, 잘 안 돼도 당황하지 않고."

실패는 길었다. 처음엔 3인조 아이돌 가수로 출발했다. "2002년이었죠. 그룹명을 '이야말로'로 지었어요. 긍정적인 걸 강조할 때 많이 쓰는 부사더라고요." 보컬이었지만 노래를 못했다. 팀은 공중분해 됐다. 미용 학원에 다녔다. 손기술이 좋은 그에게 3개월 뒤 월급 200만원짜리 일자리 제안이 들어왔다. 때마침 개그맨 시험이 있었다. "대학 선배인 개그맨 권재관씨가 '같이 개그맨 시험 보자'고 하더라고요." 아마추어에게도 출연 기회를 준 KBS '폭소클럽'을 거쳐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이 됐지만, 길은 험했다. "작년이 최악이었죠. 코너 2개가 일주일 만에 폐지되고, '달라스'라는 코너는 한 달 녹화했는데 한 번도 방송이 안 나갔어요." 생활비 때문에 적금 2개에 주택보험도 깼다. "작년 11월 막내 작가한테 전화가 왔어요. 단역에 추가 캐스팅됐다고요. 원래 막내들 생활비 유지하라고 챙겨주는 역할인데, 착잡했죠."

그는 대학 때 '출세기'라는 연극을 한 적이 있다. 20여 일간 갱도에 갇혀 있던 광부가 결국 구조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실화다. "이 코너가 처음 방송되던 날 아내가 울더라고요. 요즘엔 두 살배기 아들이 절 따라 해요. 아파도 당황하지 않고, 빡!"

정상혁 | 기자 입력 :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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