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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과 감사 - Wounda - "거의 죽을 뻔했다"

해암도 2014. 3. 11. 08:56

위안과 감사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우리는 슬픈 일을 당했을 때 누가 손을 잡아주거나 포근하게 안아주면 큰 위안을 받는다. 때론 이런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더라도 그저 가만히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든든하게 느낀다. 언뜻 보아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자연계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동물은 인간을 비롯한 몇몇 유인원, 개, 그리고 까마귓과의 새들이 전부다.

최근 미국 에모리대의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월(Frans de Waal)의 연구진은 아시아코끼리를 이 반열에 올려놓았다. 코끼리는 위험을 감지하면 귀와 꼬리를 곧추세우고 저주파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아예 긴 코를 나팔처럼 사용해 큰 소리로 운다. 북부 태국의 코끼리 캠프에 사는 코끼리 26마리를 1년 이상 관찰한 연구진은 이처럼 괴로워하는 코끼리에게 근처에 있던 다른 코끼리들이 다가와 코로 얼굴을 쓰다듬거나 심지어는 코를 상대의 입안으로 넣기도 하는 걸 여러 차례 관찰했다. 자기 코를 다른 코끼리의 입안에 넣는 행동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로할 때 하는 이런 행동은 위안에 대한 감사를 표시할 때 거의 정확하게 반복된다. 인터넷에서 'Wounda'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정말 감동적인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사냥꾼에게 엄마를 잃고 온갖 병마에 시달리며 죽어가던 침팬지를 콩고 제인구달연구소 직원들이 정성스레 보살펴 2013년 6월 20일 야생으로 방사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다. '운다'라는 이름의 이 침팬지는 숲으로 향하기 전에 그동안 자기를 돌봐준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마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동행한 구달 박사를 발견하곤 한참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마치 제인 구달(Jane Goodall·영국 동물학자) 박사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자기를 비롯한 많은 침팬지가 새 삶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듯.

'Wounda'는 콩고 말로 '거의 죽을 뻔했다'는 뜻이란다. 하지만 나는 '운다'가 구달 박사를 끌어안는 장면에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위안과 감사의 포옹은 똑같이 따뜻하다.

최재천 |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 201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