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혈액 순환 개선, 다이어트..." 맨발걷기, 정말 만능인가

해암도 2024. 8. 25. 08:44

건강에 효과 있나
맨발걷기 논문 18편 분석…"어싱 기업의 마케팅일 뿐" 비판도

 
 
맨발걷기는 신체적,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최근 5년 사이 여럿 발표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정말 맨발걷기가 효과가 있나요?”

 

맨발걷기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댓글의 반응은 정확히 반으로 나뉜다. 한쪽은 맨발걷기를 통해서 정말로 건강이 회복됐다는 증언이 대세를 이루며, 다른 한쪽은 운동화 신고 걸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반박으로 채워진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하나는 지압이다. 한의학에선 신체의 각 기관과 연결된 경혈점이 발바닥에 모여 있어 지압효과로 각 기관의 혈류량이 증가해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접지Earthing다. 대개 ‘어싱’이라고 부른다. 미국 심장 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가 저술한 책 <어싱>에서 제시한 가설로, 땅에 맨살을 대면 지구의 음전하가 몸 안으로 들어와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 준다고 한다.

 

현대의학은 대부분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 스티븐 노벨라 박사는 이 어싱 효과에 대해 “무가치한 연구의 전형으로 끔찍한 방법론으로 플라시보 효과와 주관적인 감상을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며 “활성산소를 없애는 건 음전하가 아니라 항산화제”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국내 의학계도 “덮어놓고 맨발걷기를 하다가 봉와직염,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종 등이 생긴 환자가 늘고 있다”며 “부상으로 인한 파상풍 우려도 있으니 맨발걷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맨발걷기 인구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일단 걸어보면 진짜 좋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또한 의사들의 의견도 실제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론에 입각해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그래서 실제 맨발걷기를 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찾아봤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됐거나 석사, 박사학위 논문만 엄선했다. 이에 따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맨발걷기는 꽤 효과가 있어 보인다.

 

◇1. 맨발걷기 VS 운동화걷기: 혈관건강 확연히 좋아져

연구에선 맨발걷기가 운동화를 신고 걷는 것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낸 사례가 보고됐다. /C영상미디어
 

맨발걷기에 부정적인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운동화 신고 걸어도 똑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숲길 맨발걷기가 혈관 건강과 스트레스 및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꽤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수도권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맨발걷기와 운동화걷기를 각각 9명씩 8회 시행한 후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먼저 혈관 건강지수. 맨발로 걸으나 운동화로 걸으나 혈관 건강은 긍정적으로 좋아졌다. 하지만 맨발걷기가 운동화걷기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실험 시작 전 맨발걷기 집단과 운동화걷기 집단의 혈관나이는 실제나이보다 각각 16.89세, 13.11세 많았다. 그런데 각각 걷기 프로그램을 수행한 후에는 각기 1.78세, 3.11세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맨발걷기는 15년, 운동화걷기는 10년 젊어진 셈이다.

 

생리적 스트레스 지수, 지각된 스트레스 변화는 두 집단 모두 미세하게 감소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진 않았다. 다만 심리적 행복감의 경우 맨발 이용객이 확실히 더 강하게 들었다. 심리적 행복감은 쾌락적 즐거움, 몰입감, 자아실현, 자신감의 4가지 항목으로 검증했는데 이 중 쾌락적 즐거움이 유의미하게 강했고 나머지 3개 항목은 약간 높았다.

연구진들은 맨발걷기 후 뇌파, 맥파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C영상미디어
집단별 혈관 건강지수 차이와 변화. 자료 '숲길 맨발걷기가 혈관 건강과 스트레스 및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월간산
 

‘숲길 맨발걷기의 효과 검증’ 연구는 위 논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국 6개 숲길에서 성인 305명(맨발 153, 신발 152)을 대상으로 추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몇 가지 살펴볼 만한 차이가 있는데 먼저 걷는 목적이 있다. 두 집단 모두 ‘건강유지’가 최우선인데 맨발걷기는 2순위가 ‘질병 치유’다. 반면 운동화걷기 집단은 기분전환, 깊은 수면 순이다. 운동화걷기 집단은 여가 생활로서 걷는 반면, 맨발걷기 집단은 질병 치유라는 간절한 목적을 갖고 걷는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심리적 행복감은 맨발 집단이 높았다. 이는 걷는 과정의 행복은 동일하지만 숲길과 자연을 맨발로 느낄 때 얻는 긍정적인 감정이 추가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2. 중장년의 맨발걷기: 자아존중감 높여 주고 노화 늦춰

맨발걷기 효능 검증을 위해 숲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사진 '숲길 맨발걷기의 효과 연구'.
 

맨발걷기를 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다. 그래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년여성의 맨발걷기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를 보면 이들이 왜 맨발걷기를 하는지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다. 연구에서 도출된 키워드로는 ‘멈추고 싶은 순간 넘기기’, ‘살아나는 신체’, ‘대지와의 교감’, ‘같이 걷는 사람들의 지지’, ‘건강을 지켜주는 동반자’ 등이 있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쭉 이어 읽으면 이들에게 맨발걷기가 어떤 의미인지 유추된다.

 

연구진은 “중년여성은 발달단계에 있어 여러 가지 변화를 경험하게 되며, 특히 폐경을 경험함으로써 신체적으로는 월경불순, 열성 홍조, 심계항진, 불면증, 요실금, 골다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피로, 의욕상실, 우울, 두려움, 불안 등 복합적인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며 “대화의 장도 얻을 수 있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아존중감도 높일 수 있으므로 맨발걷기는 중년여성에게 적합한 운동이라고 사료된다”고 했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있다. ‘맨발걷기 운동이 폐경기 여성의 여성호르몬, 뇌신경세포 성장인자 및 면역글로불린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 역시 맨발걷기 집단과 운동화걷기 집단을 따로 구성했고, 걷기 시작 전후로 여성호르몬과 뇌신경세포 성장인자, 면역글로불린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일단 걷기운동 자체가 폐경기 여성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맨발로 걸으면 그 효과가 더 높아진다. 연구진은 “맨발걷기는 여성호르몬, 뇌신경세포 성장인자 및 면역글로불린 수준을 정상범위 내에서 유지시키고 긍정적으로 개선해 노화의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모래사장 맨발걷기가 허리통증이 있는 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모래사장 위 맨발걷기가 허리통증이 있는 노인의 통증, 운동기능, 수면만족도,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 연구'
 

노년층은 어떨까? ‘모래사장 위 맨발걷기가 허리통증이 있는 노인의 통증, 운동기능, 수면만족도,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 연구’에 따르면 이 역시도 맨발걷기가 운동화걷기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통증 감소, 요통 기능장애 개선, 균형능력 향상, 동적균형 및 보행능력 향상, 수면 개선에는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됐다. 다만 삶의 질의 경우에는 차이가 없었다.

 

맨발걷기 집단의 실험 전후 척도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통증 척도는 5.9점에서 4.1점으로, 기능장애 정도는 16.3점에서 11.4점으로, 균형능력은 48.1점에서 52.9점으로, 동적균형 및 보행능력 반응 속도는 11.3초에서 9.4초로, 수면만족도는 42.1점에서 55점으로 각각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또 재밌는 연구가 있다. 40대 이상 맨발걷기 성인 3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맨발걷기가 심리적 만족과 외모 만족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인데 맨발걷기 이용자들은 맨발걷기의 신체적 효과를 5점 만점 중 4.52점, 정서적 효과는 4.38점으로 매우 고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신체적, 정서적 효과를 고평가할수록 심리적 만족도가 높았고, 이것이 외모 만족도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 그러니깐 맨발걷기를 즐겁게 할수록 외모를 만족하는 경향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3. 청소년 대상 연구: 비만 감소하고 머리도 좋아져

대부분 도시에서 자라 자연을 경험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겐 맨발걷기 프로그램이 대부분 유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영상미디어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총 8편이 확인됐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심신이 모두 건강해지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역량에 기반한 초등학교의 맨발활동 탐색’은 맨발걷기는 물론 맨발 모래놀이, 맨발 이어달리기, 맨발로 산책하고 시 쓰기 등 다양한 맨발활동을 진행한 후 학생의 변화를 관찰했다. 체력향상과 자기관리 역량 향상, 심미적 감성 역량 함양, 정서 조절 능력 및 감성 능력 발달, 지식정보처리 및 창의적 사고 역량, 의사소통 역량 및 공동체 역량 함양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뇌기반 맨발리듬트레이닝을 실시한 후 신체 및 심리·정서적 변화, 뇌파와 두뇌활용능력을 검증한 2편의 논문도 마찬가지다. 뇌기반 맨발리듬트레이닝이랑 두뇌체조를 결합한 운동 메뉴를 맨발로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다리 두 번 앞으로 뛴 후 발 벌려 좌·중·우 앞으로 뛰기 등 복잡한 동작이 이어진다.

 
맨발걷기를 시행한 청소년들의 변화. /사진 (위) '맨발활동이 초등학생의 체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 (아래) '맨발 걷기운동이 중학생의 인지기능 및 두뇌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트레이닝은 하루 40분, 8주간 주 4회 이상으로 밀도 있게 진행됐다. 그러자 신체변화로는 체력 향상, 면역지수 향상, 피부질환 개선, 발바닥 및 발목통증 개선, 수족냉증 개선, 무릎, 허리, 목 등의 통증 개선 체중 및 복부비만 감소, 비염 및 소화불량 개선 등이 일어났다. 또 심리·정서적 변화로는 신체활동에 대한 부담감 개선 및 자신감 향상, 집중력과 성취감 향상, 끈기 및 인내심 향상, 수업태도의 긍정적 변화, 가족, 교사 및 교우 관계 개선, 학업스트레스 해소 및 불면증 개선 등이 있었다.

 

뇌기능도 향상됐다. 감마파와 하이 베타파, SMR파 등 뇌파를 측정한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 트레이닝을 한 집단이 흥분과 스트레스는 낮고, 편안한 상태의 이완된 주의집중력은 더 뛰어난 것으로 예측됐다. 또 두뇌활용능력 측정 결과 인지 속도 및 강도, 주의집중력이 더 효과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흔히 아는 맨발걷기가 아니라 두뇌체조가 결합된 맨발리듬트레이닝에 대한 연구라 결과가 너무 과대하게 나온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해당 연구진은 중학생에 대해 맨발걷기와 운동화걷기 비교 연구도 진행했다. 여기서도 맨발걷기 집단이 운동화걷기에 비해 인지강도와 속도, 집중력이 높고 두뇌스트레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BMI가 25.0 이상인 비만 남자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맨발걷기와 운동화걷기 결과도 참고할 만하다. 12주간 각각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 맨발걷기 집단의 복부비만율, 안정 시 심박수와 안정 시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 등이 운동화걷기 집단보다 더 큰 변화량으로 감소했다. 반면 기초대사량과 기초체온은 더 큰 변화량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운동의 형태와 강도가 동일하다면 맨발걷기가 운동화걷기보다 운동 효율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1년여 간 맨발걷기를 실시한 후 동일학교 5학년과 비교한 연구도 있었다. 맨발걷기를 한 결과 유연성, 심폐지구력, 순발력, 근지구력 순으로 체력이 향상됐는데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 동일학교 5학년보다도 심폐지구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특성상 얼마나 맨발걷기가 이에 관여했는지 따로 떼어내 보긴 어려운 결과다.

 

◇4. 맨발걷기 효과 못 본 연구도 있어: 반면 ‘어싱매트’가 수면의 질 개선했다는 보고도

어싱제품을 사용하면 수면의 질이 약간 좋아졌다는 연구도 있었다. 확실히 영향을 줬다는 결론은 아니다. /사진 '어싱매트가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
 

정반대로 맨발걷기를 충분히 시행했는데도 불구하고 효과를 검증해내지 못한 연구도 있다. ‘8주간의 걷기운동과 맨발걷기가 중년여성의 혈중 세로토닌과 코티졸,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에 미치는 영향’에선 모든 스트레스 호르몬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맨발걷기가 중년여성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어싱 기법을 적용한 황톳길 맨발걷기가 자율신경계와 혈압에 미치는 영향 연구’도 마찬가지다. 성인 33명을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교감신경이나 자율신경 균형비, 혈압과 심박수에서 다소 평균값이 감소하는 추세 변화는 관찰할 수 있었지만 통계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며 일회성 어싱 기법을 적용한 황톳길 맨발 걷기는 자율신경계와 혈압 변화에 있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낳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어싱제품이 일부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도 있었다. 어싱제품은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우리 몸에 연결할 수 있도록 ‘접지’시켜주는 제품들을 일컫는다. 학술적으로는 지구 표면과 전도성 접촉됐다고 말한다. 작동 원리는 대개 콘센트에 안전을 위해 설치된 접지선을 활용해 지구 표면과 전기적으로 접촉한 상태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어싱매트가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요양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어싱매트를 사용하게 한 후 수면의 질에 대해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다. 연구진은 큰 차이는 아니지만 어싱매트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군이 어싱매트를 사용하지 않는 환자군보다는 약간 수면의 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어싱매트의 효과가 수면의 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확실히 영향을 준다고 결론지을 순 없고 관련성이 있다 정도로 갈음했다.

 

반면 이러한 어싱제품에 대한 연구에 대해 심각하게 반발하는 의견도 있다. 해리엇 할 박사는 한 기고문에서 이렇게 전했다.

 

“어싱제품 연구는 소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고, 대부분의 연구가 어싱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 어싱을 지지하는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거나 너무 모호하고 의미가 없어 검증할 수 없다. 수면은 매우 주관적이고 그 질은 종종 삶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신발은 위험하지 않다. 당신의 몸에 필요한 건 음전자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다.”

 

◇5. 전문가들, “맹신은 금물...운동 측면에서 접근해야”

맨발걷기, 어싱이 효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해선 이미 여러 차례 논쟁이 있어 왔다. 지금도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맨발걷기 효과에 대해 많은 의사와 과학자 등 전문가는 증명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원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맨발걷기와 어싱 관련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기만 하면 효과를 봤다는 댓글이 우수수 달린다.

 

전문가들은 맨발걷기의 효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걷기 운동은 유산소 운동으로 혈압과 혈당 조절을 원활하게 한다. 관절의 가동 범위도 넓힌다.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또 맨발로 걸을 경우 발바닥 신경을 통해 다양한 자극이 몸에 전달되면서 혈액순환과 두뇌활동을 촉진한다. 특히 맨발로 걸을 경우 신발을 신고 걸으면 근육의 움직임이 많아 운동량도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맨발걷기 혹은 어싱에 관한 과도한 맹신이다. 이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어싱 관련 피해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어싱에 빠진 한 60대 남성은 집에서도 어싱 효과를 얻기 위해 어싱 매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구매자의 집이 비접지 건물임을 강조하면서 은으로 된 고가의 접지선을 추가 구매 후 설치까지 해야 한다고 속였다. 남성은 결국 비싼 가격에 어싱 매트를 구매했다. 남성은 이후 집에서 특별한 어싱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억울해 했다.

 

또 암 환자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카페 게시판엔 ‘어싱’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는 게시물이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환자에게 어싱 매트, 어싱 패드, 어싱 밴드 등을 홍보하면서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현혹시키는 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업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에게 독이라면서 어싱이 들어간 단어는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맨발걷기나 어싱은 운동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라톤 대회와 트레일러닝 대회 등에 수차례 출전한 경력이 있는 한 정형외과 의사는 “맨발걷기는 분명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기분전환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라면서 “아프리카 원시 부족처럼 태어나자마자 맨발로 다닌 사람이 아닌 이상 맨발로 장시간 걷는 것은 힘들다. 1시간 동안 맨발로 걸으면서 운동하는 것보다 운동화를 신고 10시간을 걷고 뛰는 것이 건강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을지로정형외과 전상호 원장도 맨발걷기, 어싱의 효과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여름 휴가철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다수가 휴가지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다친 경우다. 비교적 관리가 잘된 해변 등지에서도 사고가 일어나는데 지면이 고르지 않은 산 속에서 맨발로 장시간 걷는다면 발에 부상을 입을 확률이 매우 크다. 어싱으로 인한 효과를 보기 전에 발을 다쳐서 병원을 찾는 횟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면서 우려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서현우·윤성중 월간산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