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왜 자꾸 살찌나 했더니…‘1만보 걷기’ 뜻밖 부작용

해암도 2024. 8. 20. 05:12

여러분은 하루에 몇 보 걸으시나요? 걷는 양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걷고 계신가요? 내가 잘 걷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목하세요. 오늘 ‘뉴스 페어링’은 트레이너들의 스승이자 윤성빈·기성용 등 국가대표 선수의 재활 트레이닝을 맡았던 스포츠과학 전문가, 홍정기(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장) 교수와 평생 젊게 걷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홍정기 교수는 매일 힘차게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걸음마를 시작한 뒤로는 어렵지 않게, 무심코 걷게 되죠. 하지만 걷기는 단지 근육의 힘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복합적인 움직임이자 그 사람의 건강이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보행 습관이 잘못된 것인지, 보폭과 속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정리했습니다. 통증 없이 걷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 원칙도 홍 교수가 직접 보여드립니다.

또 걷기는 특별한 도구 없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평소보다 빠르게 걷는 게 중요한데요, 걷는 내내 속도를 높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죠. 홍 교수는 “20초를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무슨 방법인지 영상에서 설명해 드립니다. 뇌에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걷기 방법과 신발 선택 기준도 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트레이너들의 스승님'이라 불리는 홍정기(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장) 교수가 직접 올바른 걷기 방법을 시연하는 모습. 홍 교수는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운동과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1 평생 두 발로 걷기 위해 지켜야 할 것
-혹시 나도? 잘못된 보행 습관 세 가지❌
-적당한 보폭 찾는 간단한 공식
-‘100점 걷기’ 직접 보여드립니다

📍2 걷기로 최고의 운동 효과 내는 법
-빠르게, 오래 걷는 ‘20초의 비밀’⌚
-뇌에 다양한 자극 주는 걷기 비법
-이런 신발 잘못 신으면 발 건강 해친다👟

“걷기는 만병통치약이다.” 스포츠의학 관점에서 맞는 말인가?
최근 유럽예방심장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따르면, 하루에 2337보씩 걸으면 심장질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매일 3967보를 걸으면 모든 질환에 걸릴 수 있는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2.4km 정도 걷기만 해도 이렇게 좋은 효과가 나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업병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볼 것 같다. 자주 보이는 잘못된 보행 습관이 있나?
첫 번째는 느리게 걷는 것이다. 빨리 걸을 수 있는데도 느리게 걷는 건 잘못된 보행 습관이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서 걸음은 계속 느려지기 때문에 걸을 수 있을 때 조금 속도를 내는 게 좋다. 두 번째는 구부정하게 걷는 것이다. 핸드폰을 안 하더라도 앞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이런 자세들이 보인다. 또 무릎을 과도하게 구부리면서 걷거나, 반대로 무릎을 너무 팡팡 펴면서 걷는 것도 잘못된 습관이다.

평소 걷는 습관만 잘못돼도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가?
정확한 관절의 모양으로 걸어도 힘든 건데, 이상한 움직임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지 않나. 연골과 인대의 (가동 범위는) 굉장히 제한적인데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는 것이다. 운동을 하고도 몸이 아픈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바른 자세로 걷는 게 중요하다.


홍 교수는 "걷는 양에 상관없이 통증이 생기거나 보폭이 키에 비해 너무 좁다면 보행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걷는 법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잘 걷고 있는지 자가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먼저 증상을 보면 알 수 있다. 3천 보를 걸었든, 동네에서 산책을 하고 왔든 걸은 후에 관절에 통증이 있으면 안 된다. 또 허리나 무릎, 발바닥이 아픈 증상은 잘못 걸었다는 증거들이다.

또 하나는 본인이 확인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보폭이 너무 좁게 나오면 안 된다. 제 키가 175cm인데, 175cm 정도 되는 키를 가진 사람의 평균 보폭은 약 75cm다. 자신의 키에서 100을 뺀 수치로 생각하면 쉽다. 너무 잘게 걷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신발을 살펴봤을 때 계속 안쪽으로 과하게 닳는 마모 현상이 보여도 잘못 걷고 있다는 신호다. 자꾸 엄지발가락 쪽에 티눈이나 굳은 살이 심하게 생기면서 통증이 있는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이동을 위해 하는 걷기와 운동으로서의 걷기를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으로 걷기를 할 때 꼭 지켜야할 요소가 있나?
운동으로 걷는 건 속도가 중요한 요인이다. 평소보다 더 빨리 걸을 필요가 있다. 문제는 계속 빠르게 걷긴 힘드니 팁을 드린다면, 짧게는 20초 정도만 빠르게 걷고 그 다음에 한 1~2분은 평소 속도대로 걷는 방법이다. 이렇게 10번 반복하면 200초 정도 빠르게 걷는 셈인데, ‘빠른 근육’이 없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빠르게 이동하게 하는 근육이 없어지는데, 이렇게 걸으면 빠른 근육이 줄어드는 걸 막는 동시에 빠른 근육을 만들 수도 있다.

걸을 때 팔은 어떻게 움직이면 운동 효과가 좋나?  
괜히 팔을 의식해서 어깨를 많이 들면 어깨가 불편할 수 있다. 다리와 반대 팔이 앞으로 나가면서, 높이는 코와 눈의 위치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 손은 계란을 살짝 쥔 것처럼 가볍게 잡는다. 팔 흔들기를 통해서도 칼로리 소모가 많이 될 뿐만 아니라 팔을 흔들 때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걸을 수 있다. 가만히 두고 걷는 것보다 우리를 앞으로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홍정기 교수가 시연하는 ‘제대로 걷는 법’✔️



✳️영상 7분40초부터
1 우선 몸을 바르게 세우자.
2 걸어 나갈 땐 발 뒤꿈치부터 지면에 닿게 한다.
3 뒤꿈치를 견고하게 댄 상태에서 마치 굴러가듯이 걷는다.
4 많이 하는 실수! 무게중심을 뒤에 놓지 말자. 발가락으로 땅을 민다는 느낌으로.

요즘에는 걸음 수를 매일 확인하는 분이 많다. 나의 한계치보다 많이 걸어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자신의 신체 능력이나 컨디션보다 더 많이 걸으면 흥미로운 게, 다음 날 식욕이 왕성하게 당긴다. 걸은 후에 너무 많이 먹게 되거나 밤까지 자꾸 단 게 먹고 싶게 되는 거다. 코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인데, 혈당을 올리고 싶어 하는 경향성이 있다. 만약 4000보 걸었을 때는 냉장고 문을 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8000보 걸었더니 잠을 자다가 깨거나 생체 리듬이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무리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보행 수를 올려야 한다.

몸이 운동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갑자기 건강검진을 받고 단기간에 (운동량을) 늘리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관절 통증도 생기고, 무리해서 걷다가 더 길게 쉬면 체중도 늘 수 있다. 또 여기서 심리적 실패감을 겪을 수 있으니, 성취감을 조금씩 키우면서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저는 달성 가능한 운동 가이드라인을 드리고 싶다. “It’s better than nothing”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가서 500보, 1000보라도 걷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적으로 오랜 시간 걷기 힘든 분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걷기 방법이 따로 있을까?
일단 시간이 부족하거나 나가기 힘든 분께는 제자리 걷기를 적극 추천한다. 무릎을 높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 책상에서 일어나서 발목만 들었다 내렸다 하는 방식을 반복하면 된다. 의자를 잡아도 괜찮다. 60번 하면 1분 정도 된다. 일하는 시간이 7시간이면, 45분~1시간마다 일어나서 2분 정도 이 동작을 반복하면 하루에 6~7회 정도 할 수 있다. 한 번에 30~40분 운동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쇼핑하는 것은 다들 좋아하시더라. 대형 쇼핑몰에 가서 한 바퀴 돌면 거리가 꽤 나온다. 지치고 지루할 땐 물건들도 보면서 걷다 보면 3천 보 정도는 금방 채울 수 있다.

항상 똑같은 자세로 걷는 것보다 다양한 자세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어떤 변화를 주면 좋은가?
뇌과학적으로 많이 추천하는 보행법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보행 속도가 늦어지고, 근력이 떨어지면서 보행이 힘차고 에너제틱한 모양새를 잃어간다. 걷던 대로 걷는 것을 피하면 뇌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공공장소가 아닌 열려 있는 산책로에선 스모 선수들처럼 다리를 벌리고 한번 걸어보는 거다. 일부러 보폭을 옆쪽으로 넓혀서도 걸어보고, 모델처럼 평균대에서 걷듯이 걷는 방법도 있다. 앞에 사람이 없다면 옆으로 ‘게걸음’을 해보는 것도 좋다. 안전을 확인하고 속도를 줄여서 뒤로도 걸어 보자. 또 걷다가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한 5m만 해도 꽤 좋은 효과가 난다.

뇌에 다양한 자극을 주면 인지 장애 예방에도 좋고, 더 나아가서는 치매 예방도 좋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걸을 때 안 쓰던 근육에 자극이 가기 때문에 근육이 더 많이 동원된다. 다양한 자세로 걸을 때 동일 시간 대비 훨씬 더 좋은 운동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실내 계단을 오르내리는 분들도 많이 보인다. 건강하게, 효과적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팁을 준다면?
한 다리가 계단을 올라갔을 때, 어깨가 무릎보다 살짝 앞에 위치해야 한다. 약간 앞으로 쏟아지는 느낌으로 오르는 게 바른 자세다. 이 방법이 버겁다면 손잡이를 잡고 몸의 중심을 앞으로 하는 게 좋다. 엉덩이 쪽이 늘어나고, 앞으로 약간 구부러진 느낌으로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에 부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게중심이 뒤쪽에 있고, 손잡이를 잡고 끌고 가듯이 올라가면 팔도 힘들지만 무릎에 부하가 많이 간다. 천천히 발을 대고 지그시 밀어서 올라가는 방식으로 오르면 무릎의 불편함도 없어지고, 근육에 힘이 먹게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내려갈 때는 반대다. 몸을 바로 세우고 발만 밑으로 먼저 내리는 방식으로 내려가야 한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어떤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나?
우리를 추진시킬 수 있는 엉덩이 근육, 그리고 무릎 앞쪽에 대퇴사두근이라는 하체에서 가장 주요한 근육을 발달시키는 데 계단 오르내리기만큼 좋은 게 없다. 또 우리 몸 뒤쪽의 근육들은 자세 근육이기도 하고,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이동성 내재 역량’ 근육이기도 하다. 오르기뿐 아니라 내려가는 동작도 근육에 도움이 된다. 천천히 내려가면서 근육이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걸을 때 어떤 신발이 좋은지도 많이들 궁금해한다. 러닝화 같은 기능성 신발을 일상화로 신는 사람도 많고, 신발 종류가 정말 많아졌다. 그냥 걷는 용도라면 어떤 신발이 적당한지 가이드를 준다면.
일단 관절이나 발바닥에 통증이 없는 분들은 가능하면 밑깔창이 너무 높지 않은 것을 신는 게 좋다. 걸을 때 쿠션이 너무 크면 발 안의 근육이 자극받는 게 조금 약해진다. 발의 내재근이라고 하는데, 발 안에도 근육이 꽤 많다. 그 근육이 우리를 잘 걷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신발의 앞이 위쪽으로 올라가 있는, 곡선을 치면서 올라가 있는 신발은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걸으면서 발가락을 쫙 모으면서 걷는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 발가락을 구부리는 근육들이 힘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신발이 두툼하고 앞이 올라가 있으면 발이 그런 기능을 안 해도 된다. 발 근육들이 게을러진다. 그래서 좀 납작하더라도 걸을 때 발이 계속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신발들을 요즘 많이 추천하고 있다.


사진 pixabay

그럼 발이 당장 편하다고 느껴도 따지고 보면 발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는 건가?
노년이 됐거나 관절이 약해서 한 번 내디딜 때마다 아픈 분들이라면 쿠션으로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85세까지 근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계속 높일 수 있는데, 이걸 너무 일찍 중단해 버리면 발 근육도 약해지고, 균형감각도 사라지고, 그러면 낙상하게 되는 이런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 조금 얇은 신발 바닥으로 발 근육을 강화시키자,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맨발 걷기도 많이 하는데, 발바닥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거니 긍정적인 효과가 나는 건가?
할 수만 있다면 맨발 걷기를 적극 추천한다. 저도 황토를 깔아 놓은 전국의 유명한 맨발 걷기 코스를 직접 찾아가서 걷곤 한다. 일단 발이 양말과 두툼한 신발 안에서 지면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 한번 나가서 양말 벗고 흙과 땅을 느끼면서 발의 구석구석이 자극받는 경험을 해보셔도 좋다. 발의 민감함을 회복하면 걷는 동작도 더 안정화되고, 균형감각도 좋아질 수 있다. 맨발 걷기의 과학적 효과는 연구로는 아직 많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보고되는 증상들이 좋으니 시도해 봐도 좋다.



에디터    최하은     중앙일보 기자    발행 일시20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