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수학 교육에 새 바람 ‘깨봉 수학’으로 화제, 조봉한 대표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서울대 수학과 학생과 초등학생이 같은 수학 문제를 푼다. 3, 7, 13, 21, 31… 이런 식으로 수열(數列)이 이어질 경우 100번째 숫자는 무엇이 될지 알아맞히는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연산 문제. 서울대생은 볼펜으로 숫자들을 끄적이며 해당 수열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을 계산하기 바쁘다. 반면 초등학생은 연필을 잡는 대신 색깔이 다른 블록 모형을 각 숫자에 맞춰 쌓는다. 수열이 바뀌는 규칙부터 먼저 찾으려는 것. 결과는 2분 만에 답 ‘10101′을 적어낸 초등학생의 승리. 서울대생도 정답을 맞히긴 했지만 15초 늦었다
몇 해 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이 수학 대결 영상은 국내 유튜브 수학 콘텐츠 1위 채널(구독자 31만명, 20일 기준)인 ‘깨봉수학’의 운영자이자 수학 교육 콘텐츠 플랫폼 기업 이쿠얼키 창업자 조봉한(57) 대표가 제작했다. 공식 위주의 뻔한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수열의 핵심인 숫자의 변화 패턴을 바로 공략하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문제의 답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생을 이긴 초등학생은 수학 영재가 아닌 평균 수준의 학생이었지만 ‘깨봉수학’ 수업을 3주 듣고 난 뒤 수학의 기본 원리를 깨우치면서 초등학교 과정을 벗어나는 어려운 수학 문제도 척척 풀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이처럼 기존 수학 교육의 틀을 부숴버리는 파격으로 최근 학원가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 구구단, 분수, 소금물 농도 구하기 등 주로 초등학생들이 힘겨워하는 내용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이색 강의로 수학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수포자(혹은 예비 수포자)들을 건져올리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도 숨겨진 핵심을 파악해 5분 안에 풀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게 깨봉 강의의 목표. 구구단을 외지 않고 복잡한 곱셈하기, 연산 없이 두 개의 분수 크기를 비교하기, 제곱 계산을 종이에 적지 않고 푸는 방법 등이 그렇다.
조 대표가 영상 말미에 ‘참 쉽죠?’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로 강의를 마치면 넋을 잃고 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탄식을 쏟아낸다. ‘나는 왜 저런 식으로 수학을 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을 것’이라며. 학생, 학부모만 열광하는 게 아니다. 건축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대학 교수, 수학 인강 강사 등 직업상 수학을 다뤄야 하는 사람들이 그의 강의 영상을 찾아보며 감탄한다. 이른바 ‘수학계 아이돌’. 특히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교수의 한국인 최초 필즈상 수상으로 국내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천편일률적인 암기 위주에서 벗어난 조 대표의 실험적 강의 영상도 최대 조회수 180만회를 넘으며 유튜브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깨봉’의 수학 교육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구구단 외우면 망한다
-구구단을 외우지 말라고 주장하는데.
“그냥 무턱대고 외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들은 어릴 때 구구단을 외우고 컸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구구단을 암기하도록 시킨다. ‘우리 애는 6살인데 9단까지 끝냈어요’라며 자랑하는 부모도 봤다. 심한 말일지 모르지만 이건 자녀를 바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구구단을 외우면 바보가 된다?
“3 곱하기 9를 물으면 초등학생들은 쉽게 27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계적으로 외우면 안 된다. 수학 식을 봤을 때 이 식이 무엇을 물어보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우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인가.
“수학을 외우는 게 아니라 시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곱셈은 직사각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3×9의 경우 사과 9개가 나란히 3줄씩 있는 사각형 형태를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각 줄에 사과를 한 개씩 더해 10개씩 맞추면 사과는 총 30개가 되는데 9는 10에서 1을 빼기 때문에 3×9는 30에서 3을 뺀 27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식으로 다른 구구단도 만들 수 있다.”
-왜 숫자를 10으로 바꿔야 하나.
“사람 손가락이 열 개이기 때문에 십, 백, 천, 만 이런 식으로 계산하는 게 익숙하다. 우리가 쓰는 숫자가 십진법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9단을 가장 어려워하지만 한 자리 숫자 중 9가 10에 가장 가까운 숫자기 때문에 9단이 계산하기 가장 간편하다. 무턱대고 구구단을 외우면 수학을 생각하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구구단을 외우면 연산이 빠른 건 맞지 않나.
“한 자릿수 숫자끼리 곱셈은 그럴 수 있다. 그러면 3×99, 3×999는 어떻게 계산할까.”
-곱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당신(기자)을 비롯해 대부분 사람들이 초등학교에서 3과 99를 일일이 곱하라고 배운다. 하지만 숫자의 근본을 알면 그렇게 안 한다. 99는 100에서 1을 뺀 수다. 3과 100을 곱해 나오는 300에서 3을 빼면 답이 쉽게 나온다. 어떤 게 편한가. 구구단은 수학의 첫걸음인데 외우라고만 하면 아이들은 ‘수학은 단순 암기 과목’이라는 인상만 갖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10단 이상도 외우는데.
“구구단은 일상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머릿속에 저장돼 있다면 유용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99단까지 외울 순 없다. 무작정 외우면 외운 문제만 풀고 새로운 문제를 풀지 못한다. 생각하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수학의 핵심을 뚫는 접근 방식은 나중에 고등학교에 나오는 삼각함수, 인수분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른 수학 문제도 쉽게 풀 수 있나.
“초등학생들이 구구단의 벽을 넘으면 소금물 농도 문제와 분수에서 또 좌절한다. 구구단과 마찬가지로 ‘핵심’을 간파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소금물은 통상 ‘23% 농도의 소금물 6리터(L)와 31%의 소금물을 섞었더니 25% 소금물이 됐다. 31% 소금물의 양은 얼마인가’라는 식으로 문제가 나오는데 이 문제의 핵심은 농도를 구하는 공식을 아느냐가 아니라 ‘평균’에 있다. 학교에선 농도 공식만 죽어라 외우라고 하는데 두 소금물을 합쳤을 때의 평균 농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소금물 농도를 ‘시험 점수’로 바꾸면 이해가 쉽다. ‘6과목을 23점, 다른 과목에서 31점을 받았다. 평균이 25점이라면 31점을 받은 과목은 몇 과목인가’와 같은 문제가 된다.”
-잘 모르겠다.
“23점을 맞은 과목은 평균인 25점에 2점씩 모자란다. 23점 맞은 과목이 6개이기 때문에 총 12점이 모자라는 셈이다. 이 12점을 평균 점수(25점)보다 높은 31점 맞은 과목에서 가져와야 한다. 31점은 평균인 25점보다 6점이 더 많기 때문에 31점 맞은 과목이 ‘2개’가 있어야 12점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 전체 평균이 25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답은 31점 맞은 과목 ‘2개’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농도 공식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이다.”
공식 대신 그림을 그려라
조봉한 대표는 수학 콘텐츠 기업 창업 후 2019년에 온라인 수학 수업을 시작하다가 2020년부터 오프라인 학원을 설립했다. 압구정·목동·분당 3곳에 있는 초등학생 대상 깨봉수학 학원은 조 대표의 유튜브 수학 강의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용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주말반에 들어가려면 수개월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깨봉수학 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구구단, 소금물 농도, 수열 규칙성 찾기 등 모두 기존처럼 공식에 바로 대입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거나 도형을 직접 만져보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가르친다. 눈에 보이는 ‘비주얼’을 최대한 동원해 직관적으로 수학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수학은 원래 과일 몇 개, 복숭아 몇 개 이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다루다가 숫자와 기호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발전한 학문이다. 학교에선 공식, 숫자 같은 추상적인 개념부터 가르친다. ‘이런 게 있으니 넣어서 풀어!’라고 하니 아이들은 쉽게 그 의미를 모른다.”
-깨봉수학을 배우고도 별 효과가 없더라는 부모와 아이들도 있다.
“내 수학 교육 방식에 확신이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학의 재미를 알게 하는 교육 방식은 깨봉 말고도 더 있기 때문에 학생·부모가 선택하면 된다. 내가 하려는 건 지루한 암기 위주 공부에서 벗어나 수학의 핵심 원리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학생에 따라 깨봉 수업을 통해 수학 성적이 오르는 정도와 속도는 다르다.
-수학을 잘하려면 언어 능력이 좋아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허준이 교수가 대표적 사례다. 허준이 교수가 고등학교 때 잠시 시(詩)를 쓰겠다며 수학 공부를 중단한 적이 있다. 수학은 만물의 이치를 숫자와 기호만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다 보니 추상화가 많이 이뤄진다. 언어에 있어서 가장 추상화된 게 바로 시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머릿속에 이미지가 풍부하게 떠오르는 사람이다. 그걸 압축해 정제된 단어로 뱉어내는 거다. 수학과 시 모두 ‘추상화’라는 능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허준이 교수가 시를 쓰려고 한 것도 학교 수학교육으론 그런 추상화가 잘 안 되니 시를 통해 그 욕구를 풀려고 한 것이다.”
-제2의 허준이가 나오게 하려면.
“허준이 교수가 수학 공부를 잠시 중단한 이유가 하나다. 학교에서 공식 외우는 걸 강요했으니까. 창의적인 사람은 수학을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 학교엔 이런 문제로 고통받는 또 다른 ‘허준이’가 굉장히 많을 거라고 본다.”
-공식을 외우면 수학 시험은 잘 볼 수 있지 않나.
“잘못된 습관을 만드는 거다. 외우기만 하면 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것밖에 안 된다. 핵심을 꿰뚫고 파헤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난 그래서 연산 위주 학습지도 아이들에게 시키지 말라고 한다.”
-왜 초등학생만 가르치나.
“수많은 수학 난관을 견디고 진학한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많이 좌절하는 게 미분과 적분이다. 그런데 미분은 결국 날아가는 공의 속도, 사각형 면적 등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대나무 길이가 매 초 얼마나 길어지고, 떠오르는 태양의 크기가 얼마나 커지는지를 덧셈하는 것인데, 그 시작인 초등학교 때부터 덧셈의 핵심을 이해해야 모든 수학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대기업 나와 수학 가르치는 AI 전문가
조 대표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컴퓨터전공)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인공지능(AI)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AI 전문가다. 조 대표는 로봇박사 데니스 홍 UCLA 교수가 우승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로봇경진대회 초대 대회(1997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엔 미 국방부의 무인기 전투 훈련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엔 하나금융그룹, 신한은행에서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을 만드는 AI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삼성화재 부사장을 역임하다가 퇴직해 지난 2016년 이쿠얼키를 창업했다. 깨봉은 ‘깨우치다’의 깨와 자신의 이름에서 봉을 따와 지었다.
-왜 수학 콘텐츠 업체를 차렸나.
“많은 사람이 ‘실리콘밸리에 AI 스타트업을 세웠으면 대박이 났을 거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난 지금 수학 교육 영상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수학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이 일이 너무 재밌다.”
-깨봉수학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딸이 외국인 학교를 다녔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수학 성적이 한국으로 치면 ‘미’였다. 충격을 받아서 직접 딸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딸은 10분 수학 수업을 하면 2~3시간 놀아줘야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알려주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고안한 게 지금의 깨봉수학처럼 비주얼(그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고 실제 효과가 있었다. 딸이 지금은 수학을 꽤 잘해서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수학과에 합격했다.”
-딸이 깨봉의 1호 제자인 건가.
“대학생 시절 중학생이었던 고종사촌 동생을 가르친 게 처음이다. 사촌동생이 초등학교까지는 수학을 곧잘 했는데 중학교 올라가면서 가장 먼저 수학에서 좌절하더라. 고모가 내게 SOS를 보내서 긴급 투입돼 사촌동생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그 동생은 수포자로 빠지지 않고 잘 커서 대학교수가 됐다. 바로 카이스트 강병훈 교수(전산학부)다.”
-깨봉수학 교육 방식을 언제 개발했나.
“어릴 적 스스로 개발한 공부 방법을 체계화한 것이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수학 쉽게 하는 법을 알려주면 엄청 신기해했다. 초등학교 때 1부터 100까지 더하는 방법을 개발한 독일 수학자 가우스와 같은 셈이다, 하하!”
-깨봉수학을 배운 학생들이 실제 성적이 좋아졌나.
“수업을 듣고 3개월, 6개월 후 학교 성적이 올랐다는 학생들이 있다. 한 부모는 ‘예전엔 공식을 대입하다 안 풀리면 포기하고 얼른 답지부터 펼쳐보던 아이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러저리 생각하더라’며 기뻐했다.”
-수학 전문가들도 극찬하던데.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가 ‘너무 재밌고 참신한 방법’이라고 깨봉수학을 칭찬해줬다. 한 미국 공과대 교수는 ‘학부생들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데 (내 강의 방식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 내 자녀는 깨봉으로 가르치고 싶다’고 하더라.”
내 아이 ‘수학 머리’ 좋아지려면?
조 대표는 “깨봉수학 학원을 찾아온 부모 대부분이 ‘내 아이만은 수학으로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교육을 통해 남다른 ‘수학 머리’를 가질 수 있을까.
-어린 자녀가 수학에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나.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 초등학생의 경우 10보다 큰 덧셈을 푸는 방식을 본다. 7 더하기 5를 물으면 보통 열 손가락을 다 써서 푼다. 수학에 영리한 아이는 7이 5보다 둘이 더 많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2를 남겨둔 채 5 더하기 5를 한 다음 2를 추가로 더한다. 모든 수를 이런 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수학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부모는 수학 문제를 가르치지 말고 문제를 풀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자녀의 답이 틀렸다고 ‘이 문제 답이 이거다’라고 알려주면 안 된다. ‘이게 왜 어렵다고 생각하니? 너에게 쉬운 방식은 뭘까? 네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풀어볼래?’라는 식으로 스스로 깨우치게 유도하고 기다려야 한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효과를 볼 거다. 어차피 학년이 올라가면 부모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온다.”
-방학 때 수학 실력을 키울 팁이 있다면.
“수학은 미분에서 보듯 변화를 관찰하는 게 중요한 학문이다. 일상에서 변화를 보는 습관을 길러보자. 아이에게 ‘너 몇 문제 풀었니?’라고 하지 말고 하루에 3개씩 변화를 찾아보라고 해보면 좋다. 계란을 프라이팬에 터뜨렸을 때 계란이 점점 커지는 모습, 부채를 펼칠 때 반원이 되는 모습,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면서 둥근 원으로 커지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일상에서 변화를 관찰하게 하는 것이다. 미분은 변화에 대한 계산이라는 걸 받아들이면 수학 능력도 커질 수 있다.”
틀린 문제도 답부터 찾는 한국 수학
조봉한 대표는 최근 탈북민 출신 수학자(최민식 분)에게 수학을 배우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면서 한국 수학 교육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영화 초반 탈북 수학자가 칠판에 높이 6, 밑변 길이가 10인 직각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라는 문제를 낸다. 고등학생은 삼각형 넓이 공식인 ‘높이×밑변÷2′에 숫자를 대입해 30이라고 자신 있게 답한다. 하지만 오답이었다.
-어떤 점이 잘못된 건가.
“영화 속에서 최민식 배우가 그린 삼각형은 높이가 6이 될 수 없다. 문제 자체를 의도적으로 잘못 낸 것이다. 그런데 학생은 무턱대고 공식에 숫자를 넣어서 답을 내기 급급했다. 직각 삼각형에 대한 이해는 건너뛰고 공식만 가르치는 한국 수학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리 수학 교육의 문제점은?
“허준이 교수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그랬다.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수학을 가르치는) 한국 입시 구조가 문제”라며 “수학 스트레스는 입시에 수학을 넣지 않겠다고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100% 동감한다.”
-수능 수학에 대한 비판도 많다.
“수능 문제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공식만 대입해 푸는 게 너무 많다. 공식만 알면 초등학생도 풀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30번은 너무 어려워서 푸는 데 얼마나 걸릴지 예측도 어렵다. 사람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봐야 하는데 AI시대에 기계처럼 빨리 계산해서 점수를 받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수능에서 수학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차라리 유럽처럼 어려운 수학 문제를 2~3개 내고 이걸 풀게 하는 방식이 나을 수도 있다. 반드시 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단계까지 문제를 풀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조봉한 대표는 생전 수학 논문을 쓴 적도, 수학 교직 이수 과정을 거친 적도 없다.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수학이나 수학 교육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아무도 바꿀 생각 없이 반복된 수학 교육 방식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그의 강의를 듣고 수학에 새롭게 흥미를 갖게 된 사람들을 보면 분명 한국 수학 교육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최인준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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