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코로나에도 승승장구한 돼지고깃집의 비결은[사장의 맛]

해암도 2022. 4. 19. 19:53

 

“외식업 시장은 기회의 땅”

신도세기 운영하는 최상구 대표

 
MZ들은 ‘내 사업’ ‘사장님’을 꿈꿉니다. 창업을 꿈꾸는 MZ, 선배 시대를 위해 조선일보가 선배 창업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장이 됐나, 대체 사장은 어떤 맛인가. ‘선배 사장’을 심층 인터뷰해 ‘창업 실전 MBA’를 써드립니다.
 
분명 시킨 건 돼지고긴데, 생긴 건 양고기고 맛은 소고기다. 근데 왜 연기가 안 나지.
 

업계가 인정하는 ‘신예’들이 있습니다. 돼지 품종에 집중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신도세기가 그 중 하나입니다. 음식 경험이 깊지 않은 기자로서는 처음 느껴본 고기 맛, 하향식 덕트 덕에 연기가 나지 않는 환경, 고기의 신세계였습니다.

 

신도세기는 2018년 4곳에서 올해 14곳으로 매장을 늘렸습니다. 코로나에 오히려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배달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악재를 디딤돌로 삼았습니다. 신도세기를 운영하는 최상구(41) 더에스지파트너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신도세기 마포점에서 최상구 더에스지파트너스 파트너스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가 고기 숙성 냉장고 앞에서 대표 메뉴인 SGP 숄더랙을 들고 있다. /박상훈 기자

 

◇메뉴는 남다르게, 컨셉은 확실하게

 

-배달도 하지 않는 음식점이 어떻게 코로나 시국에 더 잘나갈 수 있었나요.

“타격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월 매출이 약 40% 급감했습니다. 그걸 극복한 셈이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손님이 찾아 오더라구요. 가맹점이 꾸준히 늘었고, 그만큼 매출도 많이 늘었습니다. 잘 나온 곳은 월매출 3억5000만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음식점과 비교해 성과를 낼 수 있던 비결이 뭔가요.

“다른 고깃집에 없는 고기 품종과 부위, 경쟁력 있는 물류 시스템, 확실한 컨셉의 공간과 인테리어가 강점입니다. 숄더랙을 파는 고깃집, 냄새 안 나는 고깃집, 룸이 있는 고깃집이라는 이미지가 딱 자리 잡은 겁니다. 특히 룸은 코로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신도세기 대표 메뉴인 SGP 숄더랙. 생긴 건 양갈비와 닮았고 맛은 소고기에 가까운 맛이 난다. /신도세기

 

-숄더랙이란 게 뭔가요.

“숄더랙은 105kg 이상 나가는 돼지에서 1대씩만 나오는 갈비쪽 특수부위인데요. 이 부위를 168시간 숙성해 육향과 감칠맛을 극대화했습니다. 다른 곳에선 쉽게 보기 어려운 부위라, 가장 잘 팔리는 시그니처 메뉴가 됐습니다.”

-품종이 다른가요.

“남들처럼 똑같은 삼겹살, 목살 팔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성 녹돈, 제주 흑돼지 등 다양한 원산지와 품종을 써봤어요. 그러다가 슈퍼금돼지(SGP·Super Golden Pig)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쫄깃한 식감의 ‘버크셔’, 부드러운 ‘요크셔’, 풍미가 깊은 ‘유록’이라는 돼지 3종을 교배한 품종인데 딱 느낌이 왔죠. SGP는 특히 목살부위 맛이 훌륭해서 숄더랙이라는 메뉴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이게 결국 신의 한 수가 됐죠. 국내에서 이 품종을 대중화한 식당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룸으로 된 고깃집은 신도세기 말고도 많잖아요.

“MZ세대에게 고깃집에 대한 인식을 묻다 보면 ‘냄새 배는 게 싫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위에서 연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은 옷에 냄새가 밸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최초로 하향식 덕트를 도입해 냄새를 아래로 빨아들였더니 냄새 없고 깔끔한 룸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물론 인테리어나 플레이팅도 고급 이미지를 내기 위해 많이 신경 썼습니다.”

 

◇평범한 체대생이 외식업 전문가로?

 

최 대표는 “외식업은 지금 청년들이 뛰어들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라고 말합니다. 당장 최 대표도 처음엔 외식업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학벌이나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약간의 운과 노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게 외식업 판이라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입니다.

 

“저는 체대를 나왔고 대학 졸업할 때까지도 외식업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연히 지인 소개로 김밥 프랜차이즈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게 첫 인연입니다. 막상 이 업계에서 일해보니까 저랑 너무 잘 맞더라고요. 명문대 출신도, 유학파도 아니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했더니 회사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창업하기 전까지 외식업계 회사 3곳을 거쳤습니다.”

-보통 직장인으로 일하다 보면 업계에 불만만 늘지 않나요.

“저는 반대였습니다. 김밥 프랜차이즈에선 물류배송 업무를 했는데, 매장별 납품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었습니다. 물류 중요성에 처음 눈을 떴습니다. 두 번째 직장은 호프집 프랜차이즈였는데 가맹점 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음식점을 여는 A부터 Z까지를 배웠죠. 세 번째 회사가 돼지고깃집 프랜차이즈였는데, 가맹점 개설 상담을 담당했습니다. 전국 상권을 분석하고 어디에 어떻게 가게를 열어야 장사가 잘되는지 감을 익혔습니다. 직장에서 창업 과정을 배운 겁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능력자였던 것 같은데 어쩌다 창업을 결심했나요.

“회사가 망하지만 않았으면 뼈를 묻었을 겁니다. 전국 곳곳을 새벽까지 돌아다니며 상권 분석하고 가맹점 개설 전략을 연구했습니다. 입사 때 4곳이던 가맹점이 4년 간 340개로 늘었습니다. 최연소 간부로 승진해 연봉을 5억~6억원씩 받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경영 악재가 생겨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회사의 초기부터 성장까지를 직접 겪어보니, 제 사업을 차려도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최상구 대표는 "외식업은 지금 청년들이 뛰어들어도 충분히 성공할 기회의 시장”이라고 말한다. /박상훈 기자

 

◇일본 인기 크레페가 국내서 실패한 이유는

 

최 대표의 첫 창업 아이템은 크레페였습니다. 일본 유명 크레페 프랜차이즈에서 국내 판권을 사서 명동에 1호점을 냈습니다. 자신했던 대로 장사가 아주 잘됐답니다. 2011년 7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디저트류인 크레페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월급으로 제법 많은 돈을 모아놨고 야심도 컸습니다. 일본에서 검증된 크레페 프랜차이즈와 계약해 국내로 처음 들여왔습니다. 매장이 대공원, 백화점에 들어가고, 엄청 잘됐습니다. 문제는 라이선스 비용만 20억원, 재료비도 비싸 아무리 팔아도 남는 게 없더라고요. 어리석은 마음에 큰 실수를 저지르고, 그게 실패의 원인이 됐습니다.”

-어떤 실수였나요.

“재료비 조금 아껴보자고 일본에서 들여오던 빵가루와 생크림 일부를 국내산으로 대체한 겁니다. 초반엔 이익율이 올라갔는데, 갈수록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재료 바뀐 걸 고객이 다 알았던 거에요. 식감이 달라지고 맛이 달라진 걸 알아채고 가게를 외면한 겁니다. 절대로 고객을 속이면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

-크레페 사업에 실패하고 어떻게 했나요.

“결국 가장 잘하는 건 고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의 한판’, ‘고기꾼 최달포’ 등 고깃집을 운영해 보면서 나름대로 전략과 컨셉을 잡아 2018년 선릉에서 신도세기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정말 냄새 안 나고 고급스러운 컨셉으로 잡았습니다. 처음엔 컨셉이 과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식 손님이 줄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깔끔한 룸 고깃집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최상구 대표가 신도세기 마포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코로나 극복할 3가지 경영 비책은

 

신도세기는 동네 음식점이 코로나를 이겨내고 성장한 모범 사례를 보여줬습니다. 경쟁력이 핵심일 것입니다. ①남의 식당에 다녀라 ②손님은 다 안다 ③시스템 갖춰라 이렇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

-차별화를 계속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컨셉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고기, 똑같은 반찬 파는 고깃집으로는 안 됩니다. 고기 원산지와 품종, 부위, 숙성 방식부터 불판 시스템까지 다 다른 차별화되는 메뉴가 있으면 좋습니다. 우리는 숄더랙을 개발했고, 요즘은 ‘돈마구로(돼지 돈+혼마구로)’, ‘돈마호크(돼지 돈+토마호크)’ 같은 식의 메뉴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간, 인테리어, 플레이팅 뭐가 됐든 다른 점이 있어야 합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너무 가혹한 요구 아닐까요.

“공감합니다. 하지만 외식업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합니다. 가만히 쉬고 있으면 도태됩니다. 다른 맛집도 많이 다니고, 인스타도 보면서 요즘 트랜드를 쫓아가야 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가지만, 일본에 자주 가서 맛집이나 트랜드를 많이 벤치마킹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자영업자는 가게 일에 매진하느라 시간 내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하지만 종일 가게만 지켜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도세기 메뉴 SGP 꽃목살 /신도세기

 

-고객이 안다는 건 뻔한 얘기 아닌가요.

“자영업자 망가지는 데도 순서가 있습니다. 싼 재료 쓰고 양 줄이기 시작하면서에요. 인스타로 뜬 가게도, 기본에 충실했던 가게는 더 잘되고, 초심을 잃으면 어김없이 어려워지더라고요. 크레페 얘기했잖아요. 재료를 바꾸니까 고객은 정말 100% 다 알더라고요. 티가 안 날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눈앞에 작은 이익 때문에 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영업자가 시스템까지 갖춰야 하나요.

“주먹구구식 음식점 시대는 끝났습니다. 1인 가게라도 일정한 맛과 서비스를 내도록 일관된 시스템을 준비해야 합니다. 식재료를 공급받는 물류망부터 메뉴 구성, 레시피와 내놓는 플레이팅까지 디테일하게 고민해서 일정 수준을 갖춰야, 고객들이 다시 옵니다. 주방장 바뀐다고 음식 맛 바뀌는 가게가 오래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신도세기는 전국 주요 상권 30곳 정도에만 매장을 낼 계획입니다. 돼지곰탕, 스키야키 브랜드도 런칭했고,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외식업은 가능성이 큰 시장입니다. 창의적이고 감각 있는 분들이 외식업에 들어오면 성공 가능성이 더 클 겁니다.”

 

 

최원우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