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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한장이 150만원...쑥쑥 크는 ‘식물 재테크’

해암도 2021. 8. 21. 09:38

독특한 색깔과 무늬 있는 종, 최근 1년새 값 3배 이상 뛰어

 

최근 원예 애호가 사이에 ‘식물 재테크’ 수단으로 비싼 값에 거래되는 무늬종 식물. 필로덴드론 멜라노크리섬(왼쪽)은 대형 이파리 한 장에 25만원, 무늬 아단소니(오른쪽)는 50여 만원에 팔린다. /독자 제공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강모(54)씨는 지난달 중고 거래 카페에서 ‘식물 잎사귀’ 10장을 분양해 750만원을 벌었다.

 

강씨가 분양한 것은 무늬종 식물의 일종인 ‘무늬 아단소니’. 구하기가 어려워 원예 애호가 사이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는 식물이다. 강씨는 곧 한 장에 160만원을 호가하는 ‘몬스테라 아단소니 민트 바리에가타’ 잎 10장도 분양할 계획이다.

 

강씨는 “취미였던 원예가 언젠가부터 쏠쏠한 재테크 수단이 됐다”며 “식물은 시들지만 않으면 손실률이 ‘제로’에 가까워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효자”라고 했다.

 

희귀 식물을 기른 다음 자란 잎을 잘라 되파는 일명 ‘식(植)테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독특한 색으로 인기가 많은 ‘무늬종 식물’이 주 대상이다. 엽록소 이상으로 초록색 잎에 상아색 무늬를 띠는 한 식물은, 병해충 문제로 수입이 제한되면서 최근 1년 새 값이 세 배 이상 뛰었다.

 

경기도 용인에서 식물 재배업을 하는 박진곤(40) 대표는 “무늬종 식물 관련 문의만 하루 열 통씩 온다”며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식물 농장을 운영하는 유모(50)씨도 “요즘 무늬종 식물은 ‘식물계의 비트코인’으로 통한다”며 “재배 기간이 길고, 해외 수입도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했다.

 

‘식테크’의 특징은 잘 키우기만 하면 잎을 ‘무한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관화 연암대 교수는 “무늬종 식물 대부분은 열대성 관엽식물이라 잎이 달린 줄기를 잘라 심어, 새 식물을 키우는 삽목(揷木·꺾꽂이)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지인에게 ‘몬스테라 알보’ 잎 2장을 얻어 키우고 있다는 이태경(34)씨는 “원예 기본 지식만 알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식테크”라면서 “나도 새 잎이 자라나면 팔 계획”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취미로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원예 관련 물품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도 작년 11월 ‘식물’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었다.

 

 

유종헌 기자   소설희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조선일보    입력 202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