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카불에 여성이 사라졌다
1994년 10월 2만 5000여 명의 학생들이 주축이 된 수니파 무장 이슬람 정치조직은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시작해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80%를 장악한다. ‘학생’이라는 뜻의 탈레반의 시작이다.
1996년에는 파키스탄에서 군사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재정을 지원받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을 세운다.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연합뉴스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백기 투항한 탓에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한 탈레반은 대통령 도피로 '버려진' 대통령궁에도 손쉽게 진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아프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며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프간 전역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미국 대사관 국기 하강은 대사관 철수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카불 미 대사관에는 미국의 전 세계 공관 중 최대 수준인 4천200명이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천명의 병력을 카불에 추가로 증파해 총 6천명의 병력을 가동해 공관 직원과 아프간인들의 탈출을 도울 계획이다.
휴가 도중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 CNN
아프간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항공편이다. 하지만 이 표마저 금값이라 부유층이 아니고는 구하기 어렵다. 표가 있어도 인산인해를 이룬 공항의 비행기에는 사다리까지 사람이 매달렸고, 인명피해로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비행기표를 구할 수도, 탈출할 수도 없는 아프간의 서민들은 탈레반의 통치에 숨을 죽이고 있다.
- 탈레반 통치 1일차, 거리에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대학졸업장을 숨기고 20년 전 사라진 부르카를 다시 구해야 한다. 부르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천이다. 현재 부르카의 가격은 10배로 폭등했다. 택시 기자들은 여성을 태우지 않고, 여성이 그려진 그림과 벽화는 모두 지워졌다. 이들은 20년 전, 탈레반이 거리에 남성없이, 부르카 없이 나온 여성들을 어떻게 폭행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카불에 남은 시민들,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다
- 한편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의 승리를 반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과 패권전쟁이 한창인 중국은 환호하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16일 “미국은 종이호랑이임이 입증됐다”며 “미국을 믿고 행동하는 대만은 아프간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국제사회의 실패"라며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아쉬워했다.
- 바이든의 미국은 울고, 중국은 웃었다
- 이제 아프간 여성들은 부르카를 입어야 외출이 가능하다
-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고, 2021년 미군이 철수하자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2021년 5월 바이든은 전쟁이 끝났다며 미군의 철수를 공식화했다. 미군 철수 시작 이후 탈레반이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다가 이날 카불까지 함락했다. 사기를 잃은 부패한 정부군은 ‘백기 투항’했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돈다발을 들고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가니 대통령이 도피한 곳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라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 2001년 미군에 함락, 2021년 다시 아프가니스탄 점령
- 탈레반은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하면서 샤리아법에 따른 엄격한 이슬람식 통치를 시작한다. 이른바 이슬람근본주의다. 여학교를 폐쇄하고, TV를 금지하고, 이슬람식 처벌로 가혹한 형벌을 집행했다. 도둑질을 하면 손을 자르고 간통을 하면 돌을 던져 처형하는 식이다. 2001년에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우상을 파괴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미얀 석불을 폭파하기도 했다.
글 유슬기 기자 조선일보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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