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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수입 0원’→‘1년 만에 145만명 구독자'... ‘국민강사’ 김미경의 대반전

해암도 2021. 5. 14. 12:55

[CEO에 묻다] ‘디지털'로 인생 역전한 김미경 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 대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지식은 주먹만한 분량도 안 돼요. 디지털 가상세계와 현실생활이 혼합된 메타버스(metaverse)가 일상화되는 요즘은 한달 마다 세상이 완전 달라지고 있어요. 이런 마당에 중·노년들도 남은 삶을 즐기며 주도적으로 살려면 ‘공부’해야만 해요.”

 

자기계발 플랫폼 ‘MKYU’(김미경과 당신이 만들어가는 대학이라는 뜻)과 유튜브 채널 ‘김미경TV(MKTV)’를 운영하는 김미경(56) 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 대표의 말이다. 그가 2019년 1월 시작한 MKYU는,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작년 7~8월 유료 학생 가입이 급증했다. 9만9000원의 연간 수업료를 내는, 이른바 ‘열정 대학생’만 5만명이 넘고 무료 회원을 포함한 전체 학생은 10만명에 달한다. 이달 현재 김미경TV 구독자는 135만명이 넘고 여기에 업로드된 동영상은 1500여개이다.

기업 상대 자기개발 강사와 스피치 기업 경영에 이어 145만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둔 '디지털 라이프 교육' 기업 CEO로 변신한 김미경 연남타운크리에이티브 대표./MKYU

 

◇한달마다 바뀌는 세상...중장년도 공부해야

연세대 음대 졸업후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기업체 자기계발 강사로 변신한 김 대표는 스피치 전문회사(‘아트 스피치’)를 경영하며 2010년대 초반 ‘국민 강사'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마 코로나 충격으로 1년 여전 폐업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던 그는 현→재 유튜브와 자기계발플랫폼으로 145만명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국내 유수의 ‘디지털 인플루엔서(digital influencer)’가 됐다. 90여명의 임직원까지 두고 있다. 그의 생각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지난달 28일 낮 서울 마포에 있는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작년 7월 시판돼 10개월 만에 20만부 팔린 단행본 <김미경의 리부트(Reboot) :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얘기를 꺼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2020년 7월1일 판매를 시작해 10개월 만에 20만부 팔린 김미경 대표의 최신 단행본. 2021년 6월말 아마존을 통해 영문판이 나와 전 세계에 공급된다./웅진지식하우스

 

 

“올 6월말 아마존(Amazon)을 통해 <김미경의 리부트> 영문판이 전 세계에 판매돼요. 그런데 이 영문판에는 ‘총,균,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UCLA 교수와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Jim Rogers) 회장이 추천사를 썼어요.”

 

- 세계적 석학과 유명인인 두 사람이 어떻게 책에 추천사를 쓰게 됐나?

““나는 2년 전부터 매달 한명씩 외국의 유명 저자들과 영어로 화상 인터뷰해오고 있다. 그 내용을 MKYU와 유튜브에 올린다. 두 분 외에 <2030 축의 전환>을 쓴 마우로 기옌 미국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와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디지털미디어 에이전시의 게리 바이너척 CEO 등 15명쯤 된다. 당시 인터뷰 인연으로 두 분이 흔쾌히 추천사를 써 줬다.”

'총, 균, 쇠' 등을 쓴 세계적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조선일보 DB

 

◇10달 만에 20만부 팔려...세계적 석학 2명이 영문판 추천사

- 영어를 원래 잘 했나?

“아니다. 영어와는 거리가 먼 지방(충북 증평군) 출신으로 ‘영어 울림증’이 심했다. 하지만 20대때부터 영어 강의와 영어 인터뷰하고 싶다는 꿈을 가져왔다. 2013년 봄 3개월동안 미국 뉴욕에 가서 하루 2~3시간만 잠 자며 맹렬한 영어 집중공부로 두려움을 없앴다. 이후 귀국해 지금도 매일 아침 최소 한 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도 영어 인터뷰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지만, 매일 꾸준히 하니 훨씬 여유가 생겼다.”

 

- 머지않아 우리나이로 60인데, 왜 이렇게 ‘공부’에 열심인가?

“생계유지나 돈 벌이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나에게 매일 골프치면서 놀러 다니라고 하면 나는 못한다. 즐기면서 공부하니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진다.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 사회적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유튜브 채널 김미경TV(MKTV) 관련해 대면 강의를 하고 있는 김미경 대표/MKTV

 

◇ ‘디지털 튜터’ 무상 교육...‘미혼한부모들’ 6년째 지원

- “사회적 보람”이라고 했는데 어떤 보람인가?

“예를 들어 MKYU에서 나는 수강료 1000원만 받고 디지털 기기 사용·활용법을 가르치는 ‘디지털 튜터’ 과정(방송 50회분)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올 7월부터 ‘디지털 튜터’ 민간 자격증을 나눠줄 예정이다. 이들은 노년층과 빈곤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디지털 교육을 해준다. 이 과정을 개설한지 4주일만에 2만명 정도 접수했다. 얼마나 보람되나.”

 

김 대표는 또 “‘2016년부터 ‘미혼한부모' 지원을 위한 사단법인 ‘그루맘'을 세워 미혼한부모의 마음치유상담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혼한부모 회원은 400명쯤 된다. 김 대표는 상시 상담·컨설팅은 물론 무료 동영상 강의 제공과 명절 선물, 1년에 3회 전체 모임 등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도와주고 있다.

 

사단법인 '그루맘'의 미혼한부모 및 자녀 지원 활동 모습/그루맘

 

 

그는 “여러 이유로 경력 단절과 우울증에 빠져있던 30~50세 여성들이 제가 운영하는 MKYU 과정에 들어와 열심히 공부하며 자신감을 되찾고 새로운 꿈과 일거리를 만들어 가니 기쁘고 뿌듯하다”고 했다.

 

- 스피치 전문 기업을 하다가 어떻게 ‘디지털 학습 전도사’가 됐나?

“2019년 1월부터 네이버 카페에서 독서 토론·코칭을 주로 하는 ‘김미경 대학’을 제외하면 작년 4월까지 내 생활의 99%는 대중을 상대로 한 오프라인 강의였다. 그러나 코로나 발발로 작년 1월22일부터 외부 강의가 완전 끊어져 3개월간 수입이 ‘0원’이었다. 당시 16명이던 회사 직원의 절반을 해고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하루 2~3시간 자며 코딩 등 디지털 몰입

- 어떻게 대응했나?

“종이신문 4종류를 펼쳐놓고 입체적 신문 읽기를 하는데 한 기사를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대학생들이 ‘줌(zoom) 강의를 하는 대신 등록금의 50%를 반환해달라’고 시위를 벌인다는 거였다. 뒤집어 생각하면 동영상 강의만 해도 등록금의 절반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빛을 본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내가 가진 모든 오프라인 콘텐츠를 디지털화해서 ‘콘텐츠 회사’가 아니라 ‘디지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변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작년 4월말 그날부터 코딩과 파이선 공부를 시작했다. 당장 뭘 만들기 보다 디지털 생태계 구조는 어떤지, 생산과 소비와 유통이 어떻게 되는지를 이해하려 했다.”

 

- 얼마나, 어떻게 공부했나?

“2013년 3~5월 뉴욕에서 영어 공부할 때처럼 이번에도 하루 2~3시간만 잠 자며 디지털에 몰입했다. CEO인 내가 디지털 생태계 구조와 작동 원리를 진짜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지금도 디지털에 대한 ‘촉(觸)’을 유지하려고 20~40대의 디지털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매주 1~2명 만난다. 디지털 세상에선, 먼저 그 쪽에 가 있는 사람이 선배이고, 스승이다.”

 

- MKYU의 학생과 교과 과정 구성이 궁금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데 40대가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해 가장 많다. 남성은 전체의 15%쯤 되고, 여성 가운데는 30~50대가 많다. ‘MKYU’ 강의의 95%는 외부에서 모신 최고의 전문가들이 하고, 내가 가르치는 것은 전체의 5%도 안 된다.”

2019년 1월 '김미경TV 유튜브 대학' 입학식 행사로 김미경 대표와 고전 연구가인 고미숙 작가(사진 오른쪽)이 '토크타임'을 하고 있다./MKTV

 

◇“중간거래자 없는 디지털 세상..콘텐츠로 자신을 브랜드해야”

김 대표는 “글쓰기, 자기계발, 경제트렌드, 디지털 기기 작동법 같은 10여개 교양필수 과목과 50여개 자율전공 과목이 있고 매월 5개 이상씩 새로운 콘텐츠를 올린다”며 “‘인스타그램으로 사업하는 방법' ‘스마트 스토어 운영법’ ‘유튜브 방송법’ ‘나만의 디지털 브랜딩’ 같은 실전용 강의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디지털 교육’ ‘디지털 학습’에 매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 우리는 ’2021년'이 아니라 ’2026년'에 살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의 변화가 최소한 5년 정도 앞당겨졌다. 아날로그 위주이던 세상의 판이 ‘디지털’로 바뀌었고, 디지털로 변화 속도가 진짜 빛의 속도(光速)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디지털 세상’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아날로그 시대에는 중간 거래자인 ‘미들맨(middle man)’이 있었다. 이들의 보증이나 추천, 소개만 있으면 거의 다 해결됐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미들맨이 사라지고 나와 관객(audience)이 직접 소통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1만명의 고정 관객만 있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내만의 콘텐츠로 자신을 브랜딩(branding)하는 게 절대 중요해졌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 오프라인 강의를 하면 아무리 많아도 500~1000명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 등에서 한번 강의하면 최소 1만명 이상 본다. 과거 보다 10~20배 내 파급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아트스피치' CEO 시절 김미경 원장의 대면 강연 모습/조선일보DB

 

◇‘디지털 명함' 새기고 ‘말’ 하는 능력 키워야

- ‘디지털 라이프'에 낯선 5060 세대에 조언한다면?

“직거래가 특징인 디지털 세상에서 자기 브랜드로 ‘1인 기업’이 되면 책 판매, 온라인 강의 수입, 라이브 커머스 같은 파생 상품 수입이 생긴다. 꼭 돈벌이 목적이 아니라도 중장년들은 디지털 기기와 친해지고 디지털 문법과 생태계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 후반기 삶이 더 풍성해진다.”

 

-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의 중장년들은 다양한 경험과 인맥, 지식을 축적해 놓고 있는 분들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경쟁력있고 잘 하는 ‘코어 콘텐츠(core contents)’를 디지털로 구현해 내면 일거리와 수입, 보람이 생긴다. ‘디지털 명함’을 새기라는 말이다. ‘말’을 잘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아무리 실력과 경륜이 뛰어나도 요령있게 말하지 못하면 뒤처지고 잊혀지는 게 디지털 세상이다. 유튜브 강의만 봐도 그렇지 않나.”

2020년 8월 미국 연방의회 청문회에 화상으로 출석한 미국의 4대 빅테크(big tech) 기업 CEO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조선일보DB

 

◇인생이란 책의 ‘개정판' 쓰는 마음으로 60세 이후 살아야

- 90세, 100세 시대가 열리는데, 60세 이후 인생 설계를 조언한다면?

“곧 60세가 되거나 갓 넘은 분들에게 나는 ’60대는 두 번째 맞는 20대'라고 말씀드린다. 60세는 가족 부양과 직장 생활에서 해방된 나이로 20대때 진짜 하고 싶었고 꿈꾸던 일을 할 수 있는 최고의 황금 연령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60세부터의 삶은 여태 살아온 ‘인생의 부록(附錄)’이라고 봤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 삶의 개정판(改訂版)’을 쓴다는 쪽으로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 앞으로 꿈이나 비전은?

“적어도 70세까지는 디지털에서 알고, 체험하고, 깨달은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전파하는 ‘디지털 비저너리(visionary)’로 살고 싶다. 특히 ‘자존감 대학’, ‘열정 대학’으로 불리는 MKYU를 잘 키워 많은 분들이 성장하고 더 가치있는 삶을 살도록 돕고 싶다.”

 

 

송의달 선임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