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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미국놈'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울프 슈뢰더가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만지지 마라. 부찌(부대찌개)는 내 거야"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 [울프 슈뢰더 인스타그램]
영국 방송 BBC가 한국 음식 '부대찌개'의 세계적 인기를 조명했다. BBC는 10일(현지시간) "한국의 '컴포트 푸드(Comfort food·소울 푸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기쁨과 안정을 주는 음식을 뜻한다.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는 음식을 말하기도 한다)'는 어떻게 세계화되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국전쟁 직후 한 여성이 개발한 '생존 찌개'가 이제는 많은 사람의 '컴포트 푸드'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미군이 가져다준 햄·소시지가 탄생시킨 부대찌개
BBC는 부대찌개가 한국전쟁 당시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음식의 원조로 알려진 고(故) 허기숙 할머니의 옛 미군 부대 앞 식당을 취재했다. 허 할머니의 손녀는 취재진에게 할머니가 12살에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북한에서 피난 내려온 사연, 또 부대찌개를 개발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 허 할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의정부 지역에 어묵 포장마차를 열었다. 그러다 미군 부대원들이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을 가져다주면서 이를 재료로 한 볶음 요리와 찌개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렇게 부대찌개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가져온 햄과 소시지 등 남은 재료가 한국식 양념소스와 만나 부대찌개가 탄생했다. 한때는 가난의 상징이던 부대찌개는 세월이 지나면서 조미 햄을 비롯한 각종 재료의 발달로 오늘날 한국인의 '컴포트 푸드'가 됐다. [오뎅식당 인스타그램]
이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할머니는 1960년 '오뎅식당'이라는 이름의 자기 가게를 차렸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뎅식당'은 대표적인 '부대찌개' 식당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오뎅식당 인근에는 다른 부대찌개 집 20여개가 들어서면서 거리가 '부대찌개 촌'이 됐다.
미국인들도 "고향의 맛" 극찬
BBC는 한국의 전통적인 매운 양념과 조리된 햄, 소시지가 섞이면서 부대찌개 특유의 맛이 개발됐다고 소개했다. 어찌 보면 처음에는 잔반을 넣어 만든 '잡탕' 요리였지만, 이제는 여러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면서 한국의 컴포트 푸드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한국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최근 10년 동안 최신 유행의 국제적 레시피로 진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국 유명 셰프 앤서니 보딘은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맛"이라고 앤더슨 쿠퍼의 TV쇼에서 말하기도 했다.
'대한미국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인 울프 슈뢰더가 지난 2017년 7월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미국에 다녀온 뒤 부대찌개집에 방문해 "이걸 먹어야 고향에 온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 [울프 슈뢰더 트위터]
부대찌개는 몇몇 미국인에게도 '컴포트 푸드'가 됐다. '대한미국인'이라는 SNS 필명을 쓰는 미국인 울프 슈뢰더는 '부대찌개 사랑'으로 국내에서 유명하다. 부대찌개를 '부찌'라고 부르며 미국에 다녀올 때마다 한국 부대찌개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SNS 게시글을 수년째 올려왔다.
"잊힌 한국전쟁, 한·미 관계 떠올리게 해"
부대찌개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냉장고에 있는 몇 개의 재료와 김치, 스팸, 햄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그레이스 M. 조는 "부대찌개는 잊혔지만 현재 진행형인 잔혹한 한국전쟁을 떠올리는 음식"이라면서 "재난에서 건져 올린 창의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밀접한 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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