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자고 있는 당신의 이마에 누군가가 밤에 낙서를 해 놓았다고 하자. 붉은 펜으로 커다란 X자 표시를 한 것이다. 이 테러를 최초로 목격하는 시점은 아침에 양치하며 거울을 볼 때다. 이때의 반사적 반응은? 당연히 손을 이마로 가져가 낙서를 지우지, 거울을 닦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 행위(이마 만지기)는 사실 고도의 사회적 지능을 갖춘 동물만이 보이는 수준 높은 반응이다. 실제로 이 예시는 심리학자들이 일명 붉은 점 테스트(red dot test)라고 부르는 실험의 요약본인데, 이때 거울이 아닌 자신의 신체로 주의를 돌리는 동물은 돌고래, 침팬지, 그리고 인간 정도다.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지각한다는 뜻이다.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인칭의 관점인데, 자신의 깊은 어딘가에서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그려보는 3인칭의 관점을 채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행동, 옷차림이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를 상상한다. 사회적 동물에게 꼭 필요한 사고 능력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영아들도 이런 고차원적인 사회적 사고를 한다. 그래서 붉은 점 테스트에서 거울이 아닌 자신의 이마로 손을 뻗는다.
타인의 평가를 외면하는 사회적 동물은 제대로 생존할 수 없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이 본능적 관심을 조금 누르고 다스릴 필요가 있다. 여러 소셜미디어 매체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접촉이 가능해진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셜미디어는 남들로부터 자신이 꽤 그럴듯한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그래서 이 공간의 작품들은 철저한 내부 검열을 거친 후 전시된다. 자신 있는 각도의 얼굴이나 멋진 여행지 사진은 검열에 통과지만, 성형 전 얼굴이나 거실에 쌓여 있는 빨랫감 사진들은 걸린다. 그런데 이렇게 우아하게 편집된 '남들의 인생'을 계속 보게 되면 자신의 삶은 상대적으로 뭔가 시시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는 마이크 위킹(Meik Wiking)이라는 사람이 설립한 행복 싱크탱크(think tank)가 있다. 이곳에서 2015년 출간한 '페이스 북 연구'라는 책 내용이 눈길을 끈다. 성인 1095명을 대상으로, 절반에게는 1주 동안 페이스북을 일절 하지 않도록 지시했고, 나머지 반에게는 페이스북 활동을 이전처럼 하라고 하였다. 고작 1주일의 시간이었지만, 페이스북 세계에 머물렀던 사람들과 이곳을 잠시 떠났던 사람들은 흥미로운 차이를 보였다. 소셜미디어와의 접속이 차단됐던 이들이 계속 접속한 이들에 비해 더 행복해졌을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더 만족감을 느꼈고 부정적인 정서(외로움, 슬픔, 분노)는 덜 경험했다.
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믿지만, 지나친 몰입은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는 늘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과 남을 비교하며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로움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생활하는 연말보다 봄과 초여름에 더 많다는 연구도 있다. 마치 자신만 빼고 온 세상이 파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봄에 더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세상에서 접하는 인생들 대부분이 미화된 작품인 것을 누 구나 머리로는 안다. 그렇지만 타인에게 초미의 관심을 갖도록 설계된 우리의 마음은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흔들릴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 보면 자기 인생보다 소란스러운 바깥을 더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 한구석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귀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 특별한 공간을 음미하는 것도 행복의 지혜다. 모든 것을 전시할 필요는 없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는 마이크 위킹(Meik Wiking)이라는 사람이 설립한 행복 싱크탱크(think tank)가 있다. 이곳에서 2015년 출간한 '페이스 북 연구'라는 책 내용이 눈길을 끈다. 성인 1095명을 대상으로, 절반에게는 1주 동안 페이스북을 일절 하지 않도록 지시했고, 나머지 반에게는 페이스북 활동을 이전처럼 하라고 하였다. 고작 1주일의 시간이었지만, 페이스북 세계에 머물렀던 사람들과 이곳을 잠시 떠났던 사람들은 흥미로운 차이를 보였다. 소셜미디어와의 접속이 차단됐던 이들이 계속 접속한 이들에 비해 더 행복해졌을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더 만족감을 느꼈고 부정적인 정서(외로움, 슬픔, 분노)는 덜 경험했다.
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믿지만, 지나친 몰입은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는 늘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과 남을 비교하며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로움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생활하는 연말보다 봄과 초여름에 더 많다는 연구도 있다. 마치 자신만 빼고 온 세상이 파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봄에 더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세상에서 접하는 인생들 대부분이 미화된 작품인 것을 누 구나 머리로는 안다. 그렇지만 타인에게 초미의 관심을 갖도록 설계된 우리의 마음은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흔들릴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 보면 자기 인생보다 소란스러운 바깥을 더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 한구석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귀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 특별한 공간을 음미하는 것도 행복의 지혜다. 모든 것을 전시할 필요는 없다.
- 조선일보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입력 : 201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