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태권도를 뿌리내리고 활짝 꽃피운 문대원 사범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입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멕시코인들이 누구인가? 빙하기인 2만년 전 남하한 아시아의 몽골 인종은 유카탄 반도에 자리잡고 마야문명과 아즈텍 문명을 꽃피웠다. 태양의 신에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을 꺼내 제물로 바친 아즈텍 전사의 후예들이다. 그런 멕시코인들이 태권도에 흠뻑 빠져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권도 프로리그가 운영되는 곳이다. 멕시코 전역에 태권도장이 무려 3500여곳이 있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이는 인구의 10%를 넘는 15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태권도 열기이다. 멕시코를 이렇게 태권도의 나라로 만든 한국인이 있다. 멕시코인들로부터 ‘대사부’(그랑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문대원(71)사범이다. 그는 지난 44년간 멕시코에 태권도의 씨를 뿌리고 활짝 꽃피운 무술인이다. 30만명의 제자가 문 사범의 엄한 호령에 따라 태권도를 익혔고, 그 가운데 5만명의 유단자가 탄생했다. 멕시코 전역에 직접 450개의 도장을 운영하며 일년에 8개월을 지방을 돌며 도장을 운영한다. 멕시코 정부로 부터 국민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훈장을 받고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집행위원이기도 한 문 사범은 ‘살아있는 전설’ 로 통한다.
텍사스 주립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던 문 사범은 우연히 무술 경연대회에 나갔다. 당시는 태권도는 미국에 이름이 없었고, 대부분 일본인들이 전파한 가라데가 판을 치던 시대였다. 경량급과 중량급으로 나눠 호구도 없이 맞붙었다. 타고난 ‘깡다구’와 빠른 몸놀림, 공포스런 격파술로 경량급을 휩쓴 문 사범(171㎝,68㎏)은 중량급 챔피언과의 통합전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키가 2m가 넘는 거구를 넘어뜨렸고, 꽁꽁 언 두꺼운 벽돌을 손날로 깨뜨리며 미국 전역에 무명(武名)을 날렸다. 무술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고, 전국의 무술대회에 초청을 받았다. 그러다가 운명적으로 멕시코까지 무술대회에 초청을 받은 문 사범은 한국과 많은 점에서 닮은 멕시코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 접수한 도장은 가라데 도장. 도장 정면에 붙어있는 일장기와 일본 가라데의 전설인 마부니의 초상을 떼어 버리고 태극기를 붙이는 것으로 멕시코에 대한 태권도 전파를 시작했다고 한다. “강하고 정신이 있는 태권도를 가르쳤습니다.” 문 사범은 혹독하게 수련을 시켰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하는 격렬한 태권도를 선보였다. 입문하고 4~5년 이상 지나야 검은 띠를 멜 수 있는 시험을 볼 자격을 부여했다. 단순히 무술 실력만을 본 것이 아니라, 태권도의 역사와 유래에 대한 논문을 써야 했다. 3일간 금식을 해야 했고, 3대1의 대련을 통과해야 했다. 특히 15살 미만의 청소년들은 학교 성적이 80점 이상돼야 검은 띠의 자격이 됐다. 멕시코에 자리잡은지 4년만에 서울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에 멕시코팀을 이끌로 참가해 3위를 차지했다. 멕시코가 세계태권도 강국으로 부상했다.
문대원 사범의 젊은 시절 모습. 각종 무술대회에서 따낸 트로피가 눈길을 끈다. |
문 사범은 “한류의 바탕에는 태권도의 오랜 뿌리 내림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장을 찾은 지나가던 어린 소녀가 수줍게 다가와 문 사범에게 사인과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한다. 멀리서 바라보던 소녀의 어머니도 냉큼 달려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이길우 선임기자 한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