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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vs 영웅···캡틴아메리카:시빌워, 관람 포인트

해암도 2016. 4. 30. 06:15

어벤져스 vs 어벤져스, 업그레이드된 마블의 귀환

“지금까지 나온 마블 최고의 영화”(엠파이어).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4월 27일 개봉, 앤서니 루소·조 루소 감독, 이하 ‘시빌 워’)에 쏟아진 해외 언론의 극찬은 과장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 탄생한 미국의 수퍼 군인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를 주인공으로 다룬 세 번째 작품 ‘시빌 워’는 마블 영화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수작.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관람 포인트

전편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2014, 앤서니 루소·조 루소 감독, 이하 ‘윈터 솔져’)에서 돋보였던 현실적인 세계관의 온도를 유지하되, ‘어벤져스’ 시리즈(2012~)를 통해 확장된 마블 영화의 세계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조화롭게 봉합했다. ‘시빌 워’의 성취를 여섯 가지 포인트로 짚었다.
 

1. 신구(新舊) 캐릭터의 환상적인 조화
마블 역사상 가장 많은 히어로가 한자리에 모였다. 캡틴 아메리카·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등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은 물론,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팔콘(앤서니 마키)과 워 머신(돈 치들), 앤트맨(폴 러드)과 비전(폴 베타니) 등 우리에게 친근한 영웅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먼)와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까지 더해지며 ‘어벤져스 2.5’라 불릴 만한 흥미로운 캐릭터의 조화를 보여 줬다. ‘시빌 워’를 연출한 루소 형제 감독은 영웅들을 6 대 6으로 나누며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신구 캐릭터를 조화롭게 활용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캐릭터 비중을 떠나 영웅들의 개성과 매력을 콕콕 집어냈다는 것. 이는 캡틴 아메리카에 비해 등장 분량이 훨씬 적은 앤트맨과 스파이더맨이 신스틸러로 등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 한층 깊어진 영웅들의 고뇌
그동안 어벤져스 군단은 거대 악에 대항해 많은 시민들을 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피해를 전부 막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UN(United Nations·국제연합)이 수퍼 히어로들을 등록·관리하는 ‘소코비아 협의문’이 상정된다. 영웅이 악당을 물리치는 기존 수퍼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넘어, 영웅들의 심리·정치적 갈등을 그리는 게 ‘시빌 워’의 핵심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3월 24일 개봉, 잭 스나이더 감독, 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을 비롯, 최근 들어 수퍼 히어로 영화들이 영웅들의 분열과 갈등을 그리는 이유는 뭘까.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시빌 워’는 미국의 현실이 수퍼 히어로 영화와 맞닿는 지점을 잘 보여 줬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사실 인디언 학살을 통해 새로운 대륙을 개척한 나라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영화들이 담아내야 할 필수적인 주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 두고두고 믿고 볼 루소 형제 감독
‘시빌 워’의 동력은 스릴러와 액션, 코미디를 영리하게 조율한 감독의 역량에서 나온다. TV 시트콤 ‘커뮤니티’(2009~2015, NBC·Yahoo! Screen)를 만든 신예 루소 형제 감독의 연출력은 이미 전편 ‘윈터 솔져’로 검증된 바 있다.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는 심리 스릴러”를 만들고 싶다던 그들은 그 의도를 십분 살렸다. 첩보영화를 연상시키는 탄탄한 심리극, 스펙터클한 액션과 유쾌한 농담을 ‘시빌 워’에 균형 있게 녹여냈다. 형 앤서니 루소 감독의 연출력, 동생 조 루소 감독의 기술적 노하우가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다.

해외 매체들은 “역동적인 캐릭터, 대담한 구조, 감정적인 서사, 긴박한 액션 등 블록버스터가 지녀야 할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시네마 블렌드)며 일제히 루소 형제 감독의 연출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블이 일찌감치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파트 1·2(2018·2019년 개봉)의 감독으로 두 사람을 점찍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주의 평화는 어벤져스 군단이 지키고, MCU의 미래는 루소 형제 감독의 손안에 있다.
 

4. 시선 집중! 17분간의 공항 액션
내전(內戰)이라는 뜻의 ‘시빌 워’는 영웅들 내부의 대결이기에 절대적인 선(善)과 악(惡)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대결을 벌이는 멤버들이 있을 뿐이다. 루소 형제 감독은 공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대결 장면을 위해 양 팀의 영웅이 어떻게 맞붙어야 시너지를 발휘할지 고민하고, 액션의 동선과 감정선을 섬세하게 분석했다. 게다가 각 캐릭터의 특성에 맞는 현실적인 액션을 주문했다.

한때는 친구였고 동료였던 이들이 각자의 신념과 대의를 위해 맞붙는 장면은 단순한 주먹싸움이 아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서로 주먹이 오가는 순간에도 이들의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데 공들였다. 이 대결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지 궁금한가. 격렬하지만 유머러스한 17분간의 공항 액션 장면에서 더 이상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승부보다 열두 명의 영웅들이 빚어낸 개성 넘치는 액션을 보는 재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5. ‘캡틴 아메리카’ 3부작의 묵직한 마침표
‘시빌 워’는 ‘퍼스트 어벤져’ ‘윈터 솔져’에 이어 ‘캡틴 아메리카’ 3부작을 완성하는 최종장이다. 늘 옳고 그름을 현명하게 판단해 왔던 캡틴 아메리카는, 이번 영화에서 옛 동료들을 적으로 돌리는 역대 가장 힘겨운 선택을 한다. “옳다고 믿는 바엔 절대로 타협하지 말라”는 옛 연인 페기 카터의 말에 따라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그 선택에 따른 파국을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미국의 상징’이라는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다시 빈손으로 출발점에 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성장담은 ‘시빌 워’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된다.

미국 영화 매체 ‘토탈 필름’은 ‘시빌 워’가 “관객을 즐겁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극 중 등장인물에게도, 이 세계관의 미래에도 쉬운 답을 주지 않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라 호평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뒷모습을 고귀하게 그린 엔딩은 ‘다크 나이트’(2008,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비장한 결말과는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6. MCU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퍼 히어로 열두 명의 육체적·심리적 대립을 균형 있게 담는 게 어디 쉬울까. 놀랍게도 ‘시빌 워’는 자칫 엉킨 실타래처럼 산만하게 묘사될 수 있었던 여러 영웅들의 갈등을 꽤 깊이 있게 묘사한다. ‘아이언맨’(2008, 존 파브로 감독)을 시작으로,

8년 동안 열두 편의 수퍼 히어로 영화를 통해 이미 관객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된 수퍼 히어로들이 주는 친밀감도 극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캡틴 아메리카의 뚝심, 아이언맨의 죄책감 등 앞서 개봉한 마블 영화에서 소개된 여러 영웅들의 히스토리는 ‘시빌 워’를 더욱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비록 ‘윈터 솔져’의 탄탄한 구성을 전부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어벤져스2’가 범했던 실수(방대하지만 공허한 플롯과 혼란스러운 액션)를 반복하지 않고 영리하게 비켜 가며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아냈다. 앞서 개봉한 DC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지적된 ‘영웅들이 왜 싸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관객의 불만을 말끔하게 해소시켜 줄 모범적 사례. 역시 ‘마블 제국’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다.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전작 이야기 Q&A>
질의 :‘소코비아 사태’란?
응답 :스칼렛 위치의 고향인 가상의 동유럽 국가 소코비아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조스 웨던 감독, 이하 ‘어벤져스2’)에서 악당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목소리 출연)에 의해 완전히 초토화됐다. 소코비아 땅덩어리를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인류를 멸종시키려던 울트론의 음모는 어벤져스 군단에 의해 가까스로 저지됐지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수퍼 히어로의 활동을 규제하는 소코비아 협의문이 등장하게 된 사건.
질의 :하이드라의 정체는?
응답 : ‘시빌 워’의 열쇠를 쥔 버키(세바스찬 스탠)를 세뇌해 악당 윈터 솔져로 만든 악의 집단. ‘퍼스트 어벤져’(2011, 조 존스턴 감독)부터 캡틴 아메리카의 주적으로 등장했던 하이드라는 독일의 나치와 구소련, 미국의 쉴드 등 오랜 기간 각국 수뇌부에 마수를 뻗쳤다. ‘시빌 워’의 도입부, 나이지리아에서 폭탄 테러를 계획하는 악당 크로스본즈(프랭크 그릴로)도 하이드라 출신. ‘윈터 솔져’에서 팔콘과 싸우다 흉측한 외모로 변해 버린 쉴드 요원 브록 럼로우가 바로 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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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익숙한 이름들, 어디에 나왔더라?
응답 : ‘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옛 연인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페기는 ‘퍼스트 어벤져’와 ‘에이전트 카터’(2015~, ABC)에 등장했던 쉴드 초창기 요원. 페기의 조카 샤론 카터(에밀리 반 캠프)는 ‘윈터 솔져’에서 쉴드 요원으로 처음 등장했다. 아이언맨의 대화를 통해 페퍼(기네스 팰트로)의 근황도 짤막하게 소개된다. ‘아이언맨’ 시리즈(2008~)에서 아이언맨의 비서이자 연인으로 등장했던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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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헐크와 토르, 대체 어디 간 거니?
응답 :어벤져스 군단의 멤버인 녹색 거인 헐크(마크 러팔로)와 외계에서 온 천둥의 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시빌 워’에 등장하지 않는다. ‘어벤져스2’의 결말에서 각자 팀을 떠났기 때문. 헐크는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워 종적을 감췄고, 토르는 우주의 운명이 걸린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조사하러 은하계 저편으로 떠났다. 두 영웅은 내년 개봉할 ‘토르:라그나로크’(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에 함께 등장한다.
질의 :마블의 단골 카메오 할아버지는 누구?
응답 :대부분의 마블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마블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화 원작자 스탠 리(94)다. 리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뿐 아니라, ‘데드풀’(2월 17일 개봉, 팀 밀러 감독)처럼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다른 제작사의 영화에도 카메오 출연한다. ‘시빌 워’에는 안 나오나 싶더니 웬걸, 아이언맨에게 우편물을 전달하는 노인으로 등장했다.

<완전체란 이런 것, 불꽃 튀는 열두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부터 스파이더맨까지 열두 명의 수퍼 히어로들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며 제 역할을 200% 해낸다. 그야말로 ‘수퍼 히어로 종합 선물 세트’라 할 만하다. 
 

글=고석희·이지영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