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2013년에 수상
서울서 태어난 이토 도요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파빌리온 설계
'1941년 서울생'. 2013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탄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오(伊東豊雄·74)의 이력 첫머리는 '서울'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활발히 작업해온 안도 다다오(74), 반 시게루(58) 같은 유명 일본 건축가와는 달리 지금껏 한국에서 한 번도 설계를 한 적이 없다. 그런 그가 10월 열리는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위한 파빌리온(행사를 위한 가설 건물) 설계를 맡았다. 최근 현장 방문차 방한한 그를 김포공항에서 만났다.
-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토 도요오
- '속' 보여준 일본에… 세계는 또 반했다

―파빌리온은 용도를 다하면 철거되는 운명을 지녔다. 첫 프로젝트치고는 작다.
"큰 프로젝트보다 작은 프로젝트를 좋아한다. 작은 건축을 다음 건축을 위한 중요한 모델로 삼기 때문이다. 2002년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 들어섰던 파빌리온도 3개월만 존재했지만 이후 도쿄 토즈 매장의 뼈대가 됐다(둘 다 표피를 구조로 삼았다). 이번엔 비슷하지만 다른 한일 양국의 미묘한 문화 차를 반영하고 싶다."
―근래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을 위한 '모두를 위한 집' 등 사회성 짙은 작업을 한다.
"대지진 전에는 건축가들이 '내가 굉장한 걸 만들었어' 으스대는 분위기였다. 지진이 일어나자 모든 게 폐허가 됐다. 멋진 건물을 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자성이 생겼다. 사회를 보게 된 것이다."
―당신이 정의하는 사회적 건축이란.
"주민과 같은 방향을 보는 건축이다. 건축가들이 말로는 '사회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때가 많다. 내가 늘 품는 자문이기도 하다."
"자연 껴안는, 아시아만의
건축이 필요한 때"
―모더니즘 건축을 비판해 왔다.
"모더니즘 건축은 규율로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사상에서 출발했다. 자연과의 관계를 끊고 세계 어디든 비슷한 건물을 세웠다. 이젠 서양에서 수입된 건축 사상에서 벗어날 때다. 아시아만의 고유한 건축 모델이 중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적 건축'은 무엇인가.
"자연에 대한 아시아의 공통된 정서에 기반을 둔 건축이다. 한옥이 그렇듯 건물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가치를 건축물에선 어떻게 구현하나.
"최근 일본 기후(岐阜)시에 공공문화시설인 '모두의 숲―미디어코스모스'라는 건물을 설계했다. 지하수가 건물 아래로 흐르게 하고 지역에서 나는 히노키(편백나무)를 엮어 지붕을 만들어 자연 냉·난방이 되도록 했다. 벽도 없애 공간을 분절하지 않았다."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하는데 지금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의 관계는 매끄럽지 않다. 건축, 나아가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선 근대 이전 아시아가 지녔던 공통된 문화를 토대로 정치·역사적 화합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한·중·일 3국 주거나 생활 방식 등엔 공통분모가 있다. 문화 교류를 통해 이런 유사점을 상기시키면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선 해외 건축가를 초대해 프로젝트를 맡기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아쉽다. 일본 건축가로서 부끄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