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주택의 재발견

해암도 2015. 6. 11. 06:12



	[주택의 재발견] 20평 자투리땅에 4층짜리 집 지은 30대 부부

집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주거방식은 아파트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상자 모양 아파트에서 산다. 그러나 최근 내 개성이 담긴 집, 내게 필요한 기능을 갖춘 집, 내가 꿈꾸던 집을 직접 짓고 사는 사람이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도 그런 집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개성, 실용, 낭만이 넘치는 집을 만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집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30대 부부는 연남동에 2층짜리 노후주택을 매입해 4층짜리 주택 '기디맨션'으로 탈바꿈했다. 1층은 수제맥주집, 2층은 침실과 욕실, 3층은 아내의 요리수업, 4층은 남편의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30대 부부는 연남동에 2층짜리 노후주택을 매입해 4층짜리 주택 '기디맨션'으로 탈바꿈했다. 1층은 수제맥주집, 2층은 침실과 욕실, 3층은 아내의 요리수업, 4층은 남편의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2년차 부부 방성곤(33)·임이랑(30)씨는 매일 아침 2층 안방에서 각각 4층 서재, 3층 주방으로 출근한다. 개인 사업을 하는 남편 방씨는 서재에서 일하다가 오후 6시가 되면 1층 ‘기디펍’의 문을 열고 수제맥주집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식품연구원으로 일하는 임씨는 3층 주방에서 요리수업을 준비한다. 주방 옆에 딸린 테라스(베란다)에서 키운 신선한 허브와 민트 등 야채를 따서 저녁상에 올리기도 한다.



	[주택의 재발견] 20평 자투리땅에 4층짜리 집 지은 30대 부부


방씨와 임씨는 작년 9월 마포구 연남동 낡은 2층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150㎡(약 45평) 규모의 주택이었다. 전체 대지 면적은 69㎡(20평) 정도에 불과했다. 신혼집으로 마련한 아파트의 전세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부수입 내기가 쉽지 않아요. 거주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차라리 작더라도 단독주택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주택의 재발견] 20평 자투리땅에 4층짜리 집 지은 30대 부부


최근 떠오르는 상권인 연남동 땅이라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주택 매입 가격에 대해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한채 살 정도의 금액”이라고 말했다. 근처 주택시세는 평당 2500만원 안팎이다.

방씨와 임씨 부부는 원래 살던 아파트의 전세금을 빼고 대출을 받았다.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 원룸을 구해 지냈다. 리모델링에 6개월이 걸렸다. 주택 공사비는 1억9000만원 정도 들었다. 방씨의 친구들이 투자한 기디펍 인테리어 비용 5000여만원까지 포함하면 총 2억4000만원이다.

노후했던 다가구 주택이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69㎡ (52평)짜리 하얀 이쁜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연남동 골목에서도 확 눈에 띈다. 건물 오른쪽에는 커다란 콘크리트 벽체가 우뚝 서있다. 건물의 기둥 역할을 한다. 벽체 꼭대기에 ‘기디맨션’이라는 간판도 달았다.



	기디펍을 설계·시공한 인테리어회사 아이디어카우치(IDEACOUCH) 측은 '기디(어지러운)한 느낌을 주기 위해 사선들을 조합한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말했다/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기디펍을 설계·시공한 인테리어회사 아이디어카우치(IDEACOUCH) 측은 "기디(어지러운)한 느낌을 주기 위해 사선들을 조합한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말했다/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기디(Giddy)'는 신나는, 들뜬, 어질어질하고 아찔하다는 뜻이다. 방씨는 "우리 부부가 'giddy'한 삶을 살고 또 맥주집에 놀러오는 손님들도 기디한 느낌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집은 복층 구조다. 건물이 골목길 코너에 자리 잡고 있어 잘 보이기 때문에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기 좋다.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만 3~4곳이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동신시장도 걸어서 10분 거리다. 수제맥주 가격은 6000~7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아내 임이랑씨는 3층 주방 공간에서 소규모 요리수업 '마이에이프런'을 열고 있다/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아내 임이랑씨는 3층 주방 공간에서 소규모 요리수업 '마이에이프런'을 열고 있다/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방씨는 “아내가 식품을 전공해 일반 식당에 가면 원가가 얼마인지 짐작을 한다”며 “원가를 생각하면 돈이 아까워서 외식을 잘 못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거품을 뺀 가격에 맥주와 안주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기디펍은 방씨와 친구들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방씨 부부는 기디펍 공간을 임대해주고 월세를 200만원씩 받는다.

기디맨션은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좁아지는 구조다. 침실·욕실·옷방으로 이뤄진 2층은 38.7㎡(11.7평)이다. 침실엔 2인용 침대가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벽 곳곳에 선반을 달아 가구 대신 수납공간으로 사용한다. 심지어 주방 옆이나 계단 뒤쪽 자투리 공간에도 수납함도 넣었다.


	 홍보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 방성곤씨는 4층에 마련한 서재 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다/사진=이진한 기자
홍보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 방성곤씨는 4층에 마련한 서재 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다/사진=이진한 기자


3층 주방은 29.6㎡(8.9평), 4층 서재는 23.1㎡(7.01평)로 더 좁다. 하지만 3층과 4층이 복층 구조로 되어 서재에서 주방이 내려다 보이고 주방에선 6m 높이의 천장까지 시원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임씨는 “좁은 공간이지만 답답하지 않고 넓은 공간처럼 느끼기 위해 복층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사생활 보호를 위해 테라스엔 직접 나무도 심어 작은 정원처럼 꾸몄다”는 설명이다.


	(위에서부터) 2층 집으로 올라가는 사진, 2층 침실, 2층 복도, 옥상 전경/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위에서부터) 2층 집으로 올라가는 사진, 2층 침실, 2층 복도, 옥상 전경/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서재를 덮고 있는 천장에는 가로로 창문을 내 일조량을 최대한 확보했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조현진 조앤파트너스 대표는 “서재에 앉아 창 밖을 보면 주변의 어지러운 풍경이 지워지고 하늘과 맞은편 산 봉우리만 보인다”며 “날씨에 따라 바뀌는 액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설계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전 주택 전경(왼쪽)과 기디맨션 완공 후 모습(오른쪽)/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리모델링 전 주택 전경(왼쪽)과 기디맨션 완공 후 모습(오른쪽)/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기디맨션 조감도/이미지=조앤파트너스
기디맨션 조감도/이미지=조앤파트너스

[편집=임홍경, 디자인=남혜영]

조선  입력 : 201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