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imes it is the people who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ngs that no one can imagine”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에 나오는 대사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해낸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영국의 수학ㆍ물리학자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ㆍ1912년 6월23일~1954년 6월7일)이라는 실존인물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그는 천재 수학자였다. 컴퓨터의 전신을 만든 사람이다.
영화는 앨런 튜링이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작전에 참여해 암호해독기 ‘더 봄브(The Bombe)’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일의 무전을 해독,연합군의 작전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에니그마 해독작전 성공은 종전을 최소 2년 앞당겼고,1400여만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는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또는 ‘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불린다. 튜링은 24세이던 1936년에 발표한 논문 ‘계산 가능 수에 대하여(On Computable Numbers)’에서 컴퓨터의 개념적 기초를 확립했다. 그가 논문에서 제시한 ‘튜링 기계(Turing machine)’는 개인용컴퓨터(PC)에서 수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컴퓨터의 원형(原型)이다. 또한 이와 관련해 그가 제시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는 아직도 인공지능(Artificial Iintelligence, AI)의 기본 개념이 되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 남들과 다른 소위 ‘왕따’였다. 그의 사립중등학교(public school) 시절은 지옥이었다. 과학과 수학만 좋아하는 그를 교사들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급우들은 더 심했다. 영화에서 급우들이 맬런 튜링을 마루청 밑에 묻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그를 구해준 이가 크리스토프이다. 왕따인 그에겐 유일한 친구였다. 의기소침한 그에게 크리스토프는 말한다.
그의 성장통을 이겨내게 하는 말이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머리 속에서 이 대사가 지워지지않았다.
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독일의 대형 잠수함 유보트(U-boat)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영국은 블레칠리파크(Bletchley Park)에 있는 정부암호학교(Government Code and Cypher School)에 영국 최고의 수학자ㆍ암호학자들을 모았다. 이들의 임무는 독일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하는 것이었다. 독일은 ‘에니그마는 해독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어쩌면 영국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방법은 찾아야겠고,전쟁은 패할 것 같고. 보이지않는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1590억의 10억배 경우의 수. 158,962,555,217,826,360,000. 에니그마는 예를들어 자판에 A를 누르면 출력은 Q. 이를 매일 바꾸면 내일은 A가 F도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A~Z까지가 기하급수적으로 곱해져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를 수작업으로 맞춰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 영화에서 튜링은 기계는 기계로 해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해독팀에서도 또 왕따가된다.
하지만 고집을 꺽지않는 튜링은 처칠에게 편지를 보내 설득한다.
영화에서 튜링은 암호해독기계를 제작하는 과정에 도움을 받을 인력을 구한다. 여기서 조앤 클라크(역 키이라 나이틀리)를 만난다. 조앤의 천재성에 감탄해 그를 뽑지만 조앤은 갈등한다.
그때 튜링은 왜 자신을 돕느냐는 조앤의 물음에
“Sometimes it is the people who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ngs that no one can imagine”라고 답한다.
마침내 1939년.그의 초고속 계산기 더 봄브(The Bombe)는 독일 암호 배열을 몇 주가 아니라 단 몇 시간 안에 풀어냈다. 영국은 독일 유보트의 진로를 파악,격침시켰다.
튜링은 동성애자였다. 그의 첫 사랑은 사립중등학교 시절 크리스토프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한때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결심도 했다. 튜링은 1941년에 조앤 클라크에게 청혼했다. 나중 동성애자로 밝히며 파혼했다. 조앤은 이해한다고 했지만.
이후 튜링은 1952년 아널드 머리라는 19세 노동자와 동성애 관계에 빠졌다. 당시 사회는 동성애자들에게 가혹했다. 영국에서 동성애 처벌법은 1967년까지 지속됐다. 동성애가 발각될 것을 염려해 신고하지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널드 머리는 튜링집에서 도둑질을 한다.하지만 튜링은 신고했고 범인을 어떻게 아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동성애자임을 밝힌다. 결국 튜링은 감옥을 가는 대신 화학적 거세를 택한다. 당시 튜링은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을 투여받았다. 영화에서 처럼 튜링은 달리기를 잘했다. 또한 조정(漕艇)도 수준급이었다.그런 그가 가슴이 나오고 살이 붙었다. 그는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이때 조앤이 튜링을 찾는다.
조앤은 튜링에게
“Sometimes it is the people who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ngs that no one can imagine”라고 말한다.
지난 1일 영화를 보고난 이후 머리를 떠나지 않는 말이 되었다.
영화를 보지않아 흘려보냈던 작가 그레이엄 무어가 지난 2월23일 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며 말한 소감이다.
“So, in this brief time here, what I want to use it to do is to say this: When I was 16 years old, I tried to kill myself because I felt weird and I felt different and I felt like I did not belong. And now I’m standing here and, so, I would like for this moment to be for that kid out there who feels like she’s weird or she’s different or she doesn’t fit in anywhere. Yes, you do. I promise you do. You do. Stay weird. Stay different. And then when it’s your turn, and you are standing on this stage, please pass the same message to the next person who comes along. Thank you so much.”
“저는 16살 때 자살하려고 했어요. 제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고,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어딘가에 있을 자기가 이상하고 남다르다거나,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그런 사람을 위한 시간입니다. 언젠가 당신 차례가 오면, 그래서 이 무대에 서게 되면, 다음 사람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세요. 이상해도 괜찮아,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Sometimes it is the people who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ngs that no one can imagine”는 그레이엄 무어의 소감과 같은 말이다.
그 ‘누군가’가 나일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그 ‘누군가’를 지나쳐왔을까? 아님 ‘누군가’에게 나도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을까? 지금도 그 ‘누군가’를 보지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 ‘누군가’이지 않을까?
조문규 디지털제작팀장 chomg@joongang.co.kr [J플러스] 입력 201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