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떡볶이집에서 1000호 점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
자서전 '착한 성공'서 성공의 비밀 밝혀
- 분식 프랜차이즈 '아딸' 이경수 대표.
"돈 버는 방법요? 알고 보면 정말 쉬워요."
무척 겸손해 보이는 ‘아딸’ 이경수 대표가 선뜻 “돈 벌기가 쉽다”고 했을 때는 인터뷰를 하러 간 사실도 잊고 나도 모르게 반발심이 들었다. 분식 프랜차이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대표라서 잘난 채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가장 하기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떡볶이로 성공을 거둔 이 대표의 진심이 들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은 험하다는데 나는 무슨 재능이 있을까? 돈은 벌 수 있을까? 늘 그런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살았다."
삼 형제 중 공부도 가장 못 해서 늘 열등감 속에 살았던 이 대표는 장사에 소질이 있었다. 대학교 때 처음 해본 오징어 장사로 천만 원 가까이 벌었다. 비록 월급 사장이었지만 수영장을 운영하며 회원 수를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그에게는 돈을 버는 원리가 보였던 것이다. "돈 버는 원리는 정말 간단하고 쉬워서 이렇게 쉬운 걸 왜 고민하고 살까 하는 의문이 되려 들었다."
"보통 기업을 운영한다고 하면 물려받았거나, 엄청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8평짜리 떡볶이 가게를 하는 사람은 결코 성공을 못 할 것으로 생각해 성공하려는 시도조차 해 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들이 프랜차이즈 CEO들이다. 김밥천국 대표도, 놀부보쌈 대표도 모두 동네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성공했다. 모두 똑같이 작게 시작했는데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현상유지밖에 못하는 이유가 뭘까."
"물질적인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그 비법을 가르쳐 줘야 하지 않겠나. 어렵다고 생각해서 기업을 이루는 것은 할 수 없겠다 체념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무것도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으니 아무나 꿈을 꾸라고 말한다. 성공하려면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해야 한다면 보통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성공의 비밀은 '기본을 지키는 것'
그가 분식업에 입문한 건 절박한 필요 때문이었다. 집안에 큰 빚을 해결하기 위해 30년간 튀김가게를 운영한 장인과 함께 작은 분식집을 열었다. '아버지와 딸(아딸)'이란 이름의 연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같은 건물에 이미 김밥집이 있어서 김밥을 팔 수가 없었다.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떡볶이와 순대, 어묵, 튀김만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좌절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몇 가지 메뉴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절실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었다. 아이들만 찾는 지저분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 차별화했다.
조그만 분식집이지만 호텔 주방장처럼 전 직원(이 대표, 그의 아내, 장인)이 깨끗한 유니폼을 입었다. 홍보를 위해 가게 앞에서 어묵을 공짜로 나눠주고 꼬마 손님들 이름을 하나하나 외워가며 최선의 친절을 다했다. 덕분에 방송에도 나가게 됐고 나중에는 전화를 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그의 말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쉬운 성공의 원리'는 세 가지다. 첫째가 상권이고 다음이 맛과 서비스다. 정말 초등학생도 알 법한, 외식업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사람이 프랜차이즈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 맛을 연구하고 청결하고 멋진 인테리어를 갖추며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 줄 안다면 프랜차이즈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맹점주 대부분이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 반대로 한다. 창업설명회에 온 사람에게 '떡볶이 장사를 할 준비가 됐냐?'고 꼭 물어본다. 준비도 안 된 사람이 돈이 있다고, 요새 장사가 잘된다고 하니까 프랜차이즈를 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떡볶이 장사를 할 때 정말 기분이 좋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떡볶이 장사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창피해서 주변에 말도 못한다. 스스로 창피하게 생각한 걸 고객에게 맛있다며 열정적으로 팔 수 있겠나. 한 3년 하다가 다음에 더 폼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그 3년 안에 완전히 망한다. 자긍심도, 열정도, 긍지도 없이 억지로 하면 안 된다.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커다란 역할을 한다."
아딸은 국내 분식 프랜차이즈 최초로 1,000호점을 돌파했다. 브랜드를 오래 전부터 들어봐서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지만 중간에 큰 시련이 겪었다. 본사는 망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이 대표 혼자 고시원에서 수억의 빛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도 이대 아딸점은 엄청나게 잘 됐다. 음식맛이 아니라 시장을 오해한 탓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다. 현재는 아딸을 18개나 운영하는 가맹점주와 함께 맨손으로 인테리어부터 식자재 수급까지 함께 했다. 가맹점이 70개가 넘을 때까지도 버젓한 본사 사무실조차 없었다. 커다란 실패를 겪은 후 보이는 것보다 실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본사 건물이 없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가 없어서다.
◇아딸 성공의 비밀을 담은 책 '착한 성공'
'착한 성공'이란 말에는 기본을 지키고 정직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 시작은 자기관리부터다. “성공하고 싶으면 꿈을 꿔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누가 그걸 모르느냐고 반문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한 얘기를 보면 모두 같은 얘기를 한다. 꿈을 꿔라, 열정을 가져라, 시련을 극복해라 등 아주 간단한 것들이다. 모두 들은 얘기겠지만 나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았더니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러니 자기 관리부터 해야 한다.
"자기관리는 '화'를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망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자기 때문에 망한다. IMF 때문에 망하거나 사스, 신종플루, 경쟁가게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다. 거의 대다수는 그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 그 첫 번째가 '화'를 다스리지 못해서다. 실 예로 상담해 본 한 가맹점주는 건물주와 싸운 것이 빌미가 됐다.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하고 멱살을 잡은 후 사이가 틀어져 버리자 건물주가 매해 월세를 올린 것이다.
아무리 장사가 잘 되도 버텨낼 재간이 있을 수 없다. 결국, 퇴직금으로 받았던 전 재산을 날리고 모든 걸 포기하고 나오게 된 것이다. 뒤돌아 보니 망한 이유가 성질 때문이다. 장사하려면 자신을 죽이고 겸손해야 한다.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고객, 직원 등과 잘 지낼 수 있겠나. 이런 기본도 못 지키면서 성공할 수 있을 수가 없다."
그는 '착한 성공'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아딸이 분식 프랜차이즈 최초로 식기세척기를 도입하고 매장 크기를 작게 운영하는 것도 다 같은 이유에서다. 본사 이윤을 극대화하려 했다면 도입하지 않았을 정책들이다. 고객이 원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신규 메뉴를 출시하면 꼭 직영 매장에서 오랜 기간 테스트를 거쳐 검증을 받아야 가맹점에서 판매한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의 진심 어린 충고가 기억에 남는다. "행복해야 성공한다. 힘든 와중에 가족이 후원을 해주고 원망하지 않고 버텨줬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을 돌아봐야 한다. 행복은 거기에 있다."
조선닷컴 단미 안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