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가지 격정적 인생 원맨쇼로 풀어낸 사나이
2013-03-19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떠돌이로 나왔던 드니 라방. 젊은 시절에도 잘생긴 데 한 곳 없었던 그의 얼굴은 ‘홀리 모터스’에서 아홉 개로 변신한다. 영화사 오드 제공
영화는 유능한 사업가인 오스카(드니 라방)가 고급 리무진 홀리 모터스에 올라 하루 종일 프랑스 파리 곳곳을 누비며 아홉 가지 다른 삶을 사는 이야기다. 구걸하는 노파로, 온몸에 센서를 달고 모션 캡처를 하는 배우로, 사진 촬영 중인 여자 모델을 납치하는 광인으로…. 라방의 원맨쇼가 펼쳐진다. 이 영화의 ‘스펙’은 꽤 화려하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뒤시네마,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더타임스도 ‘올해의 영화’로 꼽았다.
‘폴라X’(1999년) 이후 레오 카락스 감독의 장편 복귀 작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
《 드니 라방(52)의 연기는 미쳤다. ‘홀리 모터스’(4월 4일 개봉)를 보면 그렇다.
영화는 유능한 사업가인 오스카(드니 라방)가 고급 리무진 홀리 모터스에 올라 하루 종일 프랑스 파리 곳곳을 누비며 아홉 가지 다른 삶을 사는 이야기다. 구걸하는 노파로, 온몸에 센서를 달고 모션 캡처를 하는 배우로, 사진 촬영 중인 여자 모델을 납치하는 광인으로…. 라방의 원맨쇼가 펼쳐진다. 이 영화의 ‘스펙’은 꽤 화려하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뒤시네마,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더타임스도 ‘올해의 영화’로 꼽았다.
‘폴라X’(1999년) 이후 레오 카락스 감독의 장편 복귀 작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
‘홀리 모터스’에서 드니 라방은 꽃을 우걱우걱 씹으며 달리는 광인으로도 변신했다. 영화사 오드 제공
영화는 개봉 전부터 국내에서도 화젯거리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영화에서 라방의 성기가 약 30초간 노출된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수입사인 오드는 이 장면을 블러(영상을 뿌옇게 만드는 것) 처리해 영등위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라방을 e메일로 만났다.
―어려운 역할들이다. 감독의 주문은….
“감독은 ‘여러 캐릭터의 심리적 측면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말고 그들의 행동과 태도에 집중하라’고 했다. 마치 춤 안무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내 연기를 인도했다.”
라방은 카락스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린다. 카락스 감독의 전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년), ‘나쁜 피’(1986년), ‘퐁네프의 연인들’(1991년)에서도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아홉 개의 역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옛 연인 진(카일리 미노그)과 만나는 역할이다. 오래되고 텅 빈 백화점 바닥에 깔린 마네킹들 사이를 통과하며 (애인을 만나기 전) 향수에 젖어 배회하는 신이 특히 그렇다. 영화 속에서 나는 리무진을 타고 다른 역할을 하기 위해 매번 분장을 한다. 이 역할에서는 내가 진짜로 오스카가 된 느낌이 들었다.”
―당신의 연기를 보면 ‘원시적 매력’과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다. 스스로 어떤 배우라고 평가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항상 삶의 흔적이 새겨진 얼굴로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초월하게 하고, 때로는 길을 잃게 하고, 때로는 통찰력의 엄격함으로 나를 인도하는 카락스 감독 같은 예술가와 함께할 수 있는 게 배우로서의 기쁨이다.”
―이 영화는 일관된 스토리 없이 뮤직비디오 9편을 엮어놓은 것 같다. 주제가 무엇인가.
“우리의 삶이 이 영화와 같지 않은가. 때로는 이 역할, 저 역할로 살고 있지 않나. 감독은 다양한 삶을 사는 오스카를 통해 유령과 같은 우리 삶을 표현했다.”
카락스 감독은 누벨 이마주의 기수로 불렸다. 프랑스어로 ‘새로운 이미지’를 뜻하는 누벨 이마주는 프랑스 영화 특유의 사변적인 대사 대신 화려한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전에 ‘베티 블루’의 장자크 베네, ‘그랑 블루’의 뤼크 베송 감독도 이 경향에 속했다.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촬영하며 느꼈듯이 한국 관객도 이 영화를 보며 자유의 기쁨을 느끼기 바란다. 몇 년 전 전주영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원색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제의적 행사와 전통가옥의 훌륭한 지붕이 매우 신선해 때때로 꿈을 꾼다. 이 백일몽을 좇기 위해 기꺼이 한국에 갈 것이다.”
민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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