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줍던 집시가 남우주연상 "내 실화 연기했을 뿐
제 63회 베를린 영화제 '언 에피소드…'의 나지프 무지츠 작품은 심사위원 대상 수상, 소망은… "직장이 필요해"
2011년 보스니아에 사는 '집시' 나지프 무지츠는
500유로(약 72만원)가 없어 동거녀인 세나다 알리마노빅을 잃을 뻔했다.
5개월 된 아기를 유산한 알리마노빅을 데리고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치료를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16일(현지 시각) 열린 제63회 베를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그는 보스니아 출신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언 에피소드 인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언 피커
(An Episode in the Life of an Iron Picker·이하 '언 에피소드')'에
배우로 처음 출연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하루하루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며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영화였다.
이 영화는 2위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인 은곰상도 함께 받았다.그
는 시상식에서 "나는 배우가 아니다. 나는 단지 내 이야기를 연기했을 뿐이다.
배역은 내 가족 속에 있는 나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연기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무지츠는 자신이 겪은 비참한 삶을 그대로 연기했다.
유럽, 특히 동유럽에서 가장 천대받는 집시로 사는 무지츠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아내나 다름없는 동거녀 알리마노빅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생계는 고철을 주워다 팔며 근근이 이어갔다. 어느 날 몸이 아픈 알리마노빅이 유산을 했다.
배 속에 죽은 아기를 그대로 둔 채 병원과 복지단체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돈도, 의료보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치료를 해준 의사를
두 시간만 늦게 만났어도 알리마노빅은 목숨을 잃을 뻔했다.
제63회 베를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나지프 무지츠가 은곰상 트로피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철을 주워 가족을 부양했던 이 집시 배우는 가난과 차별 때문에 겪었던 절망적 순간을 영화에서 그대로 연기했다. /AP 뉴시스
현지 신문에 무지츠와 알리마노빅의 이야기가 소개되자, 2001년 '노 맨스 랜드'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타노비치 감독은 이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그는 쓰레기 더미 근처 스러져가는 집에 사는 무지츠를 찾아가 영화에 직접 출연해줄 것을 부탁했다.
타노비치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던 무지츠와 알리마노빅은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섭다"며 출연 제안을 몇 번이나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알리마노빅이 "내가 경험해야만 했던 걸 다른 사람들은 겪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이들은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언 에피소드'는 1만7000유로(약 2446만원)의 예산으로 9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타노비치 감독은 무지츠와 알리마노빅뿐 아니라 그들의 두 아이도 영화에 출연시켰다.
타노비치 감독은 "전문 배우를 쓰려면 (돈이 많이 들어) 제작비를 투자받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제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출연시켜
시나리오 없이 영화를 찍는, 위험한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무지츠는 영화 상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직장을 갖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환상이나 희망을 갖고 있진 않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영화 출연 이후에도 무지츠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린 집시입니다.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직한 사람이고, 훔치지도 않습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집시라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 한 적이 없어요." 조선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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