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4일 출시되는 현대차 LF 쏘나타 텐더링 이미지. |
그가 새 차를 알아보면서 가장 많이 참고했던 것은 언론 보도와 함께 자동차 매니아 사이트에서의 시승기였다. 전문가들이 남긴 글들을 참고해 그가 선택한 것은 르노삼성의 QM3. 지난해 말부터 르노삼성이 판매한 QM3는 온라인상에서 매니아들의 극찬을 받았고 실제로 스페인에서 직수입한 5000대 물량이 완판됐다. 차량을 구하기가 힘들어 한때 중고차 사이트에서 신차 이상의 가격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양씨는 “예전에는 자동차 회사에서 홍보하는 정보 이외에는 마땅한 정보가 없었는데 이제는 자동차 매니아들이 워낙 전문적인 정보를 올려주다 보니 차량 구매 시 많은 참고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2009년 75%였던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8%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올해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현대기아차의 전체 매출에서 내수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 755만대 가운데 내수 판매량은 110만대 수준으로 14~15% 사이다. 하지만 내수 시장이 해외 시장 진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수 시장의 ‘빨간불’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판매량도 판매량이지만 현대기아차 브랜드에 대한 여론이 점차 나빠지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따라서 양씨처럼 합리적 대안이 나타났을 경우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고객이 점차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차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점차 낮아지는 데는 품질과 AS 등 차량 자체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온라인에서 팽배한 ‘비토’ 여론도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매니아들의 전문적 평가가 이런 여론 조성에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다.
자동차 매니아들이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인 인터넷 중고차매매 사이트 ‘보배드림’. 지난 3월 7일과 10일 보배드림 게시판에 두 개의 뉴스가 올라왔다. 7일에는 GM의 ‘말리부 디젤’ 출시와 관련된 뉴스였고, 10일에는 현대자동차의 LF쏘나타 관련 기사였다. 두 기사는 나란히 최대 댓글 뉴스 1, 2위에 올랐다. 그런데 댓글의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이었다. GM 관련 기사에는 호의적 댓글이 다수였던 반면, 현대차 기사에는 부정적 댓글이 압도적이었다.
먼저 GM 기사의 댓글 중 하나. ‘보배드림 회원 중에 2014년 세계 10대 엔진상을 받은 2.0 디젤 엔진과 세계적으로 범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아이신 2세대 미션 조합에 연비는 유럽 연비 기준으로 1.7 디젤 i40과 비슷하고, 포스코 강판을 사용, 가격은 3000만원 이하인 말리부가 안 좋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3월 말에 출시될 현대 LF쏘나타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말리부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싼 독일 중형차와 비교해서, 말리부를 욕하는 경제관념이 없는 사람도 많구나. 과연 현대차 LF쏘타나 가격을 보면 뭐라고 할지….’
이번에는 현대차 LF쏘나타에 달린 댓글. ‘이번 차는 녹슬지 않고, 물 새지 않고, 가스 들어오지 않고, 에어백 센서 좀 좋은 거 박아놔서 에어백도 잘 터지는, 광고한 대로 기본기에 충실한 차이기를….’
보배드림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서도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댓글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제는 과거처럼 단순한 비토가 많은 게 아니라 매니아들이 차량 자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데다가 현대차의 해명마저도 논리적으로 반박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아반떼 엔진룸 누수 문제가 발생했을 때가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아반떼에서는 앞유리 하단의 카울(앞유리와 연결된 자동차 패널) 부분으로 물이 직접 유입되어 엔진룸으로 쏟아지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누수와 관련해 내부 연구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신 엔진룸 물 유입에 따른 커넥터 및 와이어링 등 전자부품 부식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증기간에 상관없이 평생보증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그러자 온라인상에서 매니아들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전기전자 장치의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습기를 멀리하는 것이 기본인데, 전체 부품의 70%가 전기전자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 자동차 엔진에 물이 들어가는 것은 고장의 지름길이자 안전의 최악의 요소라는 것. 특히 누적된 습기로 인한 고장은 시간이 지나면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평생보증 서비스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등의 반박이었다.
과거와 달리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매니아들이 제공하는 더 전문적인 정보를 찾고 이미 자동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평가를 접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됐다. 온라인에서의 부정적 여론이 실제로 차량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주변에서 현대기아차를 타다가 다른 차로 갈아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평가가 차량 구매 시 주요 고려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온라인에서 유독 따가운 눈총을 받을까. 매니아들은 그동안 소비자들이 꾸준히 차량 가격이나 판매 정책, AS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으나 현대기아차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카페에서 자동차 매니아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운영자는 주간조선에 “매번 차를 발표할 때마다 이러이러한 사양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하는데, 정작 소비자에게 필요한 옵션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회사 측의 설명과 달리 소비자들은 매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일본 차를 앞질렀다 싶을 정도로 좋아진 것은 맞지만 내수차와 수출차의 차이, 계속해서 보도되는 연비 문제 등이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현대차 측도 온라인에서 이런 부정적 여론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다.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서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기에 대한 합리적인 해명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에 대한 품질보다는 가격과 내수차와 수출차와의 비교, AS에 대한 부분들이 많은데 워낙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보니 다른 차들보다 부풀려져서 공격당하고 있고 여기에 반기업 정서까지 더해져서 매도되는 부분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에어백 같은 경우 미국과 우리나라 정부의 기준이 다름에도 무조건 미국 수출용 차량에 들어가는 에어백을 고집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 이 관계자는 “결국 집 다음으로 비싼 것이 차이기 때문에 차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 자신”이라며 “대기업이 일일이 나서서 대응하면 또 다른 비난 여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자체를 잘 만드는 것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