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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씨(40)는 그동안 타던 중형세단을 처분하기로 했다. 최근 가족과 캠핑을 자주 다니는데, 세단은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려고 차량을 물색하기 시작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를 구입하지 못했다. 가격·연비·실내공간·동력성능 등
따져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결정이 어려웠다.
SUV 열풍이 불며 신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 등 5개 자동차 제조사의 내수 판매량은 138만1091대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하지만 SUV의 판매는
14.2%나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입 SUV 판매는 3만4714대로 전년(2만7419대)보다 26.6%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하기에는 더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전과 비교할 때 비슷한 가격대에도 많은 모델이 나와있어 판단이 쉽지 않은
것이다.
- ▲ 국산 SUV 판매비교/ 그래픽=박종규(hosae1219@gmail.com)
◆ 2013년 ‘판매’ 1위 SUV는 싼타페와 티구안…톱10은?
2013년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SUV는 무엇일까? 현대차의 싼타페(DM)다. 이 차량은 지난해 총 7만8772대가 판매돼 국내·수입 SUV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판매된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이 가운데 싼타페 2.0L 모델이 6만9923대로 전체 판매량의 88.7%를 차지했다.
싼타페는 총 4년4개월이라는 연구기간과 4300억원이라는 개발비가 투입된 만큼 탄탄한 기본기, 만족스런 디자인과 편의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1.0kg·m의 2.0 디젤 엔진과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4.5kg·m의 2.2 엔진 등 두 가지 엔진 모델이 있다.
국산 SUV 판매 2위와 3위는 기아차의 스포티지R(4만5358대)과 현대차 투싼ix(4만2845대)가 각각 차지했다. 이 밖에 쌍용차 코란도C(3만2975대), 기아차 쏘렌토(2만9168대)와 모하비(9012대), 현대차 맥스크루즈(8705대), 한국GM 트랙스(8064대)·캡티바(7720대), 렉스턴(7291대) 등이 베스트셀링카 톱10에 들었다.
- ▲ 수입 SUV 판매 비교
티구안은 타이거(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로, 오프로드에서는 호랑이처럼 강하고 도심에서는 이구아나처럼 민첩하다는 의미다. 티구안은 2.0 TDI 엔진에 7단 DSG변속기의 조화로 최대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연비가 L당 18.1km로 매우 좋다. 다만 소형 SUV인 만큼 적재공간이 넓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톱 10에는 포드 익스플로러(1774대), BMW X3 2.0d(1703대), 메르세데스 벤츠 GLK 220 CDI(1664대), 혼다 CR-V(1252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3.0(1067대), 지프 그랜드체로키 3.0디젤(945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SD4(911대), 아우디 Q5 2.0 TDI 콰트로(805대), 지프 컴패스(791대) 등이 들어갔다.
◆ 유지비와 직결되는 ‘연비’가 가장 좋은 차는?
자동차를 선택할 때 ‘연비’는 중요한 결정 기준 가운데 하나다. 차량 유지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표시 연비를 비교한 결과 소형(1.6L 미만), 중형(1.6L 이상~2.0L미만), 대형(2.0L 이상) 등 각 부문의 상위권을 모두 디젤 차량이 휩쓸었다. 최근 독일차를 중심으로하는 디젤 차량은 엔진의 특성상 초반가속력과 경제성이 우수해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소형 SUV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은 차량은 르노삼성의 QM3다. 이 차량은 지난해 11월 사전 예약에서 7분만에 1000대가 모두 팔리며 주목을 받았다. QM3는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m의 힘을 발휘하는 1.5 dCi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르노의 F1기술이 적용돼 L당 18.5km의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 ▲ 연비비교
배기량 3.0L의 1위인 BMW X6 3.0d는 대형 SUV임에도 연비가 L당 11.6km로 좋다. 이 차량은 쿠페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역동적인 느낌을 극대화 했으며, 직렬 6기통 트윈파워터보 엔진을 장착해 강력한 힘도 내뿜는다. 또한 BMW의 지능적인 사륜 구동 시스템 ‘xDrive’와 함께 뒷바퀴에 전달된 구동력을 다시 좌우로 배분해주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 시스템’이 조화돼 탁월한 민첩성과 접지력을 제공한다.
◆ 축거로 비교해보는 ‘실내공간’이 넓은 차량은?
앞바퀴에서 뒷바퀴까지의 거리인 축거(휠베이스)는 차량의 실내공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물론 시트의 개수와 배열 등으로 체감 공간이 차이날 수 있지만, 축거가 긴 차는 기본적으로 실내공간이 넓다.
국산 SUV 가운데 축거가 가장 긴 차량은 기아차 모하비다. 모하비의 축거는 2895mm로 같은 등급의 SUV인 쌍용차 렉스턴(2835mm), 베라크루즈(2805mm), 맥스크루즈(2800mm)보다 실내공간이 넓다. 특히 같은 7인승인 한국지엠의 캡티바(2705mm)보다는 190mm나 길다.
- ▲ 축거로 비교하는 실내공간
수입차 가운데서는 아우디의 대형 SUV Q7(7인승·2950mm)과 지프 랭글러 루비콘(2950mm)의 실내공간이 넓었다. 정통 오프로드 차량인 지프 랭글러는 2.8L 디젤엔진을 통해 200마력의 출력과 46.9 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총 666대가 판매돼 루비콘 라인업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 도심(출력)과 오프로드(토크)에 어울리는 차량은?
다음에는 힘이 좋은 차를 꼽아봤다. 출력과 토크를 구분했다. 출력이 높은 차는 고속주행에서 높은 효율과 속도를 내기 때문에 도심형 SUV에 적합하다. 반면 경사가 심한 산길이나 바위, 모래길 등을 지나다니며 저속에서 일시에 강력한 힘을 써야하는 오프로드 차량은 토크가 클수록 좋다.
엔진의 특성으로 구분하면 가솔린 엔진의 경우 출력이, 디젤 엔진의 경우 토크가 좋은 편이다. 따라서 고속을 내는 스포츠카는 가솔린 엔진을, 힘을 써야 하는 트럭은 디젤 엔진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에는 엔진기술이 좋아지면서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 ▲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 비교
분석 대상 차종 중에서 출력이 가장 높은 차량은 인피니티의 QX80이다. 이 차량은 5.6L 엔진을 탑재해 무려 405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이어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403마력), 인피니티 QX50(329마력), 링컨 MKX(309마력), 포드 익스플로러(294마력), 렉서스 RX350(294마력)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차량은 모두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며, 오프로드보다는 도심형 SUV에 가까운 모델이다.
반면 토크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오프로드 차량이 상위권에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통 오프로드 차량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3.0, 레인지로버 스포츠 3.0는 각각 61.2kg·m, 61kg·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레이싱 대회인 ‘다카르랠리’에서 우승한 폴크스바겐의 투아렉 3.0 TDI(56.1kg·m)와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군용차로 사용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G350(55kg·m) 역시 높은 토크를 자랑한다. 2.0L급에서도 레인지로버 이보크, 프리랜더2 등이 42.8kg·m의 토크힘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박성우 기자 조선 : 201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