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돼지고기 삼겹살보다 더 저렴한 '한우고기'?

해암도 2014. 3. 12. 12:51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충남 홍성군 <홍동한우>

한우는 서민음식이 아니다

수개월 전 사무실 인근 한 일식당이 한우 음식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일본발 방사능 누출사고 여파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내심 그 일식당 주인이 선택한 업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 그 한우전문점은 매우 고전하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은 서초구 내 오피스 지역이지만 상권이 매우 취약하다. 전에는 제법 북적거리는 곳이었지만 큰 기업들이 떠나고 나자 특히 주말이면 썰렁할 정도다. 대부분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소비자들이 과연 한우를 어느 정도 구매할지도 의문이다.

외식전문지를 펴내는 필자의 회사도 한우로 회식을 하는 경우는 연간 두 번을 넘지 못한다. 본지 구독 회원업소 등 친분이 있는 곳에서 일정 부분 할인을 받아 회식을 해도 그렇다. 한 달에 식비로 200만원 가까이 지출하는 필자 역시 한우전문점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반인에 비해 구매력이 떨어지지 않는 필자도 음식점에서 한우를 사먹는 일이 월 2회 이상을 넘지 못한다. 그것도 갈비탕, 설렁탕 등 탕반음식을 포함해서다. ‘이 땅위의 자존심 한우’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좋지만 한우는 서민이 접하기 어려운 음식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서민 가격으로 한우를 먹을 수 있는 한우 전문점

홍성군은 전국 최대의 한우 사육두수를 자랑한다. 약 1,250 농가에서 4만두 정도를 사육한다고. 그래서 그런지 홍성에는 한우식당이 많다. <홍동한우>는 한우 양지머리와 업진살에서 발라낸 한우삼겹 부위를 맨 처음 개발했다. 이 집은 ‘산지형 실비한우식당’이다. ‘산지’와 ‘실비’라는 키워드가 붙어서 아주 저렴하다는 것을 예단할 수 있다. 마침 주인장이 소머리 수육을 발라내기 위해 칼질하고 있었다.

	한우 육사시미와 암소 등급 표시
한우 육사시미와 암소 등급 표시
우리 일행 4명은 우선 한우 육사시미 소(小)를 주문했다. 사실 ‘육사시미’라는 용어는 순화해야 한다. 우리가 기존에 먹던 육회(양념)는 ‘양념육회’로, 이 육사시미는 그냥 ‘육회’로 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편의상 육사시미로 쓰기로 한다.

육사시미는 우둔살로 소자는 120g에 1만원이다. 서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산지의 위력이 느껴졌다. 오늘은 암소 1+를 잡았다고 한다. 이 집은 암소만 취급한다. 육사시미가 나왔다. 주인장이 축산 분야에 오래 종사해서인지 발골 솜씨가 좋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상급이다. 차지고 입안에서 짝짝 붙는다. 산지에서 먹는 육사시미는 신선함 그 자체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레벨의 육사시미를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면 구태여 구이를 안 먹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 시내는 육사시미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다. 이 식당에서는 한우구이를 먹기 전 이 육사시미를 꼭 추천한다.

	소머리 수육과 한우갈비탕
소머리 수육과 한우갈비탕
아까 주인장이 썰던 소머리 수육이 서비스로 나왔다. 수육은 소주 안주로 그만이다. 대낮이지만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기름기가 없고 고소하다. 여기에 국물을 곁들이려고 한우갈비탕(7000원)도 한 그릇 주문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이 집 갈비탕은 갈비탕이라기보다는 진한 곰탕 스타일이다. 한우는 썩어도 준치다. 마구리뼈 중심이지만 갈비탕 맛도 괜찮은 편이다. 건더기도 실한 편이고 국물 맛도 나쁘지 않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고급 한우 암소

우리는 주 메뉴인 모둠로스(600g 3만원)를 주문했다. 한우 암소임에도 서울 시내의 어지간한 삼겹살보다 저렴하다. 암소는 근섬유 조직이 가늘고 섬세해 부드럽고 근섬유 사이에 지방침착이 잘 되어서 맛있다. 즉 쉽게 말해서 맛이 진하고 고소한다. 이에 반해 거세우는 마블링이 좋지만 좀 싱거운 맛이 있다.

이 식당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고기는 가스로 구워먹고 불판에도 종이를 깔았다. 이렇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인건비 절감이다. 반찬은 평이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해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모둠로스는 주로 한우삼겹이 위에 깔렸다.

이 식당 주인장은 한우삼겹 부위를 최초로 개발했다. 한우삼겹은 양지머리와 업진살 부위에서 나온다. 차돌박이와 유사하지만 더 저렴하고 맛있다. 씹히는 질감과 고소한 풍미가 썩 괜찮다. 이 부위는 특히 암소가 더 맛있다. 식당을 여러 곳 운영하는 지인에게 얼마 전 이 메뉴를 한 번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실패했다. 그것은 고기 등급의 차이와 작업(칼질)상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 한우삼겹의 모양새를 보니 역시 손질을 잘한 전문가의 칼 솜씨가 돋보였다.

등심이나 갈비 같은 인기 부위도 맛있지만 이런 부위가 지닌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가격과 맛 모두 부담이 없어서 좋다. 철저한 서민의 관점에서 말이다. 한우삼겹은 소금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새콤달콤한 간장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더 낫다. 서울 삼각지의 유명한 차돌박이 전문점에서도 주로 간장소스에 찍어먹는다. 전 세계에서 소고기에 가장 잘 맞는 소스는 간장이라고 생각한다.

간장소스 위에 한우삼겹을 몇 점 얹었다. 그리고 이것을 갈비탕과 같이 나온 공기밥 위에 올렸다. 중요한 것은 간장소스에 있는 청양고추를 꼭 올려야 한다. 마치 일본식 소고기덮밥인 규동을 먹는 기분이다. 일본에서 규동은 대부분 업진살로 제공한다. 이 한우삼겹도 양지와 업진살에서 떼어냈으니 규동의 부위로 적합하다. 이 한국판 규동 버전은 생각 이상으로 맛있다.

	한우삼겹
한우삼겹
한우삼겹을 거의 다 먹으니 아래 부분에 사태와 부채살이 보인다. 구이용으로 딱 적합한 부위가 아닌 비선호부위지만 암소이고 등급이 좋아 먹을 만 했다. 이런 부위는 살짝 구워서 먹으면 충분히 맛있다. 기름진 선호부위보도 더 고소한 풍미도 있다. 그러나 바싹 구워서 먹으면 질길 것은 불문가지다. 옥에 티로 김치는 좀 아니었다. 김장이 잘 안 되었다고 하는데 가격을 감안하면 별 불만은 없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음식이 맛있으면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최고의 식당이다. 이런 가격대라면 우리 회사에서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한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용봉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데 등산 후 육사시미와 탕을 곁들여서 가볍게 소주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지출내역 (4인) 모둠로스 3만원 + 육사시미 소(小) 1만원 + 갈비탕 7000원 + 소주 2병 6000원 = 총 5만3000원
<홍동한우> 충남 홍성군 홍북면 용봉산1길 18(상하리 88-7)  (041)633-4455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입력 : 2014.03.12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