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서민음식이 아니다
수개월 전 사무실 인근 한 일식당이 한우 음식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일본발 방사능 누출사고 여파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내심 그 일식당 주인이 선택한 업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 그
한우전문점은 매우 고전하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은 서초구 내 오피스 지역이지만 상권이 매우 취약하다. 전에는 제법 북적거리는
곳이었지만 큰 기업들이 떠나고 나자 특히 주말이면 썰렁할 정도다. 대부분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소비자들이 과연 한우를 어느 정도 구매할지도
의문이다.
외식전문지를 펴내는 필자의 회사도 한우로 회식을 하는 경우는 연간 두 번을 넘지 못한다. 본지 구독 회원업소 등 친분이
있는 곳에서 일정 부분 할인을 받아 회식을 해도 그렇다. 한 달에 식비로 200만원 가까이 지출하는 필자 역시 한우전문점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반인에 비해 구매력이 떨어지지 않는 필자도 음식점에서 한우를 사먹는 일이 월 2회 이상을 넘지 못한다.
그것도 갈비탕, 설렁탕 등 탕반음식을 포함해서다. ‘이 땅위의 자존심 한우’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좋지만 한우는 서민이 접하기 어려운 음식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서민 가격으로 한우를 먹을 수 있는 한우 전문점
홍성군은 전국 최대의 한우 사육두수를
자랑한다. 약 1,250 농가에서 4만두 정도를 사육한다고. 그래서 그런지 홍성에는 한우식당이 많다. <홍동한우>는 한우 양지머리와
업진살에서 발라낸 한우삼겹 부위를 맨 처음 개발했다. 이 집은 ‘산지형 실비한우식당’이다. ‘산지’와 ‘실비’라는 키워드가 붙어서 아주
저렴하다는 것을 예단할 수 있다. 마침 주인장이 소머리 수육을 발라내기 위해 칼질하고 있었다.
- 한우 육사시미와 암소 등급 표시
육사시미는 우둔살로 소자는 120g에 1만원이다. 서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산지의 위력이 느껴졌다. 오늘은 암소 1+를 잡았다고 한다. 이 집은 암소만 취급한다. 육사시미가 나왔다. 주인장이 축산 분야에 오래 종사해서인지 발골 솜씨가 좋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상급이다. 차지고 입안에서 짝짝 붙는다. 산지에서 먹는 육사시미는 신선함 그 자체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레벨의 육사시미를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면 구태여 구이를 안 먹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 시내는 육사시미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다. 이 식당에서는 한우구이를 먹기 전 이 육사시미를 꼭 추천한다.
- 소머리 수육과 한우갈비탕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고급 한우 암소
우리는 주 메뉴인 모둠로스(600g 3만원)를 주문했다.
한우 암소임에도 서울 시내의 어지간한 삼겹살보다 저렴하다. 암소는 근섬유 조직이 가늘고 섬세해 부드럽고 근섬유 사이에 지방침착이 잘 되어서
맛있다. 즉 쉽게 말해서 맛이 진하고 고소한다. 이에 반해 거세우는 마블링이 좋지만 좀 싱거운 맛이 있다.
이 식당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고기는 가스로 구워먹고 불판에도 종이를 깔았다. 이렇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인건비 절감이다. 반찬은 평이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해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모둠로스는 주로 한우삼겹이 위에 깔렸다.
이 식당 주인장은
한우삼겹 부위를 최초로 개발했다. 한우삼겹은 양지머리와 업진살 부위에서 나온다. 차돌박이와 유사하지만 더 저렴하고 맛있다. 씹히는 질감과 고소한
풍미가 썩 괜찮다. 이 부위는 특히 암소가 더 맛있다. 식당을 여러 곳 운영하는 지인에게 얼마 전 이 메뉴를 한 번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실패했다. 그것은 고기 등급의 차이와 작업(칼질)상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 한우삼겹의 모양새를 보니 역시 손질을 잘한 전문가의 칼 솜씨가
돋보였다.
등심이나 갈비 같은 인기 부위도 맛있지만 이런 부위가 지닌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가격과 맛 모두 부담이
없어서 좋다. 철저한 서민의 관점에서 말이다. 한우삼겹은 소금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새콤달콤한 간장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더 낫다. 서울 삼각지의
유명한 차돌박이 전문점에서도 주로 간장소스에 찍어먹는다. 전 세계에서 소고기에 가장 잘 맞는 소스는 간장이라고 생각한다.
간장소스
위에 한우삼겹을 몇 점 얹었다. 그리고 이것을 갈비탕과 같이 나온 공기밥 위에 올렸다. 중요한 것은 간장소스에 있는 청양고추를 꼭 올려야 한다.
마치 일본식 소고기덮밥인 규동을 먹는 기분이다. 일본에서 규동은 대부분 업진살로 제공한다. 이 한우삼겹도 양지와 업진살에서 떼어냈으니 규동의
부위로 적합하다. 이 한국판 규동 버전은 생각 이상으로 맛있다.
- 한우삼겹
가격이 저렴하면서 음식이 맛있으면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최고의 식당이다. 이런 가격대라면 우리 회사에서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한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용봉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데 등산 후 육사시미와 탕을 곁들여서 가볍게 소주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지출내역 (4인) 모둠로스 3만원 + 육사시미 소(小) 1만원 + 갈비탕 7000원 + 소주 2병 6000원 = 총 5만3000원
<홍동한우> 충남 홍성군 홍북면 용봉산1길 18(상하리 88-7) (041)633-4455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입력 : 2014.03.12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