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의 궁궁통통2
세상에
문제 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의 삶에는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그 문제로 인해
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문제를 품고서 골똘히
궁리하고,
궁리하고,
또
궁리하는 과정을 통해
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게 결국
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궁리하고 궁리하면
통하고 통합니다.
‘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
그런 이치를 담습니다.
#궁궁통1
‘주역(周易)’하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많은 사람이
‘점(占)’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
무시하는 사람도
꽤 많더군요.

도올 김용옥은 "고대 국가에서 점치는 문화가 인문화한 문명으로 진화한 것이 바로 '주역'이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차분히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입니다.
태극기를
유심히 살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안에는
음과 양으로 구성된
태극이 있고,
사방에는
건ㆍ곤ㆍ감ㆍ리
사괘가 있습니다.
동양에서 내려오는
철학적 우주론이
태극기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는
세계의
온갖 국기 중에서
이보다 더 크고,
이보다 더 깊은
의미가 담긴 국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에는 '주역'을 통한 우주의 생성과 작용에 대한 거대한 이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제미나이3, 백성호 기자
‘주역=점치는 책’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에게
태극기의
구성 요소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물어보면
아무런 대답도 못 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공자께서
책을 묶은 가죽끈이
다섯 번이나
끊어질 때까지 읽었다는
『주역』이
대체 어떤 책인지
말입니다.
#궁궁통2
중국의
고대 문명은
하나라ㆍ은나라ㆍ주나라를
가리킵니다.
그중에서
하나라도 아니고
은나라도 아닌,
주나라의 역(易)이
‘주역(周易)’입니다.
그래서
‘주역’에는
주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한
주공(周公)에서부터
공자(孔子)까지 내려오는
인문주의 문명과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대 국가에서
거북의 배딱지나
소의 어깨뼈를 이용해서
점을 치던 기록이
갑골문자로 남았고,
그게
한자의 뿌리가 됐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거북의 배딱지와 소 뼈 등을 이용해 점치는 문화가 있었다. 한자의 뿌리인 갑골문자가 거기서 나왔다. 제미나이3, 백성호 기자
주나라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점의 성격이
인문주의 문명으로
성큼
진화했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을
만나서
‘점의 인문화’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습니다.
도올 선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고대 국가에서
점을 칠 때는
점쟁이가 있었다.
땅과 하늘을 잇는
중간자가 있었다.
그런데
인문화한 주역에는
중간자가 없다.
주역은
자신의 미래 운명을
누군가에게 물어서
답을 얻는 방식이 아니다.”
중간자가 없고.
점쟁이도 없다니.
그럼
어떤 방식일까요.
“사람이 살다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
자신이 직접
신에게 묻는 식이다.
바로 거기에
중간자도 없고,
점쟁이도 없다.”
도올 선생은
자신이
직접 신에게 묻는다고
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그게
어떤 신일까요.
“그 신은
타자화한 신이 아니다.
내 안의 신이다.
다시 말해
내 안을 향해
깊이 물음을 던지고,
궁리와 사색을 통해
답을 길어 올리는
식이다.
한마디로 하면
깊은
자문자답(自問自答)이다.
인문화한 주역은
그 자문자답을 위해
점의 형식을 빌릴 뿐이다.”
#궁궁통3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주역’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궁금증이 다 풀리진
않더군요.
주역을
하는 사람들은
괘를 뽑잖아요.

도올 김용옥은 "'주역'은 우리 삶의 온갖 문제에 대해 내 안의 신에 대해 묻고, 스스로 답하는 자문자답의 이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옛날에는
‘산대’라고 불리는
점치는 수단인 띠풀을
썼다고 합니다.
주역은
산대를 조작해서
6효(六爻)를 얻습니다.
64괘의 한 효마다
6효가 있기에
결국 384효가 됩니다.
인간이 던지는
하나의 물음에 대해
384개의 답이 있는
셈입니다.
이 384개의 답 속에
우주의
모든 가능성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주역에 담긴
384개의 짧은 메시지는
‘단절된 언어’입니다.
가령
내가 던진
하나의 물음에 대해
괘를 뽑았는데
‘1+1’하면 ‘2’라는 식으로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단절적이고
우발적이고
열려 있는 비유가 담긴
짧은 메시지가
나올 뿐입니다.
다시 말해
무한한 대입과
무궁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겁니다.
'

주역'은 삶과 자연과 우주에 관한 온갖 물음에 대해 열린 답을 내놓는다.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그런 해석의 과정에서 명상과 사색이 들어간다. 그래서 '주역'은 인간에게 오히려 실존을 묻게 한다. 제미나이3, 백성호 기자
그럼
그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명상과 궁리’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주역의 핵심입니다.
도올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6효를
자신이 처한 실존적 상황에
비추어 보고,
주역의 단절된 언어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
#궁궁통4
저는
그 말을 듣고서
‘주역의 심장’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건
단순히
점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스스로
깊이 궁리하고 사색하며
솔루션을
길어 올리는
명상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책이었습니다.
이게
주역의 핵심인데,
많은 사람이
이걸 생략한 채
‘주역=점치는 책’으로만
알고 있다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실존으로 돌아가게 하는 소중한 경전이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도올 선생은
이런 말로
주역의 의미를
정리했습니다.
“주역은
점쟁이들의 예언서가 아니라,
우리를
끊임없이 자기 실존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소중한 경전이다.”
마지막으로
제가 물었습니다.
“주역은
왜
종교가 되지
않았습니까?”
도올 선생은
주역에는
일체의 초자연적인
사태가 없다고 했습니다.
너는 천당에 갈 것이다,
혹은
너는 지옥에 갈 것이다.
아니면
누가 너를 구원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없기에
주역은
종교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오히려 주역은
우리에게
이런 물음을 던진다.
너의
실존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러니
주역은
미래를 점치는
책이 아닙니다.
지금의 나와,
나의 삶에 대해,
그 삶의 문제들에 대해
사색의 물음을
던지게 하는
고마운 방아쇠입니다.
에디터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발행 일시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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