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암협회가 제안하는 암 환자·가족 행동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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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 치료 의사들 사이에서는 ‘미국서 온 딸’이라는 은유어가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암 치료를 어떻게 해나갈지 다 상의하고 결정했는데, 부모 암 진단 소식 듣고 ‘미국서 온 딸’이 뒤늦게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나서는 바람에 암 치료가 혼선에 빠지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암 치료를 하다 보면, ‘미국서 온 딸’이 아니더라도 아들이나 사위 등 여러 명이 나서서 각자 ‘최선의 처방’을 주장하는 바람에 사공이 많아져 ‘암 치료’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에 대한암협회는 암 진단과 치료 시작 후에 암 환자와 가족들이 알아야 할 행동 수칙을 제시했다. 이 수칙은 현재 암 진료 현장에서 환자 교육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한 해 신규 암 환자 28만여 명, 암 생존자 243만명. 평생 셋 중 하나는 암에 걸리는 시대, 두 집 건너 암 환자가 있는 요즘, 암 행동 수칙은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암 극복 가이드라인이다<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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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가운데 선장을 정하라
암과 싸우는 여정은 크고 작은 결정의 연속이다. 암 진단을 받으면 주변에서 정보가 쏟아지고, 온갖 사람이 훈수를 둔다. 이럴 때 현명한 판단을 내리며 방향을 잡아갈 선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혼선에 빠지지 않는다.
암 진단 받으면 대부분 5단계 감정 변화를 거친다. 처음에는 “오진일 거야” 하며 암 진단을 부정하고(1), 진단이 맞으면 “왜 나지?”라며 분노한다(2). 그러다 암 진단 상황에 타협하고(3), 우울해하다가(4), 결국 암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나서게 된다(5). 주변에서 암 진단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 기간이 짧도록 도와주어, 조기에 암 치료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많은 이가 암 진단을 ‘사형선고’로 받아들이지만, 현재 암 생존율은 70%를 넘는다.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면, 실제로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 암 치료 부작용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치료 중 탈모, 점막염, 설사, 골수 기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는데, 이는 내 몸이 암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받아들이자.
◇치료 중에는 열심히 먹어라.
암세포는 우리 몸의 많은 영양분을 빼앗는다. 항암 치료는 체력 소모가 많다. 어떤 환자는 ‘암세포를 굶겨 죽이겠다’며 식사량을 줄이는데, 이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암 치료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기 위해서도 영양 공급을 충분히 해야 한다. 비록 항암 치료가 식욕을 떨어뜨린다고 해도 억지로라도 많이 먹도록 노력하자. 좋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살코기나 생선, 두부, 계란, 콩류 등을 먹는 게 좋다.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야채로 비타민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환자와 가족이 암 정체와 치료법에 대해 정확히 알면 두려움이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암 치료법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에 권위 있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최신 암 정보를 접해야 한다. 많은 환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찌할 바를 몰라 하지만, 절대로 절망하지 마라.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 선택이 있으며, 이를 결정하기 전에 의료진에게 치료 효과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어라. 치료 기간 중 몸 상태 변화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의료진을 만날 때는 항상 질문 목록을 준비하는 게 좋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 순간에 감사하면, 암 치유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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