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여성 수 웨스트우드-러틀리지(52)는 18년 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0대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ITV
영국의 한 여성이 두통, 집중력 저하 등을 겪으며 30대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보일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밝혀졌다.
4일(현지 시각) 영국 ITV에 따르면, 두 아이의 엄마 수 웨스트우드-러틀리지(52)는 18년 전 집을 이사한 후 3년 동안 끊임없는 두통과 어지럼, 집중력 저하로 고통을 겪었다. 그러다 집에서 쓰러졌고, 주요 장기가 기능을 멈추는 위급 상황까지 발생했다.
의사들은 수에게서 나타난 증상의 원인을 알 수 없어 당혹스러워했고, 일부는 그가 정기적으로 코카인을 복용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수는 한 번도 마약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다른 전문가들은 치매라고 진단했다. 당시 수의 나이는 30대 중반에 불과했다.
영국의 에너지 공급업체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의 정기 점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졌다. 수와 당시 여섯 살이었던 아들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보일러에서 새어나오는 일산화탄소에 서서히 중독되고 있었던 것이다.
수는 “가스 기사가 ‘즉시 집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우리 가족은 죽을 뻔했다. 우리가 죽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항상 창문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는 자선단체의 일산화탄소 안전 인식 제고 캠페인에 참여하며 이 같은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에도 근육통, 편두통, 기억력 문제 등 다양한 증상을 겪고 있다. 또 신경 손상으로 양손과 발에 수술을 받았고, 몇 년 동안은 짧은 문장도 읽을 수 없어서 읽기 훈련을 받아야 했다.
수는 “신경외과에서 알츠하이머 테스트를 받은 결과 80대 노인의 뇌와 비슷하다고 했다”며 “의사는 뇌졸중을 겪은 사람과 비슷한 정도라고 했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기 전 수는 건설회사를 운영했고, 정기적으로 헬스장에 다니며 자신의 건강을 관리했다.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한국서도 3년 동안 28명 사망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일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0.64%만 돼도 10~15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1.28%를 넘으면 1~3분 내에 목숨을 잃는다. 인체에 치명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맡을 수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의 한 주택에서 화목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60대 여성이 숨졌다.
차박‧캠핑을 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례도 많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153건의 캠핑 가스 중독 사고가 일어났고, 28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5일 충남 서산의 한 캠핑장 텐트 안에서 부자지간인 50대와 10대가 숨진 채 발견됐고, 그달 23일 금산 부리면 수통리 한 캠핑장 텐트 안에서 30대 남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실내 보일러 사용 시에는 배기통 이탈 여부를 확인하고, 필수적으로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득이하게 차량이나 텐트 내부에서 가스 난방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외부 공기가 충분히 유입되도록 차량의 문을 열거나 텐트의 입구를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 또 가스 연소기는 반드시 인증을 받은 검사품을 사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