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에게 지방간, 간염, 간경화 같은 간 질환은 피하기 어려운 두려움이다. 일주일간 마신 술이 소주 기준 2병 이상이고, 그 기간이 5년 이상이라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확률에 80%에 달한다. 그중 40%는 간세포가 괴사하는 간염으로 진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를 계속하면 3년 안에 간이 딱딱하게 굳어 목숨까지 위협하는 간경화(간경변증)로 이어질 가능성이 20%에 달한다.
요즘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비만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非)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까지 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간 질환은 암과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에 이은 5대 사망 원인이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가까운 병이지만, 잘못된 오해도 많다. 매일 진료실에서 간 질환 환자를 살피며 ‘간(肝)보는 의사 언니’라 불리는 유정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간질환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음주 습관보단 마신 알코올양이 중요
음주 습관에 따른 간 건강 영향은 술꾼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흔히 많은 사람이 잦은 반주보다 간헐적 폭음이 간 건강을 덜 악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이 쉴 수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정주 교수는 “마신 알코올의 총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폭음을 하든 나눠 마시든 일주일 기준으로 더 많은 누적량을 마셨다면 간에 대한 타격 역시 더 크다”고 말했다. 만약 마신 알코올의 양이 같다면, 폭음이 상대적으로 몸에 더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 유 교수는 “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음주 습관은 건강을 해치는 수준의 ‘고위험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험 음주란 국내 여성 기준 일주일에 소주 1병, 남성 기준 소주 2병을 넘기는 음주량을 말한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면 지방간 해소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세간에 인식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유 교수는 “한 달에 4~5kg 이상 살을 너무 급하게 빼면 몸이 오히려 위기를 느끼고 에너지(지방)를 저장하려는 경향이 생겨 지방간이 악화할 수 있다”며 “다이어트로 지방간을 줄이려면 일주일에 1kg씩 천천히 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지방흡입이 지방간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지방흡입은 피하지방에 있는 지방을 없애는 것뿐 내장지방과는 관련이 없어 지방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커피·야식은 지방간·간경화 합병증 예방에 도움
그렇다면 간 질환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무엇일까. 유 교수는 지방간 예방 수단으로 간 영양제보다 설탕이나 시럽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블랙커피를 제일 먼저 꼽았다. 커피에 포함된 클로로겐산 같은 항산화·항염증 물질이 간 섬유화를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하루 3~5잔의 커피까지는 마실수록 예방 효과가 크다”며 “미국 지방간 질환 가이드라인에서도 커피를 마시라고 권유한다”고 소개했다. 불필요한 간 영양제를 지나치게 많이 먹을 필요도 없다. 하루 수십 알씩 상식 수준 이상으로 영양제를 많이 먹을 경우 오히려 독성 간염에 노출될 수 있다.
이미 간경화를 앓고 있다면 야식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간경화 환자들은 금식을 오래하다 보니 근육까지 없어지며 여러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유 교수는 “체중 1kg당 단백질 1g을 섭취하는 걸 권고한다”며 “저녁 9~10시쯤 계란 프라이 같은 단백질 종류 야식을 먹으면 간경화 합병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상현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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