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끝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적성을 찾아 헤매다 결국 학교를 나와 목수의 길을 택한 30대 청년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6개월 차 목수 장윤해(31)씨는 지난 9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을 통해 “스스로 내 삶에 대해 책임지면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이 너무 좋다”며 사연을 밝혔다.
장씨는 2012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를 입학한 수재다. 당시 그는 재수 끝에 수능에서 단 4개 문제만 틀리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서울대 의대를 포함해 국내 모든 대학, 모든 과에 입학 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서울대 의대 진학을 권했지만, 정작 장씨는 의학에 뜻이 없었다. 아직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장씨는 1년간 전공 선택을 하지 않고 다양한 교과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했다.
장씨는 “보통 사람들은 직업 따로, 좋아하는 일을 따로 갖는데 저는 그게 잘 안 된다. 뭐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며 “(직업과 취미를) 따로 가지면 즐겁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장씨는 자유전공학부에서도 자신의 적성을 찾는 데 실패했다. 결국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장씨는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장씨는 “제가 좋아하는 일들이 다 학교 밖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했다.
이후 장씨는 밴드에 들어가 음악활동을 했다. 또 수제 맥주에 관심이 생겨 5년 동안 맥주를 만들고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겨 집을 혼자 리모델링한 일을 계기로 목수로서의 삶을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씨의 현재 하루 일당은 15만원이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매우 만족한다고 한다.
장씨는 “의대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인 소득이지 않나. 저는 돈에 대한 욕심은 그다지 없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돈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목수만의 매력을 묻는 말에는 “제일 멋있지 않나. 그 외의 작업도 매력이 다 있지만, 저는 (건물) 구조와 틀을 만드는 작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벽을 만들고, 천장을 만들고 가구를 만들고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보니까”라고 했다.
아울러 인생 목표에 대해서는 “인간 장윤해로서의 목표와 목수로서의 목표가 어느정도 일치한다”며 “장기적으로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전기, 미장, 도장, 도배를 전부 공부해서 직접 제 공간을 꾸려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자아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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