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맛]
무인 편의점 아사삭 마전점·김포구래점 사장 강혜율씨
아이 키우며 매장 연 그의 ‘찐 창업기’
무인매장 창업기 시리즈
‘무인 창업’이 대세다. 무인 카페, 모텔, 사진관, 편의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무인 창업은 설비를 마련하는 초기 비용이 큰 대신 사람을 쓸 필요가 없다. 직원이 지각을 하고, 손님과 마찰이 생길 변수는 없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대표적 난제(難題)인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도 피할 수 있다. 틈틈이 기계를 점검하고 매장 청소만 해주면 되는, 소위 ‘돈 벌어다 주는 기계’ 같다.
무인 창업은 쉬워 보인다. 부업을 고민하는 20~30대와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는 50~60대가 몰리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은 치열하고, ‘무인’ 특성상 이용자들은 경계심이 낮아져 무단으로 매장을 점유하거나 물건을 훔쳐가는 일도 많다.
무인 창업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누굴까? 이번 ‘사장의맛’의 주인공 강혜율(39)씨는 아이 둘을 키우는 가정 주부다. 독박 육아를 하고 있지만 인천과 김포에서 무인 매장 2곳을 운영하며 월 평균 5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월 순수익 800만원을 찍기도 했다. 지금부터 강씨를 통해 무인 창업의 A부터 Z까지 낱낱이 살펴보겠다.
◇11평 짜리 무인 매장...창업 비용 7000만원
서울에서 10년 넘게 호텔리어로 근무한 강씨는, 6년 전 첫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뒀다. 외벌이가 된 직장인 남편은 주말마다 웨딩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를 했다. 먹고 살만 한 듯 했지만 곧 둘째가 생겼다. 육아 비용은 배가 됐다.
강씨는 부업에 뛰어들었다. 공예품 만들기를 가르치는 토탈공예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인근 학교에서 방과후 강사로 일했다. 온라인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어 유아용 장식도 팔았다. 강의료와 온라인 판매 수익을 합하면 월 300만원 넘게 벌었지만 잠은 2~3시간 밖에 못 잤다. 두 아이의 육아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 3년 차에 한계가 찾아왔다.
–왜 무인 편의점을 선택했나요?
“육아랑 병행하기 좋아 보였어요. 제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있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예요. 그마저도 아이가 아프거나 일이 생기면 제가 돌봐야 해요. 근무 시간이 길거나 출퇴근이 정해진 일은 할 수가 없는 거죠.”
–창업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거 같아요.
“작년 6월 오픈한 첫 가게 아사삭 마전점(11평)은 약 7000만원이 들었어요. 보증금 2000만원, 권리금 1000만원, 인테리어 비용 1000만원, 상품 대금 1500만원 정도죠. 이외에도 키오스크, CCTV 등 기타 설비 마련에 1500만원을 썼어요. 두 달 뒤에 연 김포구래점(10평)도 비슷했습니다.”
–무인 편의점은 보통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많던데, 직접 구매하는 건가요?
“아니요. 아이스크림 납품 업체에서 무상으로 빌려줍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만 파는 무인 편의점은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저는 냉동 식품용 냉장고, 과자·문구·완구를 비치하기 위한 매대를 별도로 마련해서 500~1000만원 정도 더 들었습니다.”
◇냉동고·에어컨 24시간 가동, 매달 로스(Loss)만 30만원?
강씨는 11평 남짓한 크기의 무인 매장을 차리기 위해 7000만원을 썼다. 무인 창업은 고정 투자 비용이 큰 대신 인건비 등 각종 변동 비용을 아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강씨는 무인 창업은 오픈 전까지는 알기 힘든 ‘숨은 비용’이 많다고 한다.
–월세, 전기료는 얼마 정도 나가나요?
“월세는 마전점이 100만원, 김포구래점이 120만원이에요. 전기세는 두 곳 모두 월 평균 40만원 정도 나오는데, 한 여름에는 60만원이 넘기도 해요. 냉동고와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드는 거죠.”
–'숨은 비용’은 또 어떤 게 있나요?
“상품 도난, 손실 등 ‘로스’가 생각보다 많아요. 물건을 뭉텅이로 가져와서 몇 개는 바코드를 안 찍는 어른들, CCTV를 피해 주머니에 몰래 장난감을 넣거나 구매하지 않고 갖고 노는 아이들. 유형은 다양해요. 물론 실수인 경우도 있겠지만, 고의성도 많아요. 최근에도 인근 학교를 다니는 13살 남학생이 30만원어치 물건을 훔치고 달아난 걸 잡았어요. 이런 일들로 월 3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어요.”
–무인 매장도 결국 사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진 못하네요.
“그렇죠. 저희 매장의 주 이용자는 10대인데,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중에서는 처벌하기 힘든 걸 알고 악용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물건을 여러 차례 훔치거나 잡혀도 반성하지 않는 경우죠. ‘나 몰라라’식의 부모들도 있습니다. 증거를 모아 경찰서를 찾아가도, 유사한 사건이 많아서 일처리도 느립니다. 그래도 대처를 안 했다가는 ‘여기는 훔쳐도 문제 없는 가게’라는 인식이 생겨서 그럴 수도 없는 거죠.”
강혜율 사장의 ‘무인 매장 창업기’ 1탄 잘 보셨나요? 실제로 알아보니, 강씨가 무인 매장을 창업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만만치 않습니다. 2탄에서는 그럼에도 강씨가 무인 매장 2곳을 운영하면서 월 500만원을 안정적으로 버는 노하우가 이어집니다.
채제우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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