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대변 속 미생물로 땅콩 알레르기 환자 치료

해암도 2022. 3. 9. 14:50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는 미생물이 담긴 무미·무취의 알약. /오픈바이옴

 

건강한 사람의 똥에 담긴 유익한 미생물로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만 3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땅콩 알레르기로 고통받는다. 보통 두드러기나 가려움증이 나타나지만 심하면 급성 호흡곤란과 혈압 감소까지 일어난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의 리마 라치드 박사 연구진은 “하루 동안 대변 미생물 약을 섭취한 사람들이 땅콩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 연례 회의에서 지난달 26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9년 땅콩 알레르기가 없는 아기가 다른 아기보다 대변에 특정 박테리아가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쥐에 장내 유익 미생물인 서브돌리그래눌룸(Subdoligranulum)과 클로스트리디아(Clostridia)를 이식했더니 알레르기 반응을 막아주는 면역세포인 T 세포가 활성화됐다.

 

연구진은 비영리 대변 은행인 오픈바이옴과 함께 땅콩 알레르기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땅콩 반 개 정도에 해당하는 땅콩 단백질 100㎎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임상 참가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기증받은 대변으로 만든 알약을 복용했다. 약은 어떤 맛이나 냄새도 없었다.

 

환자 10명은 3시간에 걸쳐 알약 36개를 먹었다. 한 달 후 3명은 땅콩 단백질 100㎎을 먹어도 안전했고 4개월이 지나자 이 가운데 2명은 땅콩 한 개 정도인 단백질 300㎎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다.

 

나머지 5명은 몸속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나흘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고 같은 방법으로 알약을 먹었다. 그중 3명은 4개월 차에 300㎎ 이상의 땅콩 단백질을 먹을 수 있었다. 먼저 나쁜 장내 미생물을 정리하고 유익 미생물을 이식하면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심각한 부작용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