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이로울까요, 해로울까요? 좋다는 연구 결과도 반대로 나쁘다는 결과도 워낙 자주 나와서 대개는 그냥 보고 넘깁니다만, 이번에 영국에서 꽤 신뢰할 만 한 결과가 발표돼 소개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롭다는 쪽입니다. 단 하루 3잔까지가 적정량이고, 원두로 내린 커피라야 합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효과가 없다네요.
영국 퀸 메리(Queen Mary) 대학과 헝가리 셈멜바이스(Semmelweis) 연구진은 지난 11년간 영국인 50만명의 커피 섭취와 심장마비, 뇌졸중, 사망과의 연관성을 조사·분석했습니다. 퀸 메리 대학 연구진은 “커피가 심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가장 방대하고 장기적인 연구”라고 했습니다. 제 기억에도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커피가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처음 보는 듯합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인 자원자 50만명 중 58%는 커피를 하루 3잔까지 마셨고, 22%는 아예 마시지 않았으며, 20%는 3잔 이상 마셨다고 합니다. 75%는 원두 커피를 마셨고, 나머지 25%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습니다. 여기서 원두 커피는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카푸치노·라테·드립 커피 등 종류와 관계 없이 원두에서 추출한 커피를 마셨다는 뜻입니다. 자원자들의 평균 연령은 56세이고, 11년 전 연구를 시작할 때 심혈관 질환을 앓는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분석 결과, 커피를 하루 0.5~3잔 마신 이들은 나머지 그룹보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2%,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7%, 뇌졸중 발병 위험이 21% 각각 더 낮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단, 커피를 하루 3잔 이상 마시거나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이들에게서는 커피의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무척 반가운 결과입니다만, 하루 3잔을 종종 넘기는지라 조심해야겠네요.
사실 하루 커피 3잔이라는 가이드라인은 외우기 쉽긴 하지만 애매하지요? 커피 종류마다 카페인 함량이 다르니까요. 좀 복잡하지만 보다 정확한 기준은 1일 카페인 섭취량입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성인 기준 400mg입니다.
에스프레소는 솔로(1샷) 기준 카페인 함량이 약 75mg입니다. 아메리카노는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2샷에 물이 추가되니 약 150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더해 완성하는 라테나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1샷을 사용하니까, 카페인 함량도 에스프레소와 같은 약 75mg이 들었겠죠.
가정에서 커피메이커로 내려 마시는 커피는 생각보다 많은 카페인이 들었습니다. 커피전문점에서 마실 수 있는 드립식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1잔에 약 200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죠. 콜드브루(더치커피)는 차가운 물로 장시간 커피를 추출하는데요, 찬물로 추출하면 커피 성분을 덜 포함하지만 추출 시간이 8시간 이상이라 카페인이 많아집니다. 콜드브루는 커피 원액을 물·우유·얼음 등과 섞어 마시는데요, 전체 음료 대비 20%만 넣어도 120mg 가량의 카페인이 포함됩니다.
결론적으로 하루 카페인 섭취를 400mg으로 제한하고 싶다면 에스프레소·라테·카푸치노는 하루 최대 4~5잔까지, 아메리카노와 콜드브루 커피는 2~3잔 정도겠네요.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와 드립 커피는 하루 2잔 정도가 적당하겠고요. 인스턴트 커피는 마셔도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없었다지만, 카페인 함량이 40~90mg로 의외로 낮습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gourmet@chosun.com 입력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