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째 씹는 회, 제피 넣은 물회… 초여름 군침 도는 ‘자리’
서귀포 법환포구의 ‘포구식당’에서 차려낸 제주의 향토 음식 자리물회. 물회 뒤에는 자리구이다.
■ 제주도에서 ‘먹으며 힐링’ <上>
- ‘포구식당’ 자리물회·구이
된장 푼 육수 물회 ‘더위 싹∼’
구운 생선살은 쫀득쫀득 탄력
- ‘돈지식당’ 자리회·무침
얇게 썰어낸 회 씹을수록 고소
야채와 어울린 무침 입맛 돋워
포를 뜨듯 썰어낸 모슬포항 ‘돈지식당’의 자리회(왼쪽)와 두껍게 회를 썰어 무친 자리회무침.
-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비린 맛 없앤 꽁치김밥 장사진
후식으론 우도땅콩아이스크림
육지와는 전혀 다른 풍습과 음식이 있는 곳, 외국 관광객 없는 요즘 제주도는 청정한 기후와 자연으로 심신이 지친 이들에게 최고 힐링 장소다. 두 번에 걸쳐 제주의 음식을 소개한다. 요즘 제주는 ‘자리’의 계절이다. 뼈와 가시가 단단한 자리는 일 년 중 지금이 가장 뼈가 연해 회로 즐기기 좋다고 한다. 크기가 작으면 물회를 만들고 크기가 크면 비늘도 벗기지 않고 통째로 소금을 뿌려 구워낸다. 제주에서 첫 번째 식사는 자리물회와 자리구이로 정했다.
서귀포 법환포구에서 횟집으로 유명한 ‘포구식당’으로 향했다. 예약을 받지 않는 이곳에 평일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가보니 이미 만석에 가까웠다. 구이가 먼저 나왔다. 제주도에서는 자리라면 뼈든 가시든 지느러미든 버릴 것 하나 없이 모두 꼭꼭 씹어 먹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겐 버거운 일, 지느러미와 측면의 큰 가시를 우선 발라낸 후 생선살만 먹기 시작했다. 단단하고 탄력 있는 생선살의 맛은 감동이었다. ‘작지만 그래도 생선 한 마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리는 작지만 알찬 생선이다.
차가운 양은냄비에 수북하게 담아내 제공된 자리물회는 시각적으로도 ‘시원함’ 자체였다. 얼음과 송송 썰어 넣은 청양고추, 양파, 오이 등의 신선한 야채와 자리회를 된장을 풀어낸 육수와 잘 혼합해 맛을 냈다. 자리회와 생야채의 씹는 질감도 좋았지만 자리물회를 더 빛나게 했던 가장 큰 조력자는 잘게 썰어 넣은 ‘제피 잎’이었다. 제피 잎을 넣은 자리물회가 ‘이것이 제주의 여름이다’라고 외치듯 독특하고 입맛을 돌게 했다.
자리회와 야채를 즐긴 후 남은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 먹어보아도 좋다. 이때 찬으로 제공된 자리젓과 자리조림을 꼭 맛보기 바란다. 더위가 싹 가시는 시원한 자리물회는 무더위가 시작되는 지금 제주에서 꼭 즐겨봐야 할 음식이 확실했다. 곧 한치가 잡히기 시작하면 한치물회도 즐길 수 있다. 여기저기에서 손님의 작별 인사말이 들렸다. “잘 먹었수다”.
성읍민속마을에서 제주의 전통가옥들을 구경한 뒤에는 ‘옛날 팥죽’에서 내는 전통 팥죽을 놓칠 수 없다. 팥을 삶아 곱게 체에 밭쳐 진하게 끓여냈다. 스무 개 넘게 넣은 새알 찹쌀떡은 헛헛함을 보충해 주고, 찬으로 제공된 작은 고추 절임과 발효되지 않은 신선한 무김치로 산뜻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표선 방향으로 가는 길에 제주무형문화재 ‘오메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제주 술익는집’이 있다. 차조를 주재료로 만든 ‘오메기 맑은 술’과 이 맑은 술을 증류한 전통 소주 ‘고소리술’ 등 2가지 술을 시음할 수 있고 현장 구매할 수 있다.
제주의 먹거리를 좀 총체적으로 보고 싶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방문했다. ‘빙떡’을 만들어 파는 상점이 많다고 했지만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어든 탓인지 시장에 빙떡 장수는 없었다. 대신 어딜 가나 잘 보이는 ‘한라봉 주스’나 ‘천혜향 주스’는 한 골목에 여러 곳이 있을 정도로 많았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스타 음식은 ‘꽁치김밥’인 듯했다. 가성비 좋은 회를 박리다매로 판매하고 있는 ‘우정회센터’에는 이 집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꽁치김밥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비린 맛 전혀 없는 담백한 꽁치김밥은 제주의 별미 중 별미다.
‘제일떡집’의 오메기떡도 인기 메뉴다. 오메기는 차조를 말한다. 물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내 가루로 빻아 뜨거운 물에 익반죽해 동그랗게 모양을 만든 후 삶은 팥을 으깨어 묻혀 낸 떡이다. 달지 않아 식사 대용으로도 좋고 씹을수록 맛있다. 디저트 카페 ‘쉬멍가’라는 곳도 추천한다.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인 쉬멍가는 제주를 테마로 한 다양한 마실 거리와 디저트가 있는 곳이다. 특히 ‘우도땅콩아이스크림’이 맛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설탕 시럽과 고소하고 바삭한 우도 땅콩을 두 가지 크기로 분쇄해 듬뿍 뿌려 제공한다.
시장에서 빙떡을 찾지 못해 아쉬워하다 메밀전문식당 ‘메밀애’를 방문하기 위해 강정으로 향했다. 빙떡은 메밀가루를 엷게 반죽해 전병을 부치고 채 썬 무를 데친 후 양념해 전병 위에 올리고 빙빙 말아서 먹는 제주 향토 음식이다. 물 대신 제공됐던 샛노란 메밀차는 식욕을 자극하고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크고 두툼하게 부쳐내 무채를 많이 넣은 빙떡도 좋았지만, 메밀 냉면과 메밀 칼국수도 진하고 구수해 풍부한 메밀 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우도땅콩아이스크림.
제주를 떠나기 전 한 번 더 ‘자리’를 즐기기로 하고 모슬포 항구에 위치한 ‘돈지식당’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자리회와 무침을 선택했다. 특히 회로 유명한 이곳은 주인장이 스스로 회 썰기에 특별함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생선의 특징에 따라 회를 얇게도 썰고, 두껍게도 써는데 자리는 작은 생선이기 때문에 얇게 썰어낸다고 한다. 통으로 반을 갈라 머리부터 꼬리 방향으로 길고 얇게 썰어 뼈째 먹는 생선의 질감과 고소함을 극대화시켰다.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한 씹는 맛이 더 깊이 느껴져 자리회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자리회무침은 회보다는 조금 두껍게 썰어 냈는데 양념과 오이, 양파 등 함께 내는 다른 재료들과의 맛의 조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란다. 특히 자리회무침에 사용된 고춧가루는 매콤함은 살아 있지만 날카로운 매운맛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함께 사용된 신선한 야채의 향과 맛을 상승시키는 감칠맛 나는 고춧가루였다. 특히 이 집의 찬들은 신선하고 식재료 그대로의 맛이 살아 있었다. 콩자반, 미역무침, 멜과 고추볶음, 오이무침, 감자볶음과 얼갈이배추 김치 등이 제공됐다. 상업적이지 않고 원래의 제주 맛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돈지식당은 현재 2대째 운영하고 있는 모슬포의 대표 맛집이다.
구좌읍 평대리에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당근을 이용해 디저트를 만드는 ‘카페리’(010-2047-8244)가 위치해 있다. ‘당근 착즙주스’와 ‘당근 케이크’ 그리고 ‘당근 티라미슈’를 만들어 낸다. 당근 고유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당근 착즙주스를 시음해 보았다. 당근 고유의 단맛이 적절하고 청량감이 좋았다. 가장 인기 메뉴라는 ‘당근 케이크’는 크림치즈를 듬뿍 얹어 진하고 풍미가 깊었다. 케이크 빵은 밀도가 부드러운 크림치즈와 질감의 차이가 컸다는 것만 제외하고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콘셉트도 맛도 제주를 대표하는 맛으로 손색이 없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인근 바닷가로 소풍을 나갈 수 있도록 ‘피크닉 세트’를 준비해준다. 왕골로 만든 피크닉 바구니에 에이드 음료 혹은 커피 음료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주는데 예약은 필수다. 음식과 음료뿐 아니라 제주도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의 상품 구성이 재미있어 추천한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강태안 미식여행가
자리물회와 자리구이가 유명한 ‘포구식당’(064-739-2987·서귀포시 막숙포로 44)은 자리물회 2만4000원, 자리구이 3만 원, 자리강회 3만 원을 받는다. 올레 7길과 연결돼 있다. 자리회와 무침이 맛있는 모슬포 항구에 위치한 ‘돈지식당’(064-794-8465·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항구로 70)은 자리회, 자리무침, 자리물회 모두 3만 원이다. 자리회, 자리무침, 자리물회와 자리구이가 모두 한 상에 나오는 ‘자리회코스’가 중 6만 원, 대 8만 원. 식사로 즐기는 자리회덮밥 1만2000원. 자리구이백반 1만2000원이다. 위 두 곳 모두 갈치조림, 갈치구이, 성게미역국 등 기본적인 제주의 대표 음식이 메뉴에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064-762-1949·서귀포시 중앙로62번길 18)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라봉 주스는 3000원. 천혜향 주스는 5000원이다. ‘제일떡집’(064-732-3928)의 오메기떡 소형 포장 5000원, ‘우정회센터’(064-733-8522)의 꽁치김밥 3000원. 제주 식자재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를 파는 ‘쉬멍가’(064-767-8788)에서는 우도땅콩아이스크림을 4000원에 판다.
메밀국수와 빙떡으로 유명한 ‘메밀애’(064-739-3787·서귀포시 이어도로 769번지)는 빙떡 1인분(3개) 6000원, 메밀냉면 8000원, 메밀들깨칼국수 8000원이다. 성읍민속마을 근처 ‘옛날 팥죽’(064-787-3479·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로 130)에서는 옛날 팥죽을 7000원에 판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영업일에도 오후 5시까지만 영업한다. ‘제주 술익는집’(064-787-5046·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동로 4726)에서는 제주의 전통주 ‘오메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현장 판매 가격 제주오메기맑은술 500㎖ 2만3000원. 제주고소리술(증류주) 4만3000원.
제주의 유명 식재료 당근을 이용한 당근 주스와 당근 케이크로 유명한 ‘카페리’(010-2047-8244·제주시 구좌읍 평대2길 39)에서는 당근 착즙주스(7000원)와 당근 케이크(6000원), 당근 티라미슈(6000원) 등 당근을 주재료로 한 메뉴를 판다. 미리 전화 예약하면 인근 바닷가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바구니와 소품, 음료와 간식거리를 판매한다. 3만 원.
본문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방문 추천장소로 꼽을 수 있는 곳은 ‘해녀의 부엌’(010-4056-5159·제주시 구좌읍 해맞이 해안로 2265)이다. 실내에서 해녀에 대한 짧은 공연을 본 이후 미리 선택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총 2시간 소요. 금·토·일에만 공연하며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바다사랑 그리고 추억’(064-713-0110·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 869)은 흑돼지 장작구이 맛집으로 초벌구이를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를 보면서 식사할 수 있다.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문화일보 입력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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