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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곤충이 있다. 대벌레(stick insect·사진)가 그렇다. 이 곤충은 천적에게 잡아먹혀야 자손을 퍼뜨릴 수 있다.
일본 스에쓰구 겐지 고베대 교수는 지난 28일 국제학술지 '생태학(Ec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벌레가 먼 곳까지 퍼져 나갈 수 있는 비결은 천적인 새의 배설물"이라고 밝혔다. 새가 과일을 먹고 멀리 날아가 배설하면서 씨앗을 퍼뜨리듯, 새가 대벌레를 잡아먹고 먼 곳에서 배설할 때 알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대벌레는 주변 나뭇가지와 비슷한 모습으로 위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굼뜬 움직임 탓에 의외로 포식자에게 자주 잡아먹힌다. 그런데도 수백㎞ 떨어진 숲이나 외딴섬에서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같은 대벌레 종(種)이 발견된다. 대벌레는 날 수 없어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하다. 일본 연구진은 천적인 새에게서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진은 대벌레를 먹이로 삼는 직박구리에게 대벌레 3종의 알을 먹였다. 직박구리의 배설물에서는 대벌레 알이 최대 20%까지 그대로 나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일부 알은 부화에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대벌레의 알이 식물의 씨앗처럼 단단한 껍데기로 둘러싸여 있어 위산도 견뎌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먼 곳의 대벌레들 유전자를 비교해 대벌레가 새의 이동 경로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번식에 성공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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