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성이 찍어 보내는 사진으로 지구상 모든 정보 캐낸다

해암도 2017. 9. 26. 05:57

작년 9월, 위성 이미지를 이용해 중국의 원유 저장량을 알아낸 데이터 분석회사 오비탈 인사이트.
그곳의 제임스 크로퍼드 CE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방대한 이미지 분석해돈 되는 정보 만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오비탈 인사이트는 위성이 찍어 보내는 방대한 양의 지구 이미지를 수집하고 분석해 돈이 되는 정보로 만들어 파는 회사다. 매 순간 지구 사진을 들여다보며 데이터를 처리하는 회사라 사무실이 컴퓨터로 가득할 것이란 예상은 깨졌다. 사무실에 듬성듬성 놓인 책상에는 커다란 모니터만 놓여 있을 뿐, 직원들은 모두 작은 노트북을 펼치고 작업을 했다.

제임스 크로퍼드 오비탈 인사이트 CEO는 “오랜 기간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일하며 100대가 넘는 컴퓨터를 사무실에 두고 일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모든 작업이 클라우드(가상의 데이터 서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무실에 컴퓨터 센터가 필요 없다”며 “클라우드에서 한 번에 수백만 장의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 운영 회사에 접속해 이미지를 불러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사에 분석 자료를 전달하는 모든 과정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진행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앞으로 모든 결정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시간 수치에 기반해야


—지구 데이터 분석 산업의 잠재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빈곤, 농업 생산성 등의 주제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인용된 수치 대부분이 정부 자료다. 정부 자료에 나오는 숫자들은 기간이 한참 지나면 지금 시점에선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이런 부분을 객관적인 관찰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든 빈곤 대책이든 모든 결정은 불완전한 데이터가 아닌, 지구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실 속 수치에 기반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집중하는 분야는 원유 재고량 측정이나 농작물 수확량 예측 등 투자와 관련된 것이다. 관찰 범위를 계속 늘릴 것이다.”


금융·경영·정책 판단에 위성사진 활용

오비탈 인사이트의 직원 수는 70여 명으로,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다. 오비탈 인사이트에 근무하는 한국계 엔지니어 양수현씨는 “우주는 아직 표면에만 겨우 닿은 분야이기 때문에 한계가 없고 늘 탐구할 새로운 분야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비탈 인사이트는 지난 5월 유명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과 지오데시크캐피털, 일본 기업 이토추 등으로부터 50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창업 후 현재까지 787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GV(전구글벤처스), 블룸버그베타(블룸버그 자회사), CME벤처스(CME그룹 자회사) 등이 주요 투자사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작년 6월 ‘가장 혁신적인 기술 기업 30곳’중 한 곳으로 오비탈 인사이트를 선정했다. WEF는 “오비탈 인사이트는 인류가 살아가고 일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을 일으킨 회사”라고 평가했다.


—위성 이미지 분석 회사 중 투자 유치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위성 이미지 데이터의 가치가 더 커질 거라고 믿는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과 관련한 숨겨진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위성 이미지 데이터는 금융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 경영진, 정부, 국제기구 등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데이터에 치밀한 분석을 더한 이 분야가 큰 산업이 될 거라고 본다. 우리는 위성을 직접 만드는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플래닛이나 디지털글로브(캐나다 MDA에 인수됨) 등 외부 위성 운영 업체에서 이미지를 수집해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위성 제조·발사에 드는 비용과 이미지 분석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비교하면, 소프트웨어가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회사 투자로 얻는 수익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위성 이미지로 중국 원유 저장량 측정

원유 재고량 측정이나
기업 실적 예측까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역할

오비탈 인사이트는 작년 9월 중국의 원유 저장량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해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내 원유 비축량은 국제 유가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다. 중국 정부는 중국 대륙에 저장된 원유량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데다 간혹 발표하는 수치도 원유 트레이더와 투자자 사이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원유 저장량을 어떻게 측정했나.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지만, 원유를 저장하는 원유 탱크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전역을 촬영한 위성 이미지를 회사의 분석 알고리즘에 넣어 원유 탱크를 발견했다.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4배 이상 많은 2100여 개의 원유 저장 탱크를 찾아냈다.”


—원유 탱크가 비어 있을 수도 있는데.
“개별 원유 탱크 안에는 부유(浮遊) 덮개가 있는데, 원유량에 따라 원유 위에 떠 있는 이 덮개가 오르내리고 밖으로 드리워지는 그림자 모양이 달라진다. 덮개 높이가 낮아지면 덮개 위에 생기는 탱크 벽의 그림자가 커진다. 반면 탱크가 가득 차 덮개가 탱크 벽 상단까지 올라오면 덮개 위의 탱크 벽 그림자는 없어진다. 위성으로 촬영한 그림자를 추적·분석해 중국 내 원유 저장량이 그동안 알려진 추정치보다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정보는 금융 정보 업체인 블룸버그나 톰슨 로이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새로운 것이다. 중국 전체 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원유 저장량을 측정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지금보다 궤도에 떠 있는 위성 수가 많아지면 전 세계의 원유 탱크를 매일 볼 수 있다. 최신 이미지를 이용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주차장 차량 대수로 소매점 매출 추정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이 오비탈 인사이트에 주로 요청하는 정보는 소매 유통 업체나 식당 체인점의 실적을 추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다. 오비탈 인사이트는 오피스 디포, J.C.페니 등 미국 100여 개 기업의 매장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수 변화를 추적해 이 회사들의 매출 증감을 예측한다. 헤지펀드나 주식 트레이더들은 각 회사가 실적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오비탈 인사이트로부터 실적 추정치를 받아 투자 결정에 활용한다. 크로퍼드 CEO는 “이들은 어떤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는지 알기 위해 신용카드 데이터나 소셜 미디어 사용 기록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가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각 소매 업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사의 상당수가 금융투자사라고 말하면서도, 고객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에서 차량 수를 어떻게 세나.
“사람이 매일 업데이트되는 위성 이미지 속에서 많은 자동차를 일일이 세지 못한다. 빅데이터 처리에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한다.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내 대량의 시각 데이터에서 물체를 식별하고 패턴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수백 곳의 주차장 이미지에서 차를 빨간 점으로 표시했다. 이 데이터를 인공신경망에 입력하면 컴퓨터가 반복 작업을 통해 자동차란 물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배우고 다른 이미지에서 차를 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이미지 픽셀을 숫자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그다음 이 숫자를 정보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숫자들을 조합해서 무슨 의미인지 도출해내는 것이다. 쇼핑몰 주차장에 차가 많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했다는 것이고 항구에 선박이 많아지면 무역 활동이 활발했다는 것이다. 경제 전반의 흐름을 관찰하고 추적한다.”

—수익 구조는.
“서비스 가입 모델이다. 분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우리가 제공하는 자료를 지속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버는 수익의 일정 부분은 우리에게 위성 이미지 접근권을 주는 위성 회사에 지불한다.”



              조선일보    마운틴뷰(미국)=김남희 기자      입력 : 2017.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