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전기자동차 출시
개성 중시 30대에게 인기
보조금 받으면 500만원대
이동활씨가 지난달 29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트위지를 운전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푸조의 아르디(RD), 도요타의 아이리얼·아이로드(I-real·I-road)·콤스(COMS), 혼다의 엠시베타(MC-β), 폴크스바겐의 닐스(Nils), 지엠의 라크-이(Rak-e), 일렉트라 메카니카의 솔로 등.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개인용 전기차들이다.
오토 퍼스널 모빌리티(퍼스널 모빌리티. 개인용 이동수단)로서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해 국내에 시판되기 시작한 르노의 ‘트위지’(Twizy) 돌풍이 심상치 않다. 트위지는 2355㎜(앞뒤 길이)×1233㎜(폭)×1451㎜(높이) 크기의 초소형 4륜 전기차로, 1인승과 2인승이 있다.
2012년 출시돼 유럽에서만 이미 1만8천대 이상 판매된 트위지는 20여 색상, 30여 패턴 등 폭넓은 선택사양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 올해 초부터 국내에서 사전주문을 받았는데, 이미 올해 판매 물량인 1천대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 29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만난 이동활(36) 디엠섬유 대표도 트위지 구매자다. 지난달 16일 차량을 인도받았다. 원래는 업무용과 레저용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하려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된 전기차 보조금 지원 관련 공고물을 우연히 봤다. ‘그래, 이거야!’ 무릎을 쳤다.
“안전성과 실용성, 휘발유 연비 때문에 오토바이 구입을 망설이던 차였다. 트위지라면 10~20㎞ 거리에 있는 회사와 거래처를 오가거나 주말 레저용으로 쓰기에도, 오토바이나 전동휠, 전동퀵보드 등 다른 오토 퍼스널 모빌리티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기자를 만난 이날도 그는 트위지를 타고 거래처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두류공원에 그의 차가 들어서자 시민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차량이 시민들 사이를 뚫고 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장난감처럼 작고 깜찍한 파란색 차가 눈에 띄는 건 당연했다. “이거 뭐예요?” “전기차입니까?” “신기하네~” “구입가는 얼마입니까?” “승차감은 어때요?” “오토바이보다 낫겠는데?” 시민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전기차 맞습니다.” “번호판도 있습니다.” 한 번쯤 인상을 쓸 법도 한데 그는 질문 하나하나 “네~” “네~” 친절한 어투로 빠짐없이 설명하려 애썼다.
두류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신기한듯 관찰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크기나 디자인이 생소해서인지 어딜 가나 관심을 톡톡히 받고 있다. 개인용 이동수단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1인용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큰 것 같다. 내 차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릴 땐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뿌듯해진다.” 이씨는 웃으며 말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트위지 매니아 클럽’(cafe.naver.com/wwemania12)과 ‘클럽 트위지’(cafe.naver.com/exeet)에서도 20~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1인용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차량 인도 상황, 세차 동영상 등을 올린 뒤 사진과 영상을 보며 구입 의향을 밝힌 이들이 있다”고 그는 전했다.
‘오토 퍼스널 모빌리티’로서 1인용 전기차의 매력은 “단연 가격이다.” 정부와 지자체(지역마다 상이) 보조금을 받으면 1550만원에 이르는 트위지를 30%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씨도 정부 보조금 578만원, 대구시 보조금 500만원을 받아 422만원에 구입했다. 이민하 한국전기차협회 사무국장은 “전기차 값의 30~40%가 배터리값이어서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전기차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값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보조금이 지원되는 2018~2020년 이전에 구입해야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동승자를 태우거나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다는 점도 다른 퍼스널 모빌리티와 차별화되는 1인용 자동차의 장점 중 하나다. 이씨의 경우 주말에 테니스를 치러 갈 때, 반드시 트위지를 이용한다. 그가 구입한 1인승 ‘트위지 카고’는 뒷좌석을 트렁크로 대체해 최대 180ℓ, 75㎏까지 적재할 수 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점도 다른 오토 모빌리티와 구별되는 점이다. 차량 충전은 가정용 220V 플러그에 꽂기만 하면 된다. 유지비도 저렴하다. 3~5시간 충전이면 100㎞까지 운행할 수 있다. 트위지는 최고 속도가 80㎞에 이른다. 좁은 골목길이나 언덕길도 막힘없이 달린다.
이씨는 “주차도 일반 주차공간의 3분의 1이면 가능해 운전이 상대적으로 서툰 여성이나 노인들이 이용하기에 용이하다”며 “최근엔 아내의 마트 장보기용, 아버님의 시내 주행용으로 자주 애용한다”고 말했다.
트위지는 일반 주차공간의 3분의 1만 있으면 주차가 가능하다. 김미영 기자
트위지는 안전할까. 우려는 없지 않지만 이씨는 “전동휠, 퀵보드는 물론 자전거와 오토바이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도로주행이나 주차,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불편한 점이 없고, 코너링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실제 트위지에는 에어백, 4점식 안전벨트, 탑승자 보호 캐빈 등 안전을 위한 사양이 잘 갖춰져 있다.
1인가구 시대, 자동차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기오염, 도로·주차장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초소형 전기자동차’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유럽에서는 이미 단거리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았으며, 일본에서는 대중화에 한창이다.
혼다·도요타·폴크스바겐·지엠 등도 2000년대 후반부터 1~2인용 전기자동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13년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된 혼다의 ‘엠시베타’는 3시간 충전으로 80㎞까지 달릴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70㎞다. 2007년 ‘아이리얼’을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인 도요타는 ‘콤스’와 ‘아이로드’까지 개발했다. 1인용 자동차인 폴크스바겐 ‘닐스’와 지엠 ‘라크-이’는 각각 최대 항속거리가 65㎞, 100㎞이고 최고 속도가 130㎞/h, 120㎞/h에 이른다.
1인용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새안, 캠시스, 대창모터스, 쎄미시스코 등의 국내 업체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새안의 ‘위드’(WID)와 대창모터스의 ‘다니고(DANIGO)’는 트위지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도전자 중 하나다. 위드는 2456㎜(앞뒤 길이)×1285㎜(폭)×1528㎜(높이)로 트위지보다 차체와 실내 공간이 크다. 3시간 충전으로 12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최고속도도 180㎞/h에 이르러 성능이 우수한 반면 판매가격은 1천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8월 출시예정인 다니고는 트위지와 달리 에어컨과 창문이 장착됐음에도 가격이 1500만원(부가세 별도)로 책정됐다.
반면 1인용 전기차에 대한 국내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기차 충전소는 물론 무선충전단말기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이씨는 “가정용 220V 충전인 트위지이지만, 그럼에도 충전할 곳이 많지 않다”며 “자치센터 내 충전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거나 위급할 때 쓸 수 있는 보조배터리도 상용화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트위지를 비롯한 1인용 자동차가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씨는 “시내 주행만으로도 장점이 충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을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