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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BI가 경고한 내 차를 내 차키로 훔쳐가는 첨단 도난기술

해암도 2017. 8. 11. 09:43

⊙ 최근 미국에서 자동차 안에 있던 차량설명서(Manual)만 훔치는 요상한 도난 신고 잇달아 …
⊙ 차량 문 부수지 않고 버젓이 새 차키로 문 여는 지능범죄
⊙ 차대번호와 차량 실소유주 확인하는 절차 반드시 시스템화해야
        

▲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본부 전경. 사진=위키미디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6월 24일 신종 차량 도난 수법을 FBI의 공식 홈페이지 뉴스란을 통해 공개했다. FBI가 공개한 기사의 제목은 첨단기술 절도(High-tech theft)였다. 최근 미국 서부 샌 디에이고(San Diego) 지역에서 차량 도난 신고가 급증했고 이들이 노린 차량은 모두 크라이슬러사의 SUV인 지프(JEEP) 차량이었다.
 
절도범들이 주로 노린 자동차는 지프사의 랭글러였다.
  신형 지프 랭글러(Wrangler)만 노린 절도범들은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는데 그 수법이 기가 막히다. 차량 절도범들은 10명 내외로 조직화되어 있으며 각자 맡은 임무가 있었다. 가령 망보는 사람, 차량 경보장치 제거하는 사람 등이다.
 
 
  새로운 키 발급받아 차량 150대 훔친 뒤 멕시코로 팔아넘겨
 
  이들은 특정 지역을 돌며 범죄 대상 차량을 물색한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대상 차량을 지목하면 조직원들은 절도 준비에 착수한다. 절도 방법의 기초는 해당 차량의 차대번호를 알아내는 것이다. 차대번호는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것으로 각 차량마다 제조사, 차량의 제원 등 중요 정보를 영문 알파벳과 숫자로 코드화한 것이다.
 
  보통 이 차대번호를 통해 자동차가 고장나면 수리에 필요한 부품 등을 주문한다. 차대번호 없이는 부품을 주문할 수 없다. 이는 부품의 밀수나 사재기 등을 막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차량의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때 이 차대번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마치 사람이 병원에 가서 의료보험 등의 정보를 알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등록하는 것과 같다. 즉 차대번호가 있어야만 모든 차량 관련 수리 및 점검이 가능하다. 절도 조직원들은 이 점을 노렸다.
 
  차대번호를 파악한 절도범은 해당 차대번호를 가지고 지프의 서비스센터를 방문한다. 그러고는 자동차 키(Key)를 분실했다면서 여분의 키를 주문한다. 이 과정에서 앞서 알아낸 차대번호를 불러준다. 서비스센터나 자동차 딜러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차량의 새로운 차키를 발급받아서 준다. 차대번호만 불러주면 차키를 받을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대부분의 차량 관련 업체에서는 차량의 실소유주와 차대번호를 대조하지 않는다. 즉 실제 차주가 아니더라도 차대번호만 알고 있으면 아무 서비스센터에 가서 새로운 차키를 주문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신형 차키를 주문하는 데 보통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을 내야 하고 며칠에서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
 
  절도범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새 차키 발급을 기다린 뒤 차키를 받아낸다. 새로운 차키를 받은 뒤 물색해 둔 차량이 있는 장소를 밤에 찾아가 차문을 연다. 그리고 새 키로 점찍어 둔 차를 타고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키를 사용하는 차들은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새로운 키를 가지고 문을 열더라도 경보장치는 작동한다. 이것은 차량의 소프트웨어상에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키가 접속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보가 울리지만 차문은 열리게 되어 있다.
 
  차문이 일단 열리면 이들은 차량에 연결하는 휴대용 전자장비를 차량의 단자(Port)에 연결하고 새로 가져온 키의 정보를 입력한다. 새로운 키의 정보가 등록되는 순간부터는 경보장치는 작동을 멈추고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한다.
 
  새 차키를 받아 차를 훔치러 갈 때는 조직원끼리 맡은 임무에 임한다. 2명은 차량에 신규 키 코드를 입력하는 작업을 한다. 한 명은 보닛(후드)을 열고, 코드 입력을 하는 동안 울리는 경보소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 경적(Horn)을 단절시켜 놓는다. 다른 한 명은 망을 본다. 코드 입력을 마치면 시동을 걸고 도망친다. 이런 일련의 절도 과정은 불과 몇 분 안에 끝이 났다. 실제 FBI가 공개한 절도 과정을 담은 CCTV 영상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차 유리 깨고 차량설명서만 훔쳐 달아난 절도범
 
미국 FBI 차량 절도 관련 홈페이지. 사진=FBI 홈페이지 캡처
  이 첨단기술 차량절도 조직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서부 일대를 돌며 지프 차량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훔친 차는 모두 미국의 국경 밖 멕시코로 팔아넘겼다. 조직원 중 일부만 현재 FBI가 체포했을 뿐 나머지 조직원들은 멕시코에 숨어 있는 것으로 FBI는 보고 있다.
 
  이들이 지프를 노린 이유는 멕시코에 팔 때 인기 있는 차종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오토바이도 훔쳤다. 지금까지 이들이 훔친 지프 랭글러와 오토바이를 합치면 150여 대에 달한다. 조직이 벌어들인 수익은 한화로 약 52억원이다.
 
  몇 년 전부터 미국 전역에서 자동차 안의 차량 설명서(Manual)가 도난당한 사례도 있었다. 주차된 차량의 측면 창문을 깨고 차량 안의 설명서를 들고 도망간 것이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훔쳐간 물건이 오직 설명서뿐이어서 경찰은 심각한 절도로 보지 않았다. 차량내 금품이 있었음에도 오직 설명서만 가지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당시 당국의 차량절도 지능범죄수사 전문가들은 이것을 차대번호 갈취를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차량의 차대번호가 보통 차량의 설명서 안에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차대번호를 가지고 이번에 적발된 범죄자들처럼 차량 키를 새로 발급받아 나중에 차량을 찾아서 범행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피해자의 입장에선 언제 차를 도난당할지 모른 채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차대번호만 있으면 차량을 직접 훔치는 것 외에도 차량 부품을 주문거나 차량 매매, 대포차량 등 여러가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첨단기술 도난을 막는 방법 6가지
 
절도범들이 차량을 훔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다. 사진=FBI 영상 캡처
  그럼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를 함부로 관리하면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보게 된다. 차대번호도 개인정보만큼 중요한 것으로 각별한 관리를 요한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차대번호가 외부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이 노출된 부분을 잘 가려 두어야 하고, 차량 내부에 차대번호가 기재된 자동차 설명서를 두지 말아야 한다. 단, 나중에 차량 수리 등에 차대번호가 필요하니 따로 잘 적어 두거나 관리해야 한다.
 
 
  1. 외부의 차대번호 가리기 : 신차에 부착된 스티커
 
  차량 외부에 차대번호가 드러난 곳으로는 네모난 스티커가 있다. 신차를 처음 인수받을 경우 보통 좌측 뒷좌석 유리 부분(C필러)에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네모난 하얀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해당 스티커 안에 여러가지 숫자와 바코드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 안에는 차대번호는 물론 차량이 만들어진 공장, 공장의 공정라인 등 여러가지 정보가 고스란히 외부로 드러나 있다.
 
  이 스티커의 목적은 공장에서 차를 만드는 과정에 주문자가 요청한 차량 외부 및 내부 색상, 옵션 적용 사항 등을 공장 직원들이 확인하기 위함이다. 또 불량품이 있는지 등을 공장에서 확인하고, 한 조립라인에서 다음 조립라인으로 넘기는 과정에 바코드를 찍어 접수 등을 하기 위함이다.
 
  즉 신차를 인수하고 나면 차량 내부의 비닐 포장을 뜯어 내듯이 해당 스티커도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 1순위다. 이것을 붙이고 다니는 것은 자신의 이름과 고향 등을 적은 표지판을 목에 걸고 다니는 꼴이다.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2. 외부의 차대번호 가리기 : 운전석 유리 하단
 
  주로 수입차 제작사에서 향후 서비스센터 출입 시 등록 등이 용이하게 하려고 운전석 전면부 유리 하단에 차대번호를 박아 놓는다. 그냥 멀리서 보거나 대충 보면 확인이 어렵다. 차량 전면에서는 보닛과 전면부 유리가 이어진 부분, 즉 와이퍼가 있는 부분에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가려야 한다. 가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해당 부분 유리 위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 알림 스티커 등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리는 게 좋다.
 
 
  3. 내부의 차대번호 가리기 : 차량 설명서
 
  운전자마다 다르지만 보통 조수석 글러브 박스나 중앙 콘솔 박스 안에 차량의 설명서를 두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차량 설명서를 집에 옮겨 두거나 차 안에 둔다면 설명서 안에서 차대번호가 기재된 페이지는 아예 뜯어내는 게 좋다. 또 차량 설명서 뒷면에는 차량 소모품 무상 쿠폰도 들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집 안에 잘 챙겨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실하면 타인이 사용할 수 있다.
 
 
  4. 내부의 차대번호 가리기 : 운전석 문 프레임
 
  차대번호는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운전석 문을 열면 문이 닿는 부분의 프레임을 따라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 스티커 안에는 차량의 제조연도, 제작공장, 순정 타이어 사이즈, 타이어 공기압 등의 정보가 있고, 차대번호도 적혀 있다. 이 스티커는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떼어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물론 외부에서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차대번호 도용을 막겠다면 뜯어낸다. 뜯기 어려우면 차대번호가 나온 부분만 펜으로 지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 차종은 금속을 파내서 차대번호를 각인시킨 경우도 있으니 기재방식에 맞춰 가리는 방법을 모색한다.
 
 
  5. 내부의 차대번호 가리기 : 보닛 안쪽
 
  차량 정면에서 보닛을 열었을 때, 엔진룸이 차량 실내에 가장 가까운 쪽 면에 있다. 그 면을 훑어보면 금속으로 된 판 같은 게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해당 표지 안에 차대번호가 각인되어 있다. 이 경우는 스티커가 아니라 금속을 파서 글씨를 새겨 넣은 형식이 보통이다. 따라서 가리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여러 방법을 통해 가려 두는 것이 도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차량은 엔진룸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려져 있을 것이다.
 
 
  6. 자동차 제조사별 서비스센터와 정비소 예방지침 하달
 
  이 부분은 차량 제조사와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경찰 등을 통해 차대번호를 도용한 미국 FBI의 차량 도난 사례를 공표하고, 정비소 등에서도 차대번호를 도용한 사례를 주의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인물이 차대번호만 불러주고 새 차키를 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차량을 가지고 오라는 식으로 철저한 신분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차량 고객의 이름과 신분증 대조 등 간단한 신원 확인 절차를 통해서라도 이러한 도난 사고 예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차량의 새 차키를 발급받는 경우, 반드시 차주에게 문자 등을 보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대번호를 무작정 지웠다가는 향후 차량 수리 및 점검 시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을 챙기듯이 본인이 잘 챙겨 두어야 한다.
 
  향후 차량 제작사에서는 차대번호와 차량 소유주 간의 식별코드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차대번호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 분실 시 ‘Find my device’라는 기능을 활성화시켜 위치 추적을 하듯이 차량 도난 후 추적 앱 등을 통해 위치를 찾아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출처 | 월간조선 2017년 8월호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등록일 : 2017-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