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차량

자동차 히터 관리법

해암도 2017. 9. 26. 06:15

히터 무시하면 ‘폐가망신’, 과신하면 ‘패가망신’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면 사람뿐 아니라 자동차도 건강관리에 나서야 한다. 건강하게 가을을 나고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강검진 항목은 히터다. 봄철 이후 5개월 이상 히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히터 점검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히터는 세균에 오염되기 쉬운 곳이다.
히터 점검·청소를 소홀히 하면 밀폐된 실내는 세균의 온상이 되고, 이는 운전자는 물론 함께 차에 탄 가족의 건강까지 해친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세균 범벅이 된 히터를 방치한 채 가족 모두가 차에 타고 고향에 다녀온다면 ‘고향길’이 건강을 해치는 ‘고생길’이 될 수도 있다.

◆매캐하거나 달콤하거나 냄새는 모두 ‘독(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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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출처: 매경DB]
히터를 켰을 때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통풍구에서 먼지가 날린다면 히터가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증거다.

이때는 사람의 폐(肺) 역할을 하는 에어컨·히터 필터(캐빈 필터, 향균 필터)를 교체해줘야 한다.

교체주기는 6개월 또는 1만km다. 필터가 심하게 더럽혀 졌다면 수명에 관계없이 바꿔는 게 위생적이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계속된다면 교체시기를 앞당기는 게 낫다. 방치했다가는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곰팡이 냄새나 퀴퀴한 악취를 없애기 위해 송풍구에 방향제나 향수를 뿌리는 운전자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필터를 청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되지 않은 방향제나 향수를 뿌리는 것은 금물이다. 두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제나 향수를 사용하고 싶다면 청소를 깨끗이 하고 스프레이나 연막형태로 나온 세균 및 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해 공기를 정화하는 게 먼저다.

곰팡이 제거제가 없다면 겨자를 사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겨자를 물에 탄 뒤 분무기에 넣어 송풍구에 살포하면 된다. 송풍구 안팎을 알코올을 묻힌 솜이나 면봉으로 닦아주면 더 좋다. 청소 후에는 10여분 동안 창문을 열고 송풍 기능을 작동시켜 환기를 시켜준다.

히터를 작동했을 때 악취 대신 달콤한 냄새가 날 때도 조심해야 한다. 달콤한 냄새가 난 뒤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실내에 생긴 습기가 에어컨이나 환기로도 제거되지 않는다면 부동액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냉각수가 송풍모터를 타고 들어온 뒤 기화돼 실내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냉각수에 포함된 부동액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도 있다. 즉시 정비업체를 찾아 수리해야 한다. 출고된 지 5년이 지난 자동차에서 자주 발생한다.

히터에서 찬바람이 계속 나온다면 냉각수 순환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주요 원인은 냉각수 부족이다.

간혹 서모스탯(수온조절기)이 고장나 히터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서모스탯은 냉각수 온도에 따라 밸브를 여닫아 엔진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서모스탯에 문제가 발생하면 히터가 느리게 작동한다.

◆히터 과신하다 ‘폐가망신·패가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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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출처: 매경DB]
히터를 켠 상태에서 창문을 모두 닫은 채 장시간 운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밀폐 상태에서 히터를 작동하면 미세먼지가 증가한다. 담배까지 피우면 차내 미세먼지 양이 100배 이상으로 폭증한다. 폐가 망신당하게 된다.

낡은 경유차가 앞이나 옆에서 달릴 때도 조심해야 한다. 앞차나 옆차의 머플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에는 톨루엔이나 벤젠 등 유해물질이 들어있다.

대기에 퍼지기 전인 짙은 농도의 배기가스가 틈을 통해 유입되면 폐에 크게 부담을 준다. 국제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실내에서의 오염물질은 실외보다 사람의 폐까지 도달할 확률이 1000배나 높다.

히터를 켰을 때는 졸음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가을·겨울 졸음운전 사고는 주로 히터 때문에 발생한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무섭다. 교통사고 주범이기 때문이다.

바깥공기가 차갑다고 외기 유입을 차단한 채 밀폐된 상태로 히터를 켠 채 차를 몰면 산소 부족으로 졸음이 오고 집중력도 감소된다. 당연히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가족이 모두 함께 타고 있다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밀폐된 상태에서 빠르게 증가한다. 한 실험에서는 400ppm정도였던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30분 뒤 3000ppm을 넘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이상이 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2000ppm 이상이 되면 집중력 저하와 졸음이 몰려온다.

졸음이 몰려오면 바로 히터를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해야 한다. 히터 송풍구의 방향도 얼굴보다는 앞 유리나 발밑을 향하도록 조절해야 한다. 안전운전을 위한 쾌적한 온도는 21~23도다.

잠깐 졸음이 물러갔더라도 30분에 한번 정도는 환기하고 가능하다면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들러 휴식을 취해야 한다.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잠시 쉴 때도 히터 사용에 조심해야 한다. 창문을 닫은 채 히터를 작동한 채 차에서 잠자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잠결에 페달을 잘못 밟더라도 히터소음 때문에 소리가 묻히게 된다.

이로써 엔진이 과열돼 불이 날 수 있다. 운전자가 질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사고는 보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자동차가 운송과 무관하게 사용됐다면 운행 중 사고에 해당되지 않아 보험사가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목욕재계’하면 사람도 차도 건강

창문을 닫고 히터를 켠 채 자주 운전하다 보면 실내에서 묵은 냄새와 먼지가 쌓인다. 보닛 안에 쌓인 먼지가 실내로 유입되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세차장을 찾아 실내외에 쌓인 먼지와 묵은 때를 꼼꼼히 닦아내야 한다. 보닛을 열어 내부에 쌓인 먼지도 털어내야 한다.

세제를 이용한 세차는 자주 할 필요가 없다. 세제를 이용한 세차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만 실시하고 중간 중간에 세제 없이 물세차를 해주면 된다.

목욕을 한 뒤 일광욕까지 한다면 자동차는 물론 운전자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날씨 좋은 날 매트를 걷어내고 트렁크도 열어 햇볕에 말리고 압축공기 청소기로 구석구석 쌓은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좀 더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전문세차업체에 맡겨 실내 세차나 스팀 세차를 하는 것도 괜찮다.

[최기성기자]   매일경제     입력 : 201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