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개봉 ‘라스트 홈’ - ‘33’… 서브프라임 사태 맞은 美서민
칠레 산호세 광산의 매몰 광부들… 2010년 배경의 대조적 두 실화
실화를 영화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라스트 홈’(맨위쪽)이 수백 개의 실화를 취재해 가상의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냈다면, ‘33’은 한 가지 사건을 치밀하게 취재한 뒤 연출의 묘를 살려 극화했다. 이가영화사·올댓시네마 제공
7일 개봉하는 ‘라스트 홈’과 ‘33’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공교롭게도 2010년이 배경이고, 힘없는 서민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둘의 온도 차는 남극과 적도만큼 크다. ‘라스트 홈’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서민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그렸다. ‘33’은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의 광부 매몰 사건을 다뤘다.
○ ‘라스트홈’
원제는 ‘99 homes’다. ‘1%가 99%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선언한다. ‘1명이 99명의 집을 차지하고 있다’고.
어머니를 모시며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데니스(앤드루 가필드)는 99% 쪽이다.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은 그는 대출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빼앗긴다. 법원 판결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 찾아온 보안관들은 단 2분 내로 짐을 빼라고 지시한다. 퇴거, 아니면 체포뿐이다.
그에 비해 데니스의 집을 차지한 부동산 중개업자 릭(마이클 섀넌)은 1%에 속한다. 그는 은행을 대리해 신용불량자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한편 갖가지 비리와 부정으로 잇속을 챙긴다. 우연히 릭과 마주친 데니스는 돈을 벌기 위해 그의 심부름을 하기 시작하고, 조금씩 릭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 ‘라스트홈’
원제는 ‘99 homes’다. ‘1%가 99%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선언한다. ‘1명이 99명의 집을 차지하고 있다’고.
어머니를 모시며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데니스(앤드루 가필드)는 99% 쪽이다.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은 그는 대출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빼앗긴다. 법원 판결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 찾아온 보안관들은 단 2분 내로 짐을 빼라고 지시한다. 퇴거, 아니면 체포뿐이다.
그에 비해 데니스의 집을 차지한 부동산 중개업자 릭(마이클 섀넌)은 1%에 속한다. 그는 은행을 대리해 신용불량자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한편 갖가지 비리와 부정으로 잇속을 챙긴다. 우연히 릭과 마주친 데니스는 돈을 벌기 위해 그의 심부름을 하기 시작하고, 조금씩 릭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가상이지만, 제작진은 당시 집을 빼앗겼던 사람들을 인터뷰해 실제 사례 377건을 영화 속에 종합했다. 실제로 집을 잃은 사람들과 부동산 중개인들이 영화에 직접 출연했다. “국가는 너를 구제(bail out)해주지 않아”라는 릭의 대사는 집에서 내쫓기는 사람들의 망연한 표정으로 구체화돼 관객의 폐부를 찌른다.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이라는 씁쓸한 농담을 하는 한국에서,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영화다. 15세 이상. ★★★☆ (별 5개 만점)
○ ‘33’
이 사건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700m 지하 광산 밑바닥에 매몰된 광부 33명이 69일을 버틴 끝에 고스란히 살아 돌아왔다. ‘33’은 2010년 8월 5일부터 2010년 10월 13일까지 일어난 이 기적을 가감 없이 담은 영화다.
흥겨운 남미풍의 음악이 흐르던 화면은 갑자기 굉음과 함께 갱도가 무너져 내리면서 사정없이 심장을 죄기 시작한다. 무사히 대피소에 도착하지만 통신장치는 고장 난 지 오래. 의약품은커녕 식량조차 부실하다. 광부 마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공포에 빠진 동료들을 추스르며 희망을 이어간다. 같은 시각, 광산 책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광부들의 가족과 동료들의 호소로 광업부 장관 로렌스(호드리구 산토루)가 직접 나서 구조를 지휘한다.
○ ‘33’
이 사건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700m 지하 광산 밑바닥에 매몰된 광부 33명이 69일을 버틴 끝에 고스란히 살아 돌아왔다. ‘33’은 2010년 8월 5일부터 2010년 10월 13일까지 일어난 이 기적을 가감 없이 담은 영화다.
흥겨운 남미풍의 음악이 흐르던 화면은 갑자기 굉음과 함께 갱도가 무너져 내리면서 사정없이 심장을 죄기 시작한다. 무사히 대피소에 도착하지만 통신장치는 고장 난 지 오래. 의약품은커녕 식량조차 부실하다. 광부 마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공포에 빠진 동료들을 추스르며 희망을 이어간다. 같은 시각, 광산 책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광부들의 가족과 동료들의 호소로 광업부 장관 로렌스(호드리구 산토루)가 직접 나서 구조를 지휘한다.
마지막 남은 참치 캔을 33등분해 나눠 먹는 최후의 만찬 순간, 광부들 사이로 사랑하는 아내, 어머니, 딸, 연인이 나타나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는다. 이 환상이 주는 환희와 그들이 실제로 느꼈을 공포는 찬란하게 대비돼 미소와 동시에 눈물을 부른다. 결말이 이미 알려진 이야기인데도, 배우들의 열연과 완급 조절이 탁월해 관객의 심장을 끝까지 움켜쥔다.
광산은 결국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광부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목숨을 건졌다.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고 책임을 진 덕분이다. 대형 사고 때마다 책임 부재, 리더십 부재를 말하는 한국에서 본보기로 삼을 만한 영화다. 기적에는 이유가 있다. 12세 이상.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입력 2016-03-25
광산은 결국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광부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목숨을 건졌다.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고 책임을 진 덕분이다. 대형 사고 때마다 책임 부재, 리더십 부재를 말하는 한국에서 본보기로 삼을 만한 영화다. 기적에는 이유가 있다. 12세 이상.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입력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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