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람이 죽어 하느님 앞에 섰습니다. 하느님은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며 한 사람 한 사람 붙들고 물으셨습니다. 그의 차례가 왔습니다. 그는 슬그머니 다시 뒤로 돌아가 끝줄에 섰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그의 차례가 왔습니다. 그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하느님, 저는 잘한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은 그래도 여기 세상에서 한 일이 있을 거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랍니다. 그는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했습니다.
"하느님, 길가의 돌 하나 주어 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 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위의 글은 정종수 시인의 시 '길가의 돌'을 풀어 놓은 것입니다. 꼭 나를 겨냥한 것 같아 가슴이 뜨끔 합니다. 내가 죽어 하느님 앞에 섰을 때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시인과 마찬가지로 딱히 할 말이 없을 거 같습니다. 하다못해 길가의 돌 하나라도 옮겨 놓은 적이 있었던가.
'인생2막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재무적인 어려움도 있을 겁니다. 미리 준비를 했으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다행히 경제적인 자립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은퇴 후에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느 책을 보니 우리 인생에는 두 가지 중요한 날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난 날, 또 하나는 자신이 왜 이 땅에 태어났는지 아는 날.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이 두 번째 날의 의미는 모르고 죽는다고 합니다. 어쩌면 인생2막은 그 두 번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스피스 간호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람마다 다 죽음에 임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거니 어느 누군들 두렵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생전에 의미 있는 일을 했던 분들이 임종에 임하는 자세가 비교적 평화스러웠습니다. 인생2막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이 될 때는 신(神)앞에서 해야 할 말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은퇴 후 할 일이 무엇인지 떠오를 겁니다.
[J플러스] 입력 201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