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빌려 왔는데
그 중 하나가 '마지막 비상구'입니다. 저자는 데릭 험프리입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는 8년 전이지만 본국에서는 24년 전인 1991년에
출판이 되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먼저 책을
찍어내려는 출판사가 없었습니다. 대중매체와 비평가, 윤리학자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당했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책은 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거든요.
죽는 방법도 알아야 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죽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피하기 위해 책을 이용하는 것은 저자도 반대를 합니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치유할 수 없는 병으로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책이 소개가 되면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살 방법을 알려준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여하간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뉴욕 타임즈의 판매순위에서 18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건 사람들이 쉬쉬하면서도 죽음이 과연 어떤 형태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어제도 지인 한 사람을 만났는데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부친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세상과 하직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의료진이 도와줄 수 있지만 -의사 조력 자살- 네델란드와 스위스, 그리고 미국 오리건 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러한 행위는 불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환자가 의료진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알아서 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의 경험담을 웃음으로 풀어 행복전도사란 별칭까지 가졌던 최윤희 선생이 남편과 함께 동반 자살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의 일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할 지 몰라도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나이가 들면 모두가 맞이해야 하는게 죽음입니다. 죽음은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죽음 교육을 가르쳐주는 데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현장에서 보면 죽음에 임박해서야 어찌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클럽 친구들과 만나면 가끔 어떻게 죽어야 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서로 생각은 좀 다르지만 아무튼 남에게 폐를 끼치기는 싫답니다.
죽는 방법도 알아야 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죽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피하기 위해 책을 이용하는 것은 저자도 반대를 합니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치유할 수 없는 병으로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책이 소개가 되면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살 방법을 알려준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여하간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뉴욕 타임즈의 판매순위에서 18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건 사람들이 쉬쉬하면서도 죽음이 과연 어떤 형태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어제도 지인 한 사람을 만났는데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부친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세상과 하직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의료진이 도와줄 수 있지만 -의사 조력 자살- 네델란드와 스위스, 그리고 미국 오리건 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러한 행위는 불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환자가 의료진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알아서 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의 경험담을 웃음으로 풀어 행복전도사란 별칭까지 가졌던 최윤희 선생이 남편과 함께 동반 자살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의 일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할 지 몰라도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나이가 들면 모두가 맞이해야 하는게 죽음입니다. 죽음은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죽음 교육을 가르쳐주는 데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현장에서 보면 죽음에 임박해서야 어찌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클럽 친구들과 만나면 가끔 어떻게 죽어야 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서로 생각은 좀 다르지만 아무튼 남에게 폐를 끼치기는 싫답니다.
가장 바람직한 건 스코트 니어링의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100세가 되어 땔감으로 쓸 나무 하나조차 들 수 없게 되자 스스로 곡기를 끊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얼마 전에 스위스로 가서 안락사를 택한 70대 영국 할머니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오랫 동안 간호사로 근무하던 분이 쓴 책이 있는데요. 책을 보니 그 분도 중환자실에서 죽기는 싫답니다. 중환자실은 환자를 안정시키는 곳이 아니라 무력화하는 곳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이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력이 떨어져 여러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 때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손'입니다. 어쩔 수 없이 홀로 가야하는 길이지만 손이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마음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아무도 없는 새벽에 중환자실에서 홀로 죽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흔히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쉽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관련하여 항상 대립하는 게 생명의 존중권과 환자의 자기 결정권입니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요즘엔 후자의 입장이 더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선 법규의 미비로 환자의 권리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입법부에서 빨리 법을 제정해야 할텐데 종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답니다. 그 와중에 고통을 받는 건 환자와 그의 가족입니다.
여하간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세상 일이라는 게 항상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은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지 평소 생각을 정리해서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두는 것도 인생2막을 준비하며 필요한 일입니다.
백만기 manjoy@naver.com
중환자실에서 오랫 동안 간호사로 근무하던 분이 쓴 책이 있는데요. 책을 보니 그 분도 중환자실에서 죽기는 싫답니다. 중환자실은 환자를 안정시키는 곳이 아니라 무력화하는 곳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이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력이 떨어져 여러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 때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손'입니다. 어쩔 수 없이 홀로 가야하는 길이지만 손이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마음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아무도 없는 새벽에 중환자실에서 홀로 죽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흔히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쉽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관련하여 항상 대립하는 게 생명의 존중권과 환자의 자기 결정권입니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요즘엔 후자의 입장이 더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선 법규의 미비로 환자의 권리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입법부에서 빨리 법을 제정해야 할텐데 종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답니다. 그 와중에 고통을 받는 건 환자와 그의 가족입니다.
여하간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세상 일이라는 게 항상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은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지 평소 생각을 정리해서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두는 것도 인생2막을 준비하며 필요한 일입니다.
백만기 manjoy@naver.com
[J플러스] 중앙 입력 201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