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바비큐 원조도 울고 갈 서울의 맛집 Best 7

해암도 2015. 8. 28. 06:22

씹을 새도 없었다. 고기가 녹아내린다고 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육즙이 입안을 촉촉하게 적셨고, 독특한 훈연향이 코로 올라왔다.
소스를 바르지 않았지만 간은 충분히 배 있었다. 오히려 바비큐 자체의 맛을 가리지 않아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바비큐 촬영을 위해 서울 이태원에 있는 ‘라이너스 바비큐’를 찾아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였는데도 손님들로 바글댔다. 바비큐 인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바비큐 열풍이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 올해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이 식당 주인 라이너스 김씨는 “미국 사는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바비큐를 좋아했다”며 “최근의 바비큐 인기는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장시간 정성 들여 조리해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맛을 품은 바비큐는 어떻게 보면 한국 갈비찜 내지는 수육의 또 다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 정통 바비큐를 선보이고 있는 맛집 7곳을 소개한다.

서울 홍대 앞 '빌스트리트'의 스페어립 바비큐. 돼지 갈빗살을 천천히 장시간 훈연해 부드럽고 촉촉하다. (조선일보 DB)

1. 라이너스바베큐 Linus’ BBQ
-미국 남부 바비큐 맛 그대로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州) 출신 교포 라이너스 김씨가 운영하는 바비큐 전문점. 바비큐 열풍의 진원지로 꼽힌다. 미국 정통 바비큐 맛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주문이 들어가면 요리사들이 뜨끈뜨끈한 고깃덩어리를 손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발라낸다. 두툼한 빵에 돼지 어깨살을 잔뜩 채워넣은 ‘풀드 포크 샌드위치(pulled pork sandwidh)’가 대표 메뉴다. 용산구 이태원동 56-20, (02)790-2920

2. 마초스헛 Macho’s Hut
-도시 한복판에서 즐기는 캠핑 요리

주말 교통 체증에 시달려 겨우 캠핑장에 도착해 힘들게 텐트를 치고 나면 요리고 뭐고 다 귀찮다. 캠핑이 싫은 ‘뼛속까지 도시인’이지만 캠핑 요리 맛은 궁금한 당신에게 맞춤한 식당이다. 경리단길에 있다. 인조 잔디와 자갈, 다양한 캠핑 장비로 건물 옥상을 캠핑장처럼 꾸몄다. 훈제 목살과 삼겹살이 대표 메뉴. 고기가 구워져 나와 기다릴 필요 없고 연기나 냄새도 한결 덜하다. 용산구 이태원2동 251-65, (070)8820-2371

3. 올댓미트 All That Meat
-바비큐와 버번위스키의 찰떡궁합

프랑스·이탈리아 요리를 먹을 때 와인을 선택하는 공식 중 하나가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고르라’이다. 이 공식은 바비큐에도 적용될 수 있다. 바비큐가 미국 남서부 음식이니, 이 지역의 술인 버번위스키와 어울리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버번위스키와 잘 어울리는 바비큐 살롱’을 표방하는 식당답게 다양한 위스키를 갖췄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8가지 바비큐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올댓미트 스페셜 바비큐’가 인기다. 강남구 신사동 644-13 1층, (02)3443-3595

4. 빌스트리트 Beale Street
-미국 남부 느낌 충만한 바비큐 레스토랑

빌스트리트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유명한 거리. 멤피스는 컨트리음악과 블루스만큼이나 바비큐로도 명성이 높은 도시다. 홍대 앞에 있는 이 식당 주인 최석준씨가 국내 처음으로 미국에서 대형 바비큐 조리 도구를 들여와 정통 바비큐를 선보이고 있다.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색의 나무로 된 식당 내부는 웨스턴 펍 분위기다. 8시간 이상 훈연한 스페어립, 브리스킷, 풀드포크 샌드위치, 베이컨 등 미국 남부 느낌 물씬한 음식을 낸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칵테일을 바비큐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마포구 서교동 363-28 2층, (02)322-0755

5. 버거비 Burger B
-수제 햄버거와 바비큐를 함께 즐겨요

빌스트리트와 주인이 같다. 덕분에 똑같은 맛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원래는 수제 햄버거로 이름난 곳이다. 고급스러운 펍 분위기. 바비큐와 햄버거 외에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별미인 잠발라야(쌀요리), 소시지 구이 등 다양한 미국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압구정점 강남구 신사동 644-3·(070)7536-4639, 코엑스몰점 강남구 삼성동 159 코엑스몰 지하 1층 P103·(070)4221-9260, 타임스퀘어점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1층·(02)2678-9260

6. 오스틴스모크하우스 Austin Smoke House
-바비큐 원조는 텍사스지!

바비큐의 원조(元祖)를 자부하는 텍사스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오스틴 스타일을 지향하는 바비큐 전문점이다. 붉은색 건물 외관부터 원목 가구와 나무 패널을 덧댄 벽 등 오스틴 바비큐집에 온 듯한 분위기다. 바비큐 맛도 본토에 가깝다. 독특한 양념과 훈연 향이 어우러진 바비큐는 너무 부드러워 칼이 필요 없을 정도다. 홍대 앞에서 이미 유명한 멕시코음식점 ‘훌리오’의 세컨드 브랜드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93-108, (02)334-5324

7. 홀리스모크 Holy Smoke
-신성한 연기로 천천히 제대로 완성한 바비큐

소 양지를 12시간 훈연한 브리스킷(brisket)과 돼지 목전지를 8시간 훈연해 잘게 찢은 풀드포크, 돼지갈비를 3시간 부드럽게 조리한 스페어립, 수제 소시지 등 정통 바비큐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제대로 갖췄다. 미국에서 공수한 소품으로 장식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모든 종류의 바비큐를 맛볼 수 있는 '미트 플래터(Meat Platter)'가 인기 메뉴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이어 맛집 거리로 뜨고 있는 해방촌(신흥로)에 있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5-767, (02)792-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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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굽고 시간으로 익히는… 그 이름, 바비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133년 전통, 미국 名家 바비큐 맛의 핵심은 “로 앤 슬로”

바비큐는 불에 구운 고기에 달착지근한 소스를 잔뜩 바른 미국 음식인 줄 알았다. 적어도 국내에선 그렇게 알려졌다. 하지만 133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텍사스 ‘사우스사이드 마켓&바비큐(Southside Market&Barbeque)’를 3대째 경영하고 있는 브라이언 브레이스웰(Bracewell)씨가 만든 바비큐는 그 통념을 깬다.

브레이스웰씨는 “진짜 바비큐는 직화(直火) 구이가 아니다”라고 텍사스 특유의 느긋한 억양으로 말했다. “불길에 고기가 닿아 익으면 그건 그릴(grill) 요리입니다. 스테이크가 대표적이죠. 바비큐는 불을 피워 발생하는 열기(熱氣)로 익히는 음식입니다. 최고의 바비큐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는 ‘로 앤 슬로(low and slow)’,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완성하는 거지요.” 브레이스웰씨는 정통 바비큐를 선보이기 위해 미국육류수출협회 초청으로 최근 방한했다. 브레이스웰씨에게 바비큐 제대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쇼트립(short rib·소갈비) 바비큐
재료: 갈비(뼈 포함) 1㎏, 소금 226g, 후춧가루 113g, 파프리카 가루 56g, 카이옌페퍼(Cayenne pepper·미국산 고춧가루) 28g, 마늘 분말 28g
1. 갈비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섞어 럽을 만든다.
2. 고기 양쪽 표면을 럽으로 고루 문지른다.
3. 섭씨 121도(화씨 250도)에서 1시간 30분 동안 조리한다.
4. 조리용 온도계로 고기 중심 온도를 확인한다. 고기 중심 온도가 섭씨 87도(화씨 190도)가 될 때까지 2시간 정도 더 조리한다.
5. 기호에 따라 원할 경우 바비큐 소스를 고기 표면에 바르고 10분 정도
익힌다.
6. 오븐에서 꺼내 10분 정도 기다린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 기호에 따라 바비큐 소스를 고기 표면에 바르고 10분 정도 포일을 덮지 않은 상태로 조리한다.
* 1파운드(약 450g)의 럽으로 최대 22㎏ 분량의 고기를 잴 수 있다. 럽의 양은 입맛대로 조절하면 된다.

■보스턴 버트(Boston Butt·돼지 목전지) 바비큐
재료: 돼지 목전지 1㎏, 소금 226g, 후춧가루 113g, 파프리카 가루 56g, 카이옌페퍼 28g, 마늘 분말 28g, 바비큐소스 1병 또는 450g
1. 돼지 목전지 표면을 럽으로 문지른다.
2. 오븐 팬에 지방 부위가 위로 향하게 목전지를 놓는다.
3. 섭씨 121도(화씨 250도)에서 약 1시간 30분 조리한다.
4. 오븐에서 꺼내 알루미늄 포일로 밀봉하듯 덮어 다시 오븐에 넣는다.
5. 조리용 온도계로 고기 중심 온도를 확인한다. 고기 중심 온도가 섭씨 93도(화씨 200도)가 될 때까지 2시간 30분 정도 더 조리한다.
6. 기호에 따라 바비큐소스를 고기 표면에 바르고 10분 정도 포일을 덮지 않은 상태로 조리한다.
7. 오븐에서 꺼내 약 10분 정도 기다린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데니스 로저스 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소스(Dennis Rogers’ Eastern North Carolina Sauce)
재료: 사이다식초(또는 사과식초) 1갤런(약 3.8L), 소금 1/4컵, 카이옌페퍼 2큰술, 고춧가루 3큰술, 흑설탕 1컵
만드는 법: 모든 재료를 고루 섞어 4시간 재웠다가 사용한다.

자료=미국육류수출협회 www.beefstory.co.kr

서인도 제도에서 태어난 바비큐

바비큐는 남·북아메리카 대륙 사이 카리브해에 있는 서인도 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열대 기후에선 고기가 쉽게 부패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들은 생선이나 고기가 쉬 상하지 않도록 나무 격자 틀에 올려 굽거나 훈제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를 “바르바코아(barbacoa)”라고 불렀다. 바비큐가 여기서 비롯됐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 정착한 초기 영국 식민지 개척자들이 처음 바비큐를 조리했다고 알려졌다. 브레이스웰씨는 “바비큐는 버려지는 값싼 부위를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음식”이라고 했다.

“안심이나 등심 따위 살코기는 뉴욕·시카고 등 대도시로 팔려나갔지만 나머지 질기고 기름 많은 부위는 처치 곤란이었어요. 그걸 먹을 만하게 만들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 바비큐가 나온 거죠.”

바비큐, 불·연기·고기의 과학

미국 앨라배마주(州) 출신 바비큐 장인(匠人) 사이 어스킨(Erskine)은 “바비큐란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불과 연기, 고기만으로 이뤄낸 신비한 성찬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비큐는 과학에 더 가깝다.

고기에 열을 가하면 근섬유를 단단히 붙들고 있던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며 부드러워져 육질이 한층 촉촉해진다. 열에 녹은 지방이 일부는 고기에 배어들면서 진한 감칠맛을 내는 한편, 일부는 불 위에 떨어지는데, 이때 발생한 연기에 들어 있는 수백 수천 가지 다양한 방향 물질이 고기에 배어든다.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에도 변화가 생긴다. 단백질은 본래 아무 맛이 없다. 하지만 열에 의해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아미노산은 인간이 ‘맛있다’고 느끼는 감칠맛의 성분이다. 단백질과 함께 들어 있는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는 단순당으로 분해돼 단맛을 낸다.

불이 너무 세면 콜라겐이 녹기 전 지방과 수분이 고기에서 빠져나와 맛이 없다. 그래서 바비큐 맛의 비밀은 ‘로 앤 슬로’에 있다는 것이다. 섭씨 93~121도 범위의 낮은 온도에서 8~12시간에 걸쳐 천천히 오래 익혀야 고기가 씹기 좋게 부드러워지고 맛도 충분히 배어든다.

시커먼 ‘껍질’ 있어야 제대로 된 바비큐

브레이스웰씨가 만든 소갈비(short rib) 바비큐는 실수로 태운 듯 보였다. 그는 “고기 겉에 묻은 양념이 고기에서 배어나온 육즙과 지방을 빨아들이며 짙은 색깔이 된 것이지 전혀 타지 않았다”고 했다. “불길이 닿지 않았는데 어떻게 탔겠어요? 바비큐 표면을 바크(bark·나무껍질)라고 하는데, 텍사스 사람들은 이 바크가 이렇게 검지 않고 갈색이나 붉은색이면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며 집어들지도 않아요.”

그가 만든 바비큐 한 점을 다시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육식주의자를 위한 천국에 온 듯했다.


취재=김성윤 음식전문기자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조선     입력 : 201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