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족발 먹고 직접 뽑은 온국수로 마무리
지난 주말 2박 3일로 음식 전문가들과 같이 국수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최근 경기 상황으로 인해 면 전문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총 8곳 이상의 국수 전문점을 방문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대전 <한돈면가>는 돼지 한 마리를 사용하는 콘셉트로 이 식당 냉국수는 정말 일품이다. 전에도 냉면과 막국수가 아닌 냉국수를 ‘서민식당 발굴기’에 기고하려고 여기저기 발굴했지만 지금까지 맛있는 냉국수집을 찾지 못했다. <한돈면가>가 바로 냉국수 면발과 육수 모두 완성도가 좋은 곳이다. 더욱이 4000원이라는 가격마저도 손님 입장에서 훌륭하다.
부산 <면옥향천> 소바와 울산 <아키라> 우동 역시 전국구 수준이다. 전에 소개했던 부산 차이나타운 <원향제> 간짜장은 지금도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같이 동행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옛날 간짜장’이라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서울에서는 <원향제> 정도 수준의 간짜장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일부 식당들은 아주 유명한 곳이고 일부 식당들은 그 맛에 비해 잘 안 알려진 곳이다. 따라서 맛이나 가성비에 비해 생각보다 손님이 많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음식점 성공의 요인은 맛이라는 등식이 무색한 격이다. 이에 비해 부산 모 막국수집은 맛은 지극히 평이하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들이 맛을 평가하는데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런 것을 전문 용어로 `허드 멘탈리스트(Herd mentalist)‘라고 말한다. 자기 주관 없이 양떼처럼 몰려다니는 군중심리, 군집심리다. 부산의 그 막국수집은 솔직히 말해서 중간도 안 되는 음식 수준이다. 직업적 호기심으로 딱 두 번 가봤는데 지금도 왜 그 식당이 손님이 많은지 이해불가다.
부산 <미미참족발>은 족발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유명하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그 맛에 비해서는 아직 덜 알려진 곳이다. 프렌치 레스토랑 셰프 출신의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음식을 내는 솜씨는 지금도 여전하다. 부산에 소재하지만 필자는 일 년에 두 번 이상은 다녀오는 곳이다. 아마 족발로는 부산에서는 최고의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오후 필자와 일행은 미미참족발에 도착했다. 성실한 주인장이 주방에서 땀을 흘리면서 일을 하고 있다. 인상이 선해서 음식도 역시 자기만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매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족발 전문점이라 우리는 온족발 소(小)자부터 주문했다.
족발이 나왔다. 부산에서는 보기 드문 온족발이다. 국내산 돼지고기 앞다리만을 사용하고 잘 삶아서 육질 자체가 부들부들하다. 장국물에
구기자와 개똥쑥이 들어간 웰빙 족발이다. 오행에 따르면 족발은 수(水)이고 개똥쑥은 (火)로 서로 밸런스가 맞는 식재료다. 여기 족발을 먹으면
항상 속이 편안하다는 느낌이 든다. 음식 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다. 염도를 최소화했다. 주인장의 관상 대로 음식에 대해서는 선량한 철학이
있다.
족발에 나오는 반찬 중 무 삭힌 것은 유별나게 입맛을 끈다. 동행한 사람 중에 입맛이 예리한 셰프도 있는데 무 삭힌 것이
아주 맛나다고 한다. 나중에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고춧가루도 국내산만 사용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먹었던 잔치국수 중
가장 으뜸
본인이 고대했던 국수가 나왔다. 주문할 때마다 주인장이 직접 제면을 한다. 전에는 면발이 소면인데 이날은
중면에 가깝다. 늘 음식을 고정하지 않고 변화를 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이 국수는 소면이 더 맛있는 것 같다. 밀가루 외에 감자전분을
30% 정도 사용해 일반적인 잔치국수와 달리 면발 자체가 독특하다. 끊기는 맛과 쫄깃한 맛이 공존하고 있다.
국수 위에 미나리와
김가루 등이 올라가 있다. 서울 사람 입맛에는 미나리는 좀 언밸런스이지만 경상도에서는 국수 위에 부추나 미나리를 많이 올려서 먹는다고 한다.
김이 국물 맛을 좀 가리기는 했지만 분명히 맛있는 국물 맛이다. 약간 감칠맛이 더 생겨서 물었더니 닭도 일부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도 멸치가
국물 맛의 원천이다. 외식업에서 불문율의 법칙이 있다. 멸치육수 맛을 잡으면 맛으로는 성공한다고. 한국인 입맛에는 멸치는 이미 소울푸드와 같은
맛이다. 집에서 아내가 북엇국과 아욱국 등을 끓여 줄 때도 밑 맛으로 멸치 육수를 내고 음식을 만들었을 때와 멸치 육수를 안 내고 국물을 냈을
때 차이는 현격하다.
이번 벤치마킹 때 다른 곳의 국수 맛도 기대를 했지만 필자가 내심 가장 먹고 싶었던 국수는 바로 이 국수 맛이다. 한국 사람의 입맛에는 멸치 육수에 대한 기호가 강한 것은 원천적인 욕구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아직도 이집 국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대전의 <한돈면가>나 부산의 <미미참족발> 모두 업주가 셰프 출신이다. 30년 이상의 경력이다. 두 곳 다 모두 우직하게 음식인생을 걸어왔다. 음식 맛도 순수하고 정직하다. 항상 음식을 개선하고 연구하는 태도도 보유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잘 안 알려진 곳이다. 이런 식당들이 장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미미참족발> 주소 부산 동래구 안락로 137 051-531-1235
지출(3인 기준) : 온족발 소 2만5000원 + 국수 두 그릇 8000원 = 총 3만3000원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 전문지 월간외식경영 대표,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형식으로 소개한다.
조선 입력 :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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