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택집(47) 미국 어바나 샴페인 소재 일리노이대 물리학과 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꿈의 교수직’이라고 불리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블룸버그 석좌 교수로 발탁됐다.
- 블룸버그 석좌 교수에 선정된 하택집 박사. /미 존스홉킨스 대학 제공
BDP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최고의 석학을 선발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학제간 연구가 원칙이어서 존스홉킨스 대학의 두 개 이상의 단대나 학과에 소속된다.
하 교수는 이번에 의대와 바이오물리학과 크리거(Krieger) 인문-자연대, 위팅(Whiting) 공대에 동시에 소속된다. 또한 부인 명수아 교수 역시 이번에 존스홉킨스대로 이직한다. 아마도 하 교수가 BDP에 지원하면서 명 교수의 채용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은 유명 교수를 스카우트하면서 조건이 부합하면 부인도 동시에 채용하기도 한다.
BDP에 선출되면 연령과 상관없이 바로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로서 정년을 보장받으면서 이직할 수 있다. 학교측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연구지원이나 복지시설이 다른 석좌교수와 비교할 수 없이 좋아서 미국 교수들이 ‘꿈의 교수직’ 중 하나로 꼽는다. BDP의 정원은 50명이다. 2700억원을 정원 50명에게 나눠주면 평균 54억원이다. BDP의 재정 지원은 최소 5년 이상을 보장한다.
블룸버그 석좌 교수제가 발표되면서 미국 학계가 들썩거렸다. 과거 블룸버그 전 시장의 해동 때문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뉴욕시를 획기적으로 바꿨고, 죽기 전에 전 재산인 250억 달러(약 27조원)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 존스홉킨스 대학에 2500억원을 들여 석좌 교수제를 만든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뉴시스
2014년에 존스홉킨스대는 첫 BDP교수 6명을 선발했다. 그 중에는 2003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피터 애거(Agre)도 포함돼 있다. 올 3월에 4명, 이번에 하 교수를 비롯해 4명이 추가로 선발됐다. 2014년에 시작되어 전통이 오래되지도 않았는데도 노벨상 후보자 수준의 탁월한 과학자들이 지원하는 이유는 파격적인 재정지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 교수는 1986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자로서 명성은 바이오물리학 연구에서 얻었다.
하 교수는 2000년 지금의 일리노이대학에 부임했다. 하 교수는 DNA·단백질 등을 형광물질로 염색하고 단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덕분에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속속 발표했다. 평생 한 번 발표만 해도 영예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이언스' '셀' 지 등에 소풍 가듯이 연례 행사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하 교수는 미국과학재단상, 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fellow), 미국국립과학원 회원, 미국예술과학원 회원, 하워드 휴즈 의학 재단(HHMI)의 올해의 생명의학 과학자 등에 선정됐다. 하워드휴즈의학재단은 연구비를 받는 연구자가 소속 기관을 1회 이직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 때문에 하 교수 역시 BDP로 선발되면서 하워드휴즈의학재단도 동시에 받을 전망이다.
하 교수는 국내에서도 2011년 호암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과학자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필립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대학 동기이다.
하 교수는 서울 상문고를 졸업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고등학교가 하 교수가 다니던 시절의 상문고였다.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일전에 기자에게 하 교수는 "서울대 올 정도의 인재라면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마치 서울대 학부 교육이 미국보다 못하지만, 졸업생들이 외국 대학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블룸버그 석좌 교수에게 지급되는 개인별 연구비 규모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BDP로 선발하면서 개별 교수들에게 일괄적인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고 협상으로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