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하택집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블룸버그 석좌 교수

해암도 2015. 7. 17. 11:22


  • 하택집 교수,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꿈의 교수직'이라는 미국 블룸버그 석좌 교수에 선정

 

하택집(47) 미국 어바나 샴페인 소재 일리노이대 물리학과 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꿈의 교수직’이라고 불리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블룸버그 석좌 교수로 발탁됐다.
블룸버그 석좌 교수에 선정된 하택집 박사. /미 존스홉킨스 대학 제공
블룸버그 석좌 교수에 선정된 하택집 박사. /미 존스홉킨스 대학 제공
통신사 블룸버그의 설립자이자 뉴욕시장을 역임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자신의 모교인 존스홉킨스 대학에 40년간 꾸준히 기부를 했다. 기부 총액이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가 넘는데, 이 가운데에는 2013년 시작한 블룸버그 석좌 교수제(Bloomberg Distinguished Professorship·BDP)를 위한 기금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원)가 포함돼 있다.

BDP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최고의 석학을 선발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학제간 연구가 원칙이어서 존스홉킨스 대학의 두 개 이상의 단대나 학과에 소속된다.
하 교수는 이번에 의대와 바이오물리학과 크리거(Krieger) 인문-자연대, 위팅(Whiting) 공대에 동시에 소속된다. 또한 부인 명수아 교수 역시 이번에 존스홉킨스대로 이직한다. 아마도 하 교수가 BDP에 지원하면서 명 교수의 채용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은 유명 교수를 스카우트하면서 조건이 부합하면 부인도 동시에 채용하기도 한다.

BDP에 선출되면 연령과 상관없이 바로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로서 정년을 보장받으면서 이직할 수 있다. 학교측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연구지원이나 복지시설이 다른 석좌교수와 비교할 수 없이 좋아서 미국 교수들이 ‘꿈의 교수직’ 중 하나로 꼽는다. BDP의 정원은 50명이다. 2700억원을 정원 50명에게 나눠주면 평균 54억원이다. BDP의 재정 지원은 최소 5년 이상을 보장한다.

블룸버그 석좌 교수제가 발표되면서 미국 학계가 들썩거렸다. 과거 블룸버그 전 시장의 해동 때문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뉴욕시를 획기적으로 바꿨고, 죽기 전에 전 재산인 250억 달러(약 27조원)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에 2500억원을 들여 석좌 교수제를 만든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뉴시스
존스홉킨스 대학에 2500억원을 들여 석좌 교수제를 만든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뉴시스

2014년에 존스홉킨스대는 첫 BDP교수 6명을 선발했다. 그 중에는 2003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피터 애거(Agre)도 포함돼 있다. 올 3월에 4명, 이번에 하 교수를 비롯해 4명이 추가로 선발됐다. 2014년에 시작되어 전통이 오래되지도 않았는데도 노벨상 후보자 수준의 탁월한 과학자들이 지원하는 이유는 파격적인 재정지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 교수는 1986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자로서 명성은 바이오물리학 연구에서 얻었다.

하 교수는 2000년 지금의 일리노이대학에 부임했다. 하 교수는 DNA·단백질 등을 형광물질로 염색하고 단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덕분에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속속 발표했다. 평생 한 번 발표만 해도 영예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이언스' '셀' 지 등에 소풍 가듯이 연례 행사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하 교수는 미국과학재단상, 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fellow), 미국국립과학원 회원, 미국예술과학원 회원, 하워드 휴즈 의학 재단(HHMI)의 올해의 생명의학 과학자 등에 선정됐다. 하워드휴즈의학재단은 연구비를 받는 연구자가 소속 기관을 1회 이직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 때문에 하 교수 역시 BDP로 선발되면서 하워드휴즈의학재단도 동시에 받을 전망이다.

하 교수는 국내에서도 2011년 호암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과학자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필립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대학 동기이다.

하 교수는 서울 상문고를 졸업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고등학교가 하 교수가 다니던 시절의 상문고였다.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일전에 기자에게 하 교수는 "서울대 올 정도의 인재라면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마치 서울대 학부 교육이 미국보다 못하지만, 졸업생들이 외국 대학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블룸버그 석좌 교수에게 지급되는 개인별 연구비 규모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BDP로 선발하면서 개별 교수들에게 일괄적인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고 협상으로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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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