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전국 5509곳 검진시스템 평가

해암도 2015. 4. 22. 07:12

정확한 검진 어려운 간암 - 유방암… 최고등급 받은 병-의원 10%도 안돼



올해 1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회사원 김지훈(가명·37) 씨는 지난해 12월 심한 복통 때문에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챙겨 먹었지만 통증은 주기적으로 계속됐다. 결국 김 씨는 ‘장염’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없어 1월 서울 소재 한 대형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는 ‘대장암 3기’. 김 씨는 “별생각 없이 그냥 가까운 병원에 간 게 문제였다”며 “검진을 잘하는 동네 병원 명단 같은 게 있었으면 처음부터 그런 곳을 찾아갔고, 병도 더 빨리 발견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보건복지부는 김 씨처럼 ‘검진 잘하는 동네 병원’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22일부터 전국 5509개 병·의원급(대학병원은 평가에서 제외) 건강검진기관(병원급 이상 1047곳, 의원급 4462곳)의 검진 시스템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복지부는 전국 검진기관 중 연간 300건 이상 검진을 실시하는 병·의원을 추려 평가를 진행했다. 3년간(2012∼2014년) 얼마나 병을 정확히 진단했고, 검진 기록을 잘 관리했느냐를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평가 대상인 검진 항목은 △암(간·위·대장·유방·자궁경부) △일반건강검진 △구강 △영유아 등이었고 항목별로 ‘S(최고)-A-B-C-D(최저)’ 등급을 부여했다. 이 중 구강과 영유아처럼 검진 방법이 비교적 간단한 분야는 전체 병·의원의 평균 등급이 ‘S’가 나왔다. 하지만 검진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한 암의 경우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은 평균 ‘A’, 간암과 유방암은 평균 ‘B’ 등급에 그쳤다.

특히 간암과 유방암의 경우 S등급을 받은 병·의원이 10곳 중 한 곳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의 경우 조사 대상인 2671개 병·의원 중 188곳(7.0%), 유방암은 1801개 중 120곳(6.7%)만 S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별 간암검진 최고등급 병·의원 보니 강남 3구 10곳, 성동-강북 0곳 ▼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암에 비해 간암, 유방암은 검진기구와 검사자의 경험 등이 검사 정확도를 크게 좌우해 병·의원들 간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보건 의료 수준이 높은 서울의 경우도 S등급을 받은 병·의원이 간암은 35곳, 유방암은 27곳에 그쳤다. 특히 구(區)별로 암 검진과 관련해 S등급을 받은 병원 수에 격차가 있었다. 서대문구 종로구 송파구 등은 간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S등급 병·의원이 최소 한 곳 이상 있었다. 그러나 성동구 강북구는 간암과 유방암처럼 고난도의 검진 기술이 필요한 항목을 제대로 검진할 수 있는 S등급 동네 병·의원이 한 곳도 없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서울 소재 병·의원급 검진기관 중 유일하게 5가지 암 검진 분야에서 모두 S등급을 받은 곳은 동대문구 ‘속편한내과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치욱 속편한내과의원 원장은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소화기 내과 전문의 7명을 채용하고, 비슷한 수준의 병원에서 많이 쓰는 의료기기보다 두세 배 비싼 최첨단 의료기기를 도입해 검사의 질을 높인 게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매년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S등급을 받는 병·의원에는 검진 수가를 높여 주거나 이듬해 평가를 면제해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수연 sykim@donga.com  이세형 기자   입력 201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