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병원은 국내 톱5의 수술 실적, 빠른 진료와 수술, 숲을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 등 암 치료에 최적화된 병원이다. 사진은
병원 ‘치유의 숲’을 거니는 의료진과 환자의 모습.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갑자기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느 병원을 떠올릴까. 병상당 암 수술 건수 국내 최다(最多), 암 치료 분야 모든 적정성 평가 1등급, 국내 톱5의 6대 암 수술 실적 …. 국내 최고의 타이틀을 보유한 병원이 서울의 대형병원이 아니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그것도 시골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병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화순전남대병원’. 실력만으로 빅5 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암 치료 분야의 숨은 강자다.
글=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대장암 복강경 수술 중인 의료진. 대장암 5년 생존율은 수도권을 훌쩍 넘어선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광주 송정역에 내려 다시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 한적한 산자락에 화순전남대병원이 보인다. 최근 서울~광주 간 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병원까지 두 시간으로 줄었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3㎞가량의 길 양편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고, 병원 뒤편으로 무등산과 만연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들이마시는 공기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진료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든 치료 과정이 한 층에서 이뤄질 수 있게 환자 편의를 고려한 설계다.
한적한 주변 환경과는 대조적으로 병원 안은 환자로 북적거린다. 그러나 대기환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검사·진료 프로세스가 막힘이 없고 물
흐르듯 진행된다. 환자 밀도가 가장 높은 암병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래서 화순전남대병원은 단순히 암병원이 아닌 ‘암 치유병원’으로
불린다. 수도권에서도 환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국인 6대 암 수술 빅5
실제로 화순전남대병원은 위암·폐암·간암·대장암·유방암·갑상선암 등 한국인 6대 암 수술 실적이 한 해 2474건(2010)에 달한다. 진료 실적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서울 4대 병원에 이은 전국 다섯 번째다.
병원 규모를 더하면 이 수치의 의미는 확 달라진다. 서울 4개 대형병원의 병상 수는 2000병상 내외. 반면에 화순전남대병원은 700병상 규모다. 병상당 암 수술 건수가 연 3.5건으로 전국 1위다.
심평원 평가 1등급 행진
과거엔 ‘암환자는 서울로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러한 공식을 깬 것이 화순전남대병원이다. 환자가 대기하지 않고 치료 성적도 좋으니 굳이 시간과 경비를 지출하면서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김모(63)씨. 그는 인근 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뒤 최근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병원 선택을 고민했지만 주위의 권유로 화순행을 택했다. 김씨는 “암 진단을 받고 초조했는데 신속하게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 결과도 만족스럽고, 자연과 인접해 있어 수술 경과도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의 질도 뛰어나다. 수술 성적은 병원과 의료진의 치료 경험을 의미하고, 높은 의료의 질로 이어진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43개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료량 평가(2014)에서 위암·간암·췌장암·식도암 수술 모두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특히 고난도로 알려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혈액종양 치료법)은 사망률이 전국 상급 종합병원(5.46%)의 5분의 1 수준인 1.16%에 불과했다.
심평원이 매년 발표하는 암별 치료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 행렬은 계속된다. 대장암 분야에서 2012년 암 치료 적정성 평가가 도입된 이후 3년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유방암은 2년 연속, 폐암은 첫 평가에서 각각 1등급을 받았다. 생존율은 당연히 높다.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의 대장암 환자 5년 생존율은 평균 68.2%다. 수도권 병원(65.0%)보다 높은 수치다. 수술 환자의 5년 생존율(79.8%)도 수도권 병원(74.7%)보다 높다.
당일 검사, 1주일 내 수술
화순전남대병원은 신속진료시스템을 가동했다. 지금은 많은 병원이 도입하고 있는 협진시스템을 2004년 개원 당시부터 시작했다. 빠른 진료와 수술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촬영)·PET(양전자단층촬영)·내시경·혈액검사·병리검사 등 모든 검사를 하루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술이 시급하면 1주일 안에 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의료진의 관행과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진료 지연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국립대병원 첫 JCI 인증
화순전남대병원은 2010년 전국 국립대병원 중 최초로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받았다. JCI 인증은 1300여 개 항목에 대해 평가한다.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품질을 결정하는 진료의 전 과정을 글로벌 표준에 맞추도록 검증한다. 외국 환자들이 국내에서 진료를 받을 때 JCI 인증 여부부터 확인하는 이유다. 2013년에는 JCI 재인증까지 받았다.
병원이 자기검열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런 성과로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해외 환자 유치 증가율 1위(2013)를 달성했다.
‘치유의 숲’서 심신 안정
화순전남대병원은 암 치료 병원으로는 이례적으로 도시에서 벗어났다. 화순은 75%가 산림지대다. 자연에 인접한 환경은 암환자의 면역력 강화와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항암치료와 함께 휴양을 겸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환자는 자연 속에서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병원이 보유한 3만9669㎡에 달하는 ‘치유의 숲’이 병원 산책로와 연결된다. 환자는 휠체어를 탄 채 숲 속을 산책할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의료수준 때문에 화순전남대병원은 ‘한국의 메이요클리닉’으로 불린다.
인터뷰 화순전남대병원 조용범 원장
“7년 연속 우수병원 평가 … 미국 유명 미디어에서도 추천하죠”
화순전남대병원은 2004년 암 치료를 위해 탄생한 병원이다. 지역 암환자를 수도권으로 빼앗기던 시기다. 우려도 많았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곳에서 과연 성공하겠느냐는 눈초리도 있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환자에게 집중하는 시스템과 의료진, 치유가 가능한 자연환경은 암병원으로 최적의 요건을 만들어줬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공공병원의 대표적인 혁신사례·성공신화로 꼽힌다. 조용범(사진·이비인후과 교수) 원장에게 암 전문병원으로서의 원동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한국인 6대 암 수술 빅5
실제로 화순전남대병원은 위암·폐암·간암·대장암·유방암·갑상선암 등 한국인 6대 암 수술 실적이 한 해 2474건(2010)에 달한다. 진료 실적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서울 4대 병원에 이은 전국 다섯 번째다.
병원 규모를 더하면 이 수치의 의미는 확 달라진다. 서울 4개 대형병원의 병상 수는 2000병상 내외. 반면에 화순전남대병원은 700병상 규모다. 병상당 암 수술 건수가 연 3.5건으로 전국 1위다.
심평원 평가 1등급 행진
과거엔 ‘암환자는 서울로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러한 공식을 깬 것이 화순전남대병원이다. 환자가 대기하지 않고 치료 성적도 좋으니 굳이 시간과 경비를 지출하면서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김모(63)씨. 그는 인근 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뒤 최근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병원 선택을 고민했지만 주위의 권유로 화순행을 택했다. 김씨는 “암 진단을 받고 초조했는데 신속하게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 결과도 만족스럽고, 자연과 인접해 있어 수술 경과도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의 질도 뛰어나다. 수술 성적은 병원과 의료진의 치료 경험을 의미하고, 높은 의료의 질로 이어진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43개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료량 평가(2014)에서 위암·간암·췌장암·식도암 수술 모두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특히 고난도로 알려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혈액종양 치료법)은 사망률이 전국 상급 종합병원(5.46%)의 5분의 1 수준인 1.16%에 불과했다.
심평원이 매년 발표하는 암별 치료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 행렬은 계속된다. 대장암 분야에서 2012년 암 치료 적정성 평가가 도입된 이후 3년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유방암은 2년 연속, 폐암은 첫 평가에서 각각 1등급을 받았다. 생존율은 당연히 높다.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의 대장암 환자 5년 생존율은 평균 68.2%다. 수도권 병원(65.0%)보다 높은 수치다. 수술 환자의 5년 생존율(79.8%)도 수도권 병원(74.7%)보다 높다.
당일 검사, 1주일 내 수술
화순전남대병원은 신속진료시스템을 가동했다. 지금은 많은 병원이 도입하고 있는 협진시스템을 2004년 개원 당시부터 시작했다. 빠른 진료와 수술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촬영)·PET(양전자단층촬영)·내시경·혈액검사·병리검사 등 모든 검사를 하루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술이 시급하면 1주일 안에 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의료진의 관행과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진료 지연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국립대병원 첫 JCI 인증
화순전남대병원은 2010년 전국 국립대병원 중 최초로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받았다. JCI 인증은 1300여 개 항목에 대해 평가한다.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품질을 결정하는 진료의 전 과정을 글로벌 표준에 맞추도록 검증한다. 외국 환자들이 국내에서 진료를 받을 때 JCI 인증 여부부터 확인하는 이유다. 2013년에는 JCI 재인증까지 받았다.
병원이 자기검열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런 성과로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해외 환자 유치 증가율 1위(2013)를 달성했다.
‘치유의 숲’서 심신 안정
화순전남대병원은 암 치료 병원으로는 이례적으로 도시에서 벗어났다. 화순은 75%가 산림지대다. 자연에 인접한 환경은 암환자의 면역력 강화와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항암치료와 함께 휴양을 겸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환자는 자연 속에서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병원이 보유한 3만9669㎡에 달하는 ‘치유의 숲’이 병원 산책로와 연결된다. 환자는 휠체어를 탄 채 숲 속을 산책할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의료수준 때문에 화순전남대병원은 ‘한국의 메이요클리닉’으로 불린다.
인터뷰 화순전남대병원 조용범 원장
“7년 연속 우수병원 평가 … 미국 유명 미디어에서도 추천하죠”
화순전남대병원은 2004년 암 치료를 위해 탄생한 병원이다. 지역 암환자를 수도권으로 빼앗기던 시기다. 우려도 많았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곳에서 과연 성공하겠느냐는 눈초리도 있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환자에게 집중하는 시스템과 의료진, 치유가 가능한 자연환경은 암병원으로 최적의 요건을 만들어줬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공공병원의 대표적인 혁신사례·성공신화로 꼽힌다. 조용범(사진·이비인후과 교수) 원장에게 암 전문병원으로서의 원동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화순전남대병원의
이력이 화려한데.
“개원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지역 개인병원들의 반발도 컸다. 하지만 결국 진료 대상이 달라 협조가 잘됐다. 암 특화병원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의료진의 의지가 강했다. 가장 열정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40~50대 의사들이 포진했다. 밤늦게까지 암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 성적이 높아졌고, 환자가 잇따랐다. 치료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져 ‘화순=암’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친절함도 한몫했다. 점차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충성도가 높아졌다.”
-진료 철학이 있다면.
“병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신속진료를 추구했다. 빨리 환자를 보고, 빨리 결과를 알려주는 거다. 암환자는 절박하고 급하지 않나. 그걸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속진료센터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진엔 부담이지만 환자를 위해서라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7년 연속 우수병원으로 선정됐다. ‘빠르고, 친절하고, 안전하게’라는 슬로건은 우리가 추구하는 시스템이다.”
-타 지역 암환자도 많이 찾는데.
“전체 환자 10명 중 1명은 다른 지역에서 온다. 수도권·충청·경상·강원 등 각지에서 온다. 외국인 환자도 찾아온다. 러시아·중국·미국 환자가 치료를 받는다. 외국에서도 평가가 좋다. 지난해 미국 유명 인터넷미디어인 ‘PR 웹’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암 전문병원’으로 우리 병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전망은.
“최근 KTX 호남선 개통으로 수도권의 암환자도 자연치유 환경의 암병원에서 치료받기가 수월해졌다. 수도권 환자가 더욱 늘 것으로 기대한다. 조만간 우리 병원에 전남대 의대가 들어온다. 또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항암제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화순백신산업 특구와 연계해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장훈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15.04.20
“개원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지역 개인병원들의 반발도 컸다. 하지만 결국 진료 대상이 달라 협조가 잘됐다. 암 특화병원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의료진의 의지가 강했다. 가장 열정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40~50대 의사들이 포진했다. 밤늦게까지 암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 성적이 높아졌고, 환자가 잇따랐다. 치료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져 ‘화순=암’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친절함도 한몫했다. 점차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충성도가 높아졌다.”
-진료 철학이 있다면.
“병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신속진료를 추구했다. 빨리 환자를 보고, 빨리 결과를 알려주는 거다. 암환자는 절박하고 급하지 않나. 그걸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속진료센터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진엔 부담이지만 환자를 위해서라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7년 연속 우수병원으로 선정됐다. ‘빠르고, 친절하고, 안전하게’라는 슬로건은 우리가 추구하는 시스템이다.”
-타 지역 암환자도 많이 찾는데.
“전체 환자 10명 중 1명은 다른 지역에서 온다. 수도권·충청·경상·강원 등 각지에서 온다. 외국인 환자도 찾아온다. 러시아·중국·미국 환자가 치료를 받는다. 외국에서도 평가가 좋다. 지난해 미국 유명 인터넷미디어인 ‘PR 웹’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암 전문병원’으로 우리 병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전망은.
“최근 KTX 호남선 개통으로 수도권의 암환자도 자연치유 환경의 암병원에서 치료받기가 수월해졌다. 수도권 환자가 더욱 늘 것으로 기대한다. 조만간 우리 병원에 전남대 의대가 들어온다. 또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항암제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화순백신산업 특구와 연계해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장훈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1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