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최대 수혜를 누리고 있는 건축자재가 바로 '페인트'다. 이제까진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면 실생활에서 언급할 일이 거의 없었을 법한 이 단어가 집 단장을 앞둔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어느덧 필수 구매품목으로 올랐고, 적은 비용으로 극적인 인테리어 효과를 바라는 주부들에겐 더없이 기특한 존재가 됐다.
페인트가 유독 셀프 인테리어족(族)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연 '시공상의 편리함' 덕분이다. 그저 '쓱' 바르기만 하면 되는 페인트는 붓칠 능력이 딱히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이다. 혹, 붓칠을 하다 실수를 하더라도 해당 부위를 충분히 말린 뒤 덧바르기만 하면 수정이 가능해 부담도 없다. 집 안의 모든 벽면을 페인트로 칠하는 게 아닌 이상은 벽지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경제적이다.
사실 지난 수십년간 국내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자의반 타의반 '내부 벽장재는 벽지'라는 공식이 지배적이었다. 거기엔 시멘트로 내부 마감을 하는 것이 보편화돼있는 국내 아파트 시공 방식이 자리한다. 시멘트 마감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을 거치는 만큼 완벽하게 매끈하고 반듯한 벽면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때문에 그 위에 바로 페인트를 바르면 울퉁불퉁한 표면이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반면 폴리염화비닐 벽지(일명 '실크벽지')로 도배하면 벽에 완벽히 밀착시키지 않는 시공법의 특성상 이같은 단점을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테리어 업자들이 페인트칠 대신 뒷탈 없는 실크도배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멘트로 마감한 벽에는 페인트칠이 불가능한 것일까. 물론 해결 방법은 있다. 시멘트벽 위에 석고보드로 한번 더 시공한 뒤 그 위에 페인트를 바르면 매끄러운 벽면 연출이 가능하다. 유럽 등에서 내부 벽장재로 페인트를 선호할 수 있는 건 이 같은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벽지로 시공할 때보다 추가로 부담해야할 비용이 발생한다는 건 흠이다.
국내 페인트 업체들은 모처럼 찾아온 이같은 호재를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DIY'(손수 제작)에 최적화된 소용량 패키지 상품을 출시해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로 공급하고, 전용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 직접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한 페인트 업체는 단 1회의 홈쇼핑 방송만으로 30억원의 관련 매출을 올렸을 정도라니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은 상황. 과연 페인트가 셀프 인테리어 열풍을 등에 업고 벽지를 대체할 벽장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