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바쁜 직장인은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익숙할 때가 있다. 잠시 잠만 자고 나오기를 반복하는 집이 되지 않도록, 건축가 임성수 씨는 자신의 집을 심심한 일상을 환기시키는
아지트로 꾸몄다.

1 벽은 베이지톤 나이테 문양 타일로, 바닥은 오크색 마루로 골랐다. 가구는 화이트 컬러여서 공간이 더 미래적이면서 정갈해진 느낌.
2 카르텔에서 구입한 화이트 라미네이트 상판의 테이블과 다이닝 체어로 꾸민 거실. USM 모듈 수납장과 해바라기처럼 솟은 아르떼미데 조명, 오른쪽 구석의 에어컨 커버까지 화이트로 맞춰 마치 미래의 주거 공간에 와 있는 듯하다.
건축가의 내 집 마련
혼자 사는, 남자, 건축가의 집. 이 집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단어 사이사이에서부터 전해온다. 요즘 취향 있는 남자들은 리빙 편집숍에서 소품을 사고, 디자이너 체어를 하나씩 모을 정도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데, 수학과 미술을 함께 구현하는 건축가라면 자신의 공간에 더 욕심을 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의 건축가 임성수 씨는 예상대로 평범하지 않은 집에서 촬영팀을 맞았다. 한적한 주택가의 다세대 주택 꼭대기 층에서 ‘혼자 사는 남자 건축가’는 집 안의 가구를 전부 화이트 컬러로 맞추었고, 포인트로 아이언맨 피겨를 쇼케이스에 줄 세워놓았다. 사소한 소품 하나도 디자이너 제품으로 고른 걸 보니 공간이 더 궁금해진다.
“은퇴하신 부모님과 함께 10년간 다세대 주택 두 동을 지었습니다. 골목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건물인데, 각각의 꼭대기 층에 부모님과 제가 살고 있어요. 이 집에서 재채기를 하면 저쪽 집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죠.”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는 그의 부모님이 기획했고, 동네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진행했다.
형제 둘을 건축가로 키웠지만 경제성과 지역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 “건축주가 되니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사는 집과 가까운 곳의 건축사무소에서 패키지화되어 있는 시공업체에 공사를 의뢰하니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었어요.
저는 기본 도면을 약간 수정하는 정도로만 설계에 관여했어요. 건축가에서 건축주가 되니 마찬가지로 ‘경제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대신 그는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층마다 7~8평의 원룸 3개로 이루어진 건물 안에서 꼭대기 층 그의 집은 현관문을 경계로 전혀 다른 곳이 된다.
“저처럼 혼자 살고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은 직장, 외식 같은 바깥 생활에 더 익숙해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일상이 환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등장하는 것처럼요.”
그는 지극히 평범한 현관문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지만 시공 패키지에 포함된 사항이라 바꿀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현관문을 경계로 외부와는 시각적인 온도 차가 극명한 인테리어를 시도했다.

1 화이트 공간에 색을 더하는 것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구입한 아이언맨 피겨.
2 컬러를 화이트로 맞춘 대신 물건의 형태는 전부 제각각. 거실 창 앞에는 마지스의 라운지 체어와 바리에르 책상을 두어 개인 공간을 만들었다.
3 재스퍼 모리슨, 알레시, 에바 솔로 등 소소한 물건 하나도 화이트 컬러의 디자이너 제품으로 갖추었다.
4 ‘비움’이라는 콘셉트를 정직하게 표현한 침실.
‘나’를 중심으로 만든 아지트
건축가 임성수 씨는 인테리어가 완성된 후 거실에 식탁 하나만 덩그러니 놓고 생활을 시작했다. 임시 사무실 정도로 활용하던 이곳을 집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조립식 옷걸이와 침대를 들이면서부터.
25평 남짓의 작은 집에 소파 세트를 들이는 대신 넓은 식탁을 놓고 바로 옆에는 모듈 수납장인 USM의 낮은 수납장을 선택해 공연, 건축, 그림, 디자인 서적을 종류별로 나누어 꽂았다.
건축가로서 혼자 생각에 잠길 시간이 꼭 필요한 그에게 이 집의 가장 큰 영역을 작업실로 할애한 것이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마감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가구나 가전 제품을 모두 화이트 컬러로 선택했어요. 이곳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구상할 때 어떤 공간 요소에서도 선입견을 갖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는 흔히들 집의 포인트로 삼는 TV나 수족관, 식물 등을 놓는 대신 ‘아이언맨’ 피겨를 나열해 집에 컬러를 입혔다. 재미있는 것은 꽤 열정적으로 모았을 법한 아이언맨 피겨가 실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것. 구하기도 쉽지 않은 한정판까지 공수해 직접 제작한 쇼케이스에 진열해놓은 것이 순전히 인테리어 디자인 때문이었다니 오히려 색다른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피겨를 꺼내거나 넣을 때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장갑을 끼고 아크릴 커버를 들어 올려요. 밤에는 다른 조명 없이 이 쇼케이스의 조명만으로도 거실이 충분히 특별해집니다.”
이 집은 사방에 창이 있어 채광이 풍부하면서도 낮은 동산과 주택들에 둘러싸여 있어 가만히 있으면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덕분에 건너편 본가에서 아버지가 재채기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휴일에는 혼자 넋 놓고 사색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어느 저녁에는 친구들 예닐곱 명을 불러 함께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 낭만적인 집. “이제 집은 저에게 나와야 하는 곳이 아닌, 들어가야 하는 목적지예요. 사람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이 집에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다음 프로젝트에 연결 짓기도 하지요. 집이야말로 저에게는 아지트인 셈입니다.” ‘건축가의 집’이라는 각 잡힌 수식어보단, 집을 마주하는 주인의 태도에서 이 집의 가치는 더욱 명확해졌다.


1 벽은 베이지톤 나이테 문양 타일로, 바닥은 오크색 마루로 골랐다. 가구는 화이트 컬러여서 공간이 더 미래적이면서 정갈해진 느낌.
2 카르텔에서 구입한 화이트 라미네이트 상판의 테이블과 다이닝 체어로 꾸민 거실. USM 모듈 수납장과 해바라기처럼 솟은 아르떼미데 조명, 오른쪽 구석의 에어컨 커버까지 화이트로 맞춰 마치 미래의 주거 공간에 와 있는 듯하다.
건축가의 내 집 마련
혼자 사는, 남자, 건축가의 집. 이 집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단어 사이사이에서부터 전해온다. 요즘 취향 있는 남자들은 리빙 편집숍에서 소품을 사고, 디자이너 체어를 하나씩 모을 정도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데, 수학과 미술을 함께 구현하는 건축가라면 자신의 공간에 더 욕심을 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의 건축가 임성수 씨는 예상대로 평범하지 않은 집에서 촬영팀을 맞았다. 한적한 주택가의 다세대 주택 꼭대기 층에서 ‘혼자 사는 남자 건축가’는 집 안의 가구를 전부 화이트 컬러로 맞추었고, 포인트로 아이언맨 피겨를 쇼케이스에 줄 세워놓았다. 사소한 소품 하나도 디자이너 제품으로 고른 걸 보니 공간이 더 궁금해진다.
“은퇴하신 부모님과 함께 10년간 다세대 주택 두 동을 지었습니다. 골목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건물인데, 각각의 꼭대기 층에 부모님과 제가 살고 있어요. 이 집에서 재채기를 하면 저쪽 집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죠.”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는 그의 부모님이 기획했고, 동네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진행했다.
형제 둘을 건축가로 키웠지만 경제성과 지역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 “건축주가 되니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사는 집과 가까운 곳의 건축사무소에서 패키지화되어 있는 시공업체에 공사를 의뢰하니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었어요.
저는 기본 도면을 약간 수정하는 정도로만 설계에 관여했어요. 건축가에서 건축주가 되니 마찬가지로 ‘경제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대신 그는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층마다 7~8평의 원룸 3개로 이루어진 건물 안에서 꼭대기 층 그의 집은 현관문을 경계로 전혀 다른 곳이 된다.
“저처럼 혼자 살고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은 직장, 외식 같은 바깥 생활에 더 익숙해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일상이 환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등장하는 것처럼요.”
그는 지극히 평범한 현관문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지만 시공 패키지에 포함된 사항이라 바꿀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현관문을 경계로 외부와는 시각적인 온도 차가 극명한 인테리어를 시도했다.

1 화이트 공간에 색을 더하는 것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구입한 아이언맨 피겨.
2 컬러를 화이트로 맞춘 대신 물건의 형태는 전부 제각각. 거실 창 앞에는 마지스의 라운지 체어와 바리에르 책상을 두어 개인 공간을 만들었다.
3 재스퍼 모리슨, 알레시, 에바 솔로 등 소소한 물건 하나도 화이트 컬러의 디자이너 제품으로 갖추었다.
4 ‘비움’이라는 콘셉트를 정직하게 표현한 침실.
‘나’를 중심으로 만든 아지트
건축가 임성수 씨는 인테리어가 완성된 후 거실에 식탁 하나만 덩그러니 놓고 생활을 시작했다. 임시 사무실 정도로 활용하던 이곳을 집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조립식 옷걸이와 침대를 들이면서부터.
25평 남짓의 작은 집에 소파 세트를 들이는 대신 넓은 식탁을 놓고 바로 옆에는 모듈 수납장인 USM의 낮은 수납장을 선택해 공연, 건축, 그림, 디자인 서적을 종류별로 나누어 꽂았다.
건축가로서 혼자 생각에 잠길 시간이 꼭 필요한 그에게 이 집의 가장 큰 영역을 작업실로 할애한 것이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마감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가구나 가전 제품을 모두 화이트 컬러로 선택했어요. 이곳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구상할 때 어떤 공간 요소에서도 선입견을 갖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는 흔히들 집의 포인트로 삼는 TV나 수족관, 식물 등을 놓는 대신 ‘아이언맨’ 피겨를 나열해 집에 컬러를 입혔다. 재미있는 것은 꽤 열정적으로 모았을 법한 아이언맨 피겨가 실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입했다는 것. 구하기도 쉽지 않은 한정판까지 공수해 직접 제작한 쇼케이스에 진열해놓은 것이 순전히 인테리어 디자인 때문이었다니 오히려 색다른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피겨를 꺼내거나 넣을 때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장갑을 끼고 아크릴 커버를 들어 올려요. 밤에는 다른 조명 없이 이 쇼케이스의 조명만으로도 거실이 충분히 특별해집니다.”
이 집은 사방에 창이 있어 채광이 풍부하면서도 낮은 동산과 주택들에 둘러싸여 있어 가만히 있으면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덕분에 건너편 본가에서 아버지가 재채기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휴일에는 혼자 넋 놓고 사색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어느 저녁에는 친구들 예닐곱 명을 불러 함께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 낭만적인 집. “이제 집은 저에게 나와야 하는 곳이 아닌, 들어가야 하는 목적지예요. 사람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이 집에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다음 프로젝트에 연결 짓기도 하지요. 집이야말로 저에게는 아지트인 셈입니다.” ‘건축가의 집’이라는 각 잡힌 수식어보단, 집을 마주하는 주인의 태도에서 이 집의 가치는 더욱 명확해졌다.

1
채광이 풍부한 거실은 벽의 질감을 잘 살릴 수 있어 나이테 문양의 타일을 시공했고, 방은 심플한 흰색 벽지로 마감했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경제성을 고려해 투자의 강약을 조절한 것.
2 자로 잰 듯 단정하게 정돈한 욕실.
3 임성수 씨는 침실을 제외한 방 하나를 드레싱 룸으로 꾸몄다. 서재로 활용하는 거실을 제외한
공간은 실용성을 고려해 좀 더 ‘집’에 가깝게 만들었다.
4 주방 도구와 식기 하나도 디자이너의
제품으로 선택했다. 산업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의 조립식 와인랙은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에 반해 구입하게 되었고, 에바 솔로의 저그, 남베의 테이블
웨어 등 단순하지만 매끈하고 세련된 디자인 제품으로 집의 디테일을 채웠다.
기획=이지현 레몬트리 기자,
사진=전택수(JEON Studio) [중앙일보] 입력 201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