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마법의 소스 우리 고추장, 간장, 된장

해암도 2013. 4. 20. 05:45

 

미슐랭 스타 셰프도 반했다, 마법의 소스 우리 장

세계서 주목 받는 된장·간장·고추장

 

한국 장(고추장·된장·간장)을 활용한 요리들. 한식이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 요리에 접목했다. 1 고추장으로 구운 새우와 오징어. 2 고추장과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매콤한 맛감자. 3 고추장 소스로 구운 문어. 4 된장으로 거품을 만들어 곁들인 참치와 계란. 5 된장 소스를 올린 러시안 샐러드. 6 된장을 넣은 푸아그라 테린. 7 간장으로 조리한 버섯 샐러드. 8 간장으로 만든 감자 스튜. [사진 샘표식품]


“미슐랭 스타를 받은 유명 셰프들도 다 좋아해요.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보물이죠.”-스페인 알리시아연구소 수석 셰프 자우마 비아르네즈(Jaume Biernes).

“한국 셰프라면 한국 음식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사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간 너무 무심하고 몰랐던 것 같아 반성하고 있어요.”

-미국 최고의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 김은희 더그린테이블 오너 셰프.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바로 우리 장(간장·된장·고추장)이다. 너무 익숙해 오히려 소중함을 몰랐던 장(醬)이 최근 국내외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 장에 대한 관심은 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요리의 흐름이 발효음식에 쏠리면서다.

한동안 세계 요리의 중심에는 스페인 분자요리가 있었다. 분자요리란 음식 질감이나 요리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요리 방식을 말한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최소 1년 전에 예약해야 겨우 먹을 수 있다는 전설적인 엘 불리가 대표적이다.

 

분자요리에 대한 열광이 서서히 잦아드는 사이 이번엔 자연식을 강조한 스칸디나비아식 요리가 유행을 이어받았다. 영국의 요리 월간지 『레스토랑』이 요리 전문가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덴마크 코펜하겐 에 있는 노마(Noma)가 2010년 엘 불리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게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노마는 지역(로컬)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덴마크에서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리브 오일조차 쓰지 않을 정도다.


너무 한쪽 극단으로 치닫으면 반동이 올 수밖에 없는 걸까. 신선하지만 심심한 스칸디나비안 요리에 환호하던 세계 유명 셰프들의 관심이 이제는 곰삭은 맛을 내는 발효음식으로 모아졌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세계적 거장 셰프들이 몇 년 전부터 너도나도 발효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심지어 노마의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도 노르딕음식연구소(Nordic food lab)를 만들고 덴마크 콩을 이용한 발효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알리시아 수석 셰프 자우마 `비아르네스`

 

전 세계에서 30여 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랑스 셰프 알랭 뒤카스도 진작에 발효음식 연구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지난해 지인으로부터 한국 메주를 공수받아 한국 장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알랭 뒤카스는 모나코 호텔 드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 르 루이 14세-알랭 뒤카스의 개점 25주년을 기념해 알베르 국왕이 지난해 말 25개국의 셰프 240명을 초청해 사흘간 파티를 열어줄 정도로 요리업계에선 세계 1인자로 꼽힌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셰프들의 미슐랭 스타의 합이 300개나 됐다.

앞서 2011년 미술랭 스타 셰프이자 미국 뉴욕 모모후쿠의 오너 셰프인 데이비드 장(David Chang)은 하버드대에서 강의하며 자신이 만들고 있는 발효음식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호주 하얏트 리젠시와 스페인 ‘엘 불리’,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경험을 쌓은 셰프이자 샘표의 장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최정윤 과장은 “이 강의가 세계 유명 셰프들이 발효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데이비드 장은 발효 과정을 통해 재료가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발효음식 위주인 한식에 주목했다.

일식·중식에만 익숙한 서구 셰프들은 한국의 발효음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초 세계 유명 음식박람회인 2012 마드리드 퓨전에서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받아 발효음식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 요리를 소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세계적 거장 셰프들은 한국 장과 서양 요리를 접목한 요리를 선보였다.

 

또 지난해 말 세계 각국의 유명 셰프를 초청해 열린 2012 서울 고메에 온 호주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데쓰야의 오너 셰프 데쓰야 오쿠다는 행사 한 달 전부터 한국을 찾아 재래시장을 들르고,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인 청담동 SSG에서 김치와 간장·된장을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


심지어 스페인의 알리시아연구소는 지난해부터 한국 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바르셀로나에 문을 연 알리시아연구소는 과학자와 요리사가 함께 연구하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셰프와 대학, 과학기술센터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금까지는 스페인 음식만 연구했는데 처음으로 스페인 밖으로 눈을 돌린 게 바로 한국 장이었다.

알리시아의 수석 셰프 비아르네즈는 “장은 최고의 품질을 갖고 있는 제품인 데다 역사가 길다”며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만큼 유럽 요리사가 흥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내업체 샘표와 협업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물이 장맵(JANG-MAP)이다. 유럽 셰프가 활용할 수 있는 150개의 레시피와 함께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식재료를 담은 가이드북으로, 이 중 일부가 올 초 열린 2013 마드리드 퓨전에서 발표됐다.

비아르네즈는 요즘 요리할 때마다 장을 활용한다. 키쉬로랑(프랑스식 에피타이저)을 요리할 땐 된장을 한 숟가락 넣는다. 햄버거를 만들 때는 간장을, 피자에는 쌈장을 넣는 식이다. 우리는 장을 한국음식 재료로만 생각하지만 이제 장은 한국요리가 아니라 유럽 현지 요리에 활용된다.

사실 장으로 대표되는 발효음식은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다. 사회학자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는 일찍이 중국은 불, 일본은 칼, 한국은 발효로 3국 음식 맛을 설명했다.

잘 삭힌 장에서는 고기·생선 등 다양한 맛이 난다. 최 과장은 “셰프뿐 아니라 유럽의 일반인도 이제는 고기 맛 내는 식물성 재료로 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에도 장이 있다. 하지만 우리 것과는 다르다. 우선 재료가 다르다. 우리 간장은 콩으로 만들지만 일본 쇼유에는 밀이 들어간다. 밀을 넣으면 단맛이 난다. 된장과 미소도 마찬가지다. 우리 된장은 콩으로 만들지만 미소는 쌀을 넣어 만든다. 우리 된장이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감칠맛을 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과장은 “나물을 무칠 때 일본 쇼유와 우리 조선간장으로 무쳐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며 “일본 간장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지 못하지만 조선간장은 나물의 향과 맛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 장은 재료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비아르네즈는 “된장찌개를 만드는 데는 단 1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우리 할머니가 12시간 끓인 돼지육수로 만든 요리와 비슷한 맛을 느꼈다”며 놀라워했다.

유럽 셰프들이 이렇게 한국 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유명 셰프는 아직 장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유명 한식 셰프조차 직접 장을 담가본 적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도 최근 국내에서도 장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샘표 본사에서 국내 유명 셰프 25명을 초청해 연 행사도 우리 장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는 한식뿐만 아니라 프렌치·일식 등 다양한 분야의 요리사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프렌치 레스토랑 줄라이의 오세득 오너 셰프는 “얼마 전 프랑스 요리학교인 에콜 르노트르에 다녀왔는데 그곳의 요리 레시피에도 간장이 들어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장으로 만든 요리인데 우리 음식이 아닌 유럽 본토 맛이 느껴졌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장을 활용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송정 기자

◆recipe

된장·간장·고추장 등 우리 장으로는 찌개·국·쌈 요리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유명 셰프에게만 살짝 공개했던 우리 장을 활용한 유럽 요리 만드는 법을 江南通新 독자에게 공개한다. 우리 전통 음식이 아닌 유럽 요리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초간장으로 초절임한 스페인식 멸치]

 

재료(4인분): 큰 멸치 20마리, 초절임용 간장 흑초 300㎖, 엑스트라 버진 오일 300㎖


만드는 방법

1 멸치를 깨끗이 씻고 머리·내장을 제거한 후 반으로 자른다.

2 소금물에 얼음을 넣은 후 반으로 자른 멸치를 10분간 넣어두어 핏물을 뺀다.

3 초절임용 간장 흑초와 물을 섞어 멸치 초절임용 소스를 만든다.

4 얼음물에서 멸치를 꺼내 물기를 제거한다.

5 볼에 멸치 살이 상하지 않게 담고 멸치가 잠기도록 초절임용 소스를 붓고 25분 정도 둔다.

6 멸치를 보관할 유리병에 올리브 오일을 3분의 1 정도 채운다.

7 5의 소스에서 꺼내 물기를 제거한 멸치를 올리브 오일 속에 넣어 보관한다.

[된장 초콜릿 폼]

 

재료(6인분): 화이트 초콜릿 13g, 버터 2g, 생크림 20㎖,


된장 0.64g

만드는 방법

1 화이트 초콜릿과 버터를 중탕해 녹인다.

2 생크림과 된장은 잘 섞은 후 체에 걸러낸다.

3 초콜릿이 거의 다 녹았을 때 ②의 된장과 섞은 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4 3을 사이펀에 넣고 가스를 충전한다.

5 접시에 담기 전까지 상온 또는 서늘한 온도에 보관한다.

 


[고추장에 볶은 새우와 오징어]

 

재료(4인분): 새우 8마리, 오징어 1마리, 고추장 2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0g


만드는 방법

1 새우는 머리와 꼬리만 남기고 껍질을 벗긴다.

2 오징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몸통과 다리를 각각 1㎝ 두께의 링과 길이로 자른다.

3 올리브 오일과 고추장을 잘 섞고 새우와 오징어를 3~4분간 재워둔다.

4 팬을 뜨겁게 달궈 올리브 오일을 두른 후 새우와 오징어를 2~3분간 완전히 익을 때까지 볶는다.
 
5 볶은 오징어와 새우를 접시에 담는다.

중앙 201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