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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자(母子), 이력 화려하다. 엄마는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화법 관련 서적 43권을 펴낸 ‘대화의 신’이다. 아들은 미국 뉴욕대와 줄리아드 음대, 프랑스 에콜 드 루브르를 나와, ‘공부기술’로 5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원조 ‘공부의 신’이다.
‘유쾌한 대화 연구소’ 이정숙(61) 대표와 아들인 마케팅 컨설턴트 조승연(32)씨 얘기다. 10년 전쯤에 출간된 ‘공부기술’은 세간의 화제였다. ‘공부는 책상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설파한 이 책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한국 학생들에게 큰 깨우침을 안겼다.
화려한 학력에 7개 국어를 구사하고, 내로라하는 다국적 명품 브랜드에서 고액 연봉의 러브콜을 숱하게 받은 엄친아 조승연. 이쯤되면 ‘얼마나 피터지게 공부했으면…’, ‘엄마가 꽤 극성이었겠네’ 싶지만, 전혀 아니다. 그는 학교 수업에 적응을 못해 툭 하면 숙제를 안 해 갔고, 성적도 별로였으며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왕따였다.
이런 아들을 ‘공부의 신’으로 이끈 주역은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대화전문가 이정숙씨다. 세 살 위인 조씨의 형은 미국 미시간대 건축과와 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뉴욕 파킨스 이스트만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16권의 책을 펴낸 조승연씨는 미국에서 11년, 프랑스에서 5년여 공부하다가 27세에 군입대해 제대한 지 2년이 채 안 됐다. 군입대 전 그는 내로라하는 다국적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미술사와 음악을 전공한 그를 고액 연봉으로 모셔가겠다는 곳이 많았다. 그런 자리를 마다하고 왜 귀국했을까. 그는 “할 일이 있잖아요”라고 말을 뗐다.
“프랑스에서 눌러살면 편하겠죠. 연봉 2억원에 오전 9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1년에 두 달여 휴가에 아이를 낳으면 사립학교까지 보내주는 안정된 삶이 보장돼 있으니까.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발전이 있는 삶을 지향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프랑스인들의 평온한 삶이 이상적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뭔가 빠져 있다고 할까요? 한국인의 피가 흐르다 보니 뜨거움이 없는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죠.”
그는 ‘그물망 공부법’이라는 새로운 공부법을 창안했다. 미국 유학 시절, 대대로 학자 집안인 유대인 친구 집에 가서 충격을 받고 나서다. 그는 “조슈아라는 친구의 집에 갔는데, TV 뉴스에 나오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소재로 가족들이 두 시간 넘게 대화를 하더라. 세금 정책에서 시작해 루소와 홉스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일상이 공부였다. 그 아이는 아버지와 대화하듯 논술을 하면 만점이 나왔다”고 말했다.
조승연은 어릴 때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아니었다. 고집 세고 자기 생각이 강한, 튀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땐 ‘왜 굳이 선생님한테 숙제 검사를 받아야 할까? 내가 숙제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하는 생각에 1년 내내 숙제를 해 놓고도 안 가져갔고, 중학교 때에는 영어학원에 있는 한국지도에서 독도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보고 제작국가를 추적해 영국 대사관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주산학원에서는 “재래시장 아주머니도 전자계산기를 쓰는데 꼭 주산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까”라며 학원 선생과 논쟁하다 “저능아” 소리를 듣고 일주일 만에 때려치웠다. 성적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의 대응은 대범했다. 성적표를 보면서 타박한 적 없고, 숙제를 안 해 가도 잔소리를 안 했다. 대범한 엄마의 면면은 대화법에서 돋보였다.
아들이 폭력에 시달리며 매일 자살하고 싶다는 일기를 써댈 때 엄마는 “원래 위대한 시인들은 다 중학교 때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썼단다”라고 말했다. 미국 유학 가서 고 1때 무면허 운전으로 옥수수밭에 버려진 트랙터를 친구 아버지의 엽총으로 쏘고 다니면서 D학점을 맞았을 때에는 “미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면 좋지. 그래야 영어가 빨리 늘지 않겠니?”라고 말했다.
조승연은 “그때 만약 엄마가 ‘힘들게 미국까지 데려오니까 공부는 안 하고 그딴 짓이나 하면서 싸돌아 다녀?’ 하는 식으로 말했다면 한국 친구들하고만 몰려다니며 한국 노래방 전전하다가 적당히 혀 꼬부라진 영어 몇 마디 더 배워 조기 귀국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숙씨는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먹고 자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 역시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공부를 안 했으면 이렇게 키우지 못했을 거예요. 대화는 상대방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말하는 건 대화가 아니에요.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이정숙씨는 KBS 공채 3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20년간 근무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중학생이던 두 아들은 엄마의 공부를 위해 얼떨결에 동행한 셈이다. 그는 “미국으로 유학 전에도, 후에도 내 공부가 바빠서 아이들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어차피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다. 의도적 방치가 필요하다. 털털한 엄마들이 아들을 잘 키운다. 너무 잘 챙기는 엄마는 아이들의 그릇을 작게 만든다. 다만 공동생활에서 필요한 매너 같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정숙씨의 자녀와의 대화법 tip
1. 자녀를 성공시킨 엄마의 말
- 무엇이든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 자신을 속이지 마라. / 공상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면 더 좋지 않겠니? / 겁내지 말고 해봐. 너라면 할 수 있어.
2. 자녀를 불행으로 만든 엄마의 말
- 아버지가 다 알아서 할 거야. / 네가 하는 일은 뭐든지 다 옳다. /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할 것이다.
3. 엄마와의 대화를 즐기게 하는 말
- 네가 왜 속상한지 알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돼. / 이유를 들어보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 네가 그렇게 해주어서 엄마는 기뻐. / 사람이 중요하지 물건이 중요한 것은 아니야. / 정말 잘했네, 그런데 조금만 고치면 더 나을 것 같은데.
4. 자녀에게 무시당하는 엄마의 말
- 너 또 그럴래? 그랬다가는 가만 안 둬! / 너만 힘드니? 엄마도 너만큼 힘들어. / 괜찮아, 네 마음대로 해. / 엄마가 다 해결해줄게. / 네가 어떻게 엄마한테 그럴 수 있어? / 돼지우리가 따로 없네.
5.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드는 엄마의 말
- 엄마한테 소리 내 읽어줄래? / 네가 가르쳐줄래? / 네가 결정한 것은 네가 알아서 해. / 사전을 찾아보면 알 수 있을 텐데. / 혼자 공부할 자신 있으면 학원 그만 다녀도 돼. /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6. 자녀의 성적을 떨어뜨리는 엄마의 말
- 공부는 안 하고 도대체 뭐하니? / 점수 올리면 네가 원하는 것 사줄게. / 집안일은 엄마가 할 테니 너는 공부나 해. / 엄마가 학원 등록해 놓았어. / 내가 창피해서 못 살아. /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야. / 좋은 대학 못 나오면 사람 취급도 못 받아.
7. 자녀의 성공을 좌우하는 엄마의 말
-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어. / 너를 믿는다. / 결정했으면 한 번 해봐. / 네가 자랑스럽다. / 누구나 실패할 수 있어. /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 그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줘. / 이제 정말 어른이 되는구나. /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유쾌한 대화 연구소’ 이정숙(61) 대표와 아들인 마케팅 컨설턴트 조승연(32)씨 얘기다. 10년 전쯤에 출간된 ‘공부기술’은 세간의 화제였다. ‘공부는 책상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설파한 이 책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한국 학생들에게 큰 깨우침을 안겼다.
화려한 학력에 7개 국어를 구사하고, 내로라하는 다국적 명품 브랜드에서 고액 연봉의 러브콜을 숱하게 받은 엄친아 조승연. 이쯤되면 ‘얼마나 피터지게 공부했으면…’, ‘엄마가 꽤 극성이었겠네’ 싶지만, 전혀 아니다. 그는 학교 수업에 적응을 못해 툭 하면 숙제를 안 해 갔고, 성적도 별로였으며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왕따였다.
이런 아들을 ‘공부의 신’으로 이끈 주역은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대화전문가 이정숙씨다. 세 살 위인 조씨의 형은 미국 미시간대 건축과와 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뉴욕 파킨스 이스트만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16권의 책을 펴낸 조승연씨는 미국에서 11년, 프랑스에서 5년여 공부하다가 27세에 군입대해 제대한 지 2년이 채 안 됐다. 군입대 전 그는 내로라하는 다국적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미술사와 음악을 전공한 그를 고액 연봉으로 모셔가겠다는 곳이 많았다. 그런 자리를 마다하고 왜 귀국했을까. 그는 “할 일이 있잖아요”라고 말을 뗐다.
“프랑스에서 눌러살면 편하겠죠. 연봉 2억원에 오전 9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1년에 두 달여 휴가에 아이를 낳으면 사립학교까지 보내주는 안정된 삶이 보장돼 있으니까.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발전이 있는 삶을 지향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프랑스인들의 평온한 삶이 이상적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뭔가 빠져 있다고 할까요? 한국인의 피가 흐르다 보니 뜨거움이 없는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죠.”
그는 ‘그물망 공부법’이라는 새로운 공부법을 창안했다. 미국 유학 시절, 대대로 학자 집안인 유대인 친구 집에 가서 충격을 받고 나서다. 그는 “조슈아라는 친구의 집에 갔는데, TV 뉴스에 나오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소재로 가족들이 두 시간 넘게 대화를 하더라. 세금 정책에서 시작해 루소와 홉스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일상이 공부였다. 그 아이는 아버지와 대화하듯 논술을 하면 만점이 나왔다”고 말했다.
조승연은 어릴 때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아니었다. 고집 세고 자기 생각이 강한, 튀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땐 ‘왜 굳이 선생님한테 숙제 검사를 받아야 할까? 내가 숙제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하는 생각에 1년 내내 숙제를 해 놓고도 안 가져갔고, 중학교 때에는 영어학원에 있는 한국지도에서 독도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보고 제작국가를 추적해 영국 대사관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주산학원에서는 “재래시장 아주머니도 전자계산기를 쓰는데 꼭 주산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까”라며 학원 선생과 논쟁하다 “저능아” 소리를 듣고 일주일 만에 때려치웠다. 성적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의 대응은 대범했다. 성적표를 보면서 타박한 적 없고, 숙제를 안 해 가도 잔소리를 안 했다. 대범한 엄마의 면면은 대화법에서 돋보였다.
아들이 폭력에 시달리며 매일 자살하고 싶다는 일기를 써댈 때 엄마는 “원래 위대한 시인들은 다 중학교 때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썼단다”라고 말했다. 미국 유학 가서 고 1때 무면허 운전으로 옥수수밭에 버려진 트랙터를 친구 아버지의 엽총으로 쏘고 다니면서 D학점을 맞았을 때에는 “미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면 좋지. 그래야 영어가 빨리 늘지 않겠니?”라고 말했다.
조승연은 “그때 만약 엄마가 ‘힘들게 미국까지 데려오니까 공부는 안 하고 그딴 짓이나 하면서 싸돌아 다녀?’ 하는 식으로 말했다면 한국 친구들하고만 몰려다니며 한국 노래방 전전하다가 적당히 혀 꼬부라진 영어 몇 마디 더 배워 조기 귀국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숙씨는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먹고 자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 역시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공부를 안 했으면 이렇게 키우지 못했을 거예요. 대화는 상대방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말하는 건 대화가 아니에요.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이정숙씨는 KBS 공채 3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20년간 근무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중학생이던 두 아들은 엄마의 공부를 위해 얼떨결에 동행한 셈이다. 그는 “미국으로 유학 전에도, 후에도 내 공부가 바빠서 아이들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어차피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다. 의도적 방치가 필요하다. 털털한 엄마들이 아들을 잘 키운다. 너무 잘 챙기는 엄마는 아이들의 그릇을 작게 만든다. 다만 공동생활에서 필요한 매너 같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정숙씨의 자녀와의 대화법 tip
1. 자녀를 성공시킨 엄마의 말
- 무엇이든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 자신을 속이지 마라. / 공상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면 더 좋지 않겠니? / 겁내지 말고 해봐. 너라면 할 수 있어.
2. 자녀를 불행으로 만든 엄마의 말
- 아버지가 다 알아서 할 거야. / 네가 하는 일은 뭐든지 다 옳다. /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할 것이다.
3. 엄마와의 대화를 즐기게 하는 말
- 네가 왜 속상한지 알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돼. / 이유를 들어보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 네가 그렇게 해주어서 엄마는 기뻐. / 사람이 중요하지 물건이 중요한 것은 아니야. / 정말 잘했네, 그런데 조금만 고치면 더 나을 것 같은데.
4. 자녀에게 무시당하는 엄마의 말
- 너 또 그럴래? 그랬다가는 가만 안 둬! / 너만 힘드니? 엄마도 너만큼 힘들어. / 괜찮아, 네 마음대로 해. / 엄마가 다 해결해줄게. / 네가 어떻게 엄마한테 그럴 수 있어? / 돼지우리가 따로 없네.
5.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드는 엄마의 말
- 엄마한테 소리 내 읽어줄래? / 네가 가르쳐줄래? / 네가 결정한 것은 네가 알아서 해. / 사전을 찾아보면 알 수 있을 텐데. / 혼자 공부할 자신 있으면 학원 그만 다녀도 돼. /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6. 자녀의 성적을 떨어뜨리는 엄마의 말
- 공부는 안 하고 도대체 뭐하니? / 점수 올리면 네가 원하는 것 사줄게. / 집안일은 엄마가 할 테니 너는 공부나 해. / 엄마가 학원 등록해 놓았어. / 내가 창피해서 못 살아. /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야. / 좋은 대학 못 나오면 사람 취급도 못 받아.
7. 자녀의 성공을 좌우하는 엄마의 말
-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어. / 너를 믿는다. / 결정했으면 한 번 해봐. / 네가 자랑스럽다. / 누구나 실패할 수 있어. /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 그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줘. / 이제 정말 어른이 되는구나. /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조선닷컴 | 김민희 기자 |
2013.04.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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